공동체와 연대를 향한 실험

2024.12.02

홍진수 편집장

홍진수 편집장

공동체와 연대. 써놓고 보니 막연합니다. 사전에 나오는 뜻, 그러니까 공동체는 ‘생활이나 행동 또는 목적 따위를 같이하는 집단’이고 연대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책임을 짐’(이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이란 것은 알고 있는데, ‘그래서 그게 뭐냐’고 되물어보면 대답이 군색해집니다. 글로만 배웠을 뿐 몸으로 느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동체와 연대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죽은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누칼협(누가 칼 들고 협박함?)’이란 냉소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사회에서 공동체와 연대는 점점 설 자리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수십 년째 ‘실험’을 이어가는 곳이 있습니다. 주간경향 이번 호는 표지 이야기로 올해 출범 30년을 맞이한 ‘성미산마을’의 현재를 전합니다. 성미산마을의 시작은 1994년 9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문을 연 국내 첫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어린이집’이라고 합니다. 우리어린이집은 한국사회가 제시하는 방식과 다른 돌봄, 육아를 고민하던 부모와 교사들이 만들었습니다. 보통의 민간 어린이집과 달리 부모가 출자금과 조합비를 부담한 조합원으로서 운영 주체가 됐습니다. 자연 나들이 등 놀이 중심 활동, 사교육·선행학습 지양, 친환경 먹거리 제공 등을 원칙으로 내걸었습니다.

1990년대 우리어린이집을 다니던 어린이들은 20~30대 청년이 됐습니다. 이들이 경험한 공동육아는 어땠을까요.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김향미 기자가 만난 이들은 ‘자연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와 스스럼없이 지내며, 다양한 놀이를 하고, 부모 외 다른 어른들에게도 사랑받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주체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어디서도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고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방황하고, 학업 스트레스로 부모를 원망한 때도 있었지만 ‘좋은 어른’이 되는 자양분으로 삼았습니다.

성미산마을의 실험은 우리어린이집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자라자 1996년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을 위한 도토리마을방과후를 부속 교육기관으로 설립했습니다. 성미산마을에 어린이집과 초등방과후가 늘었고, 이후 마포두레생협을 중심으로 마을이 커졌습니다. 마을 가게들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고 공동주택 ‘소행주’를 지었습니다. 각종 마을동아리 활동은 지금도 활발합니다.

이들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밖에서는 ‘그들만의 리그’, ‘중산층 마을’이라는 한계를 이야기합니다. ‘운동권 출신 부모들이 만든 좌파 양성소’라는 비아냥까지 나옵니다. 한국사회가 맞이한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 등은 성미산마을이라고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합니다. 성미산마을이 찾아낼 해법이.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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