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는 폭파돼 뿌연 연기를 뿜으며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난 10월 15일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영상에는 분명히 그렇게 찍혀 있었다. 하지만 하늘 높이 적란운처럼 뿜어져 나왔던 잿빛 연기는 사라지지 않고 다음 날 임진강에서 연막처럼 퍼져나가고 있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고성능 관측장비가 무슨 소용일까? 제구실을 못 하지만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의 망원경은 북서쪽을 향하고 있다. 전망대 남서쪽에서는 한강이 굽이쳐 올라온다. 강원도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과 함경남도 마식령산맥에서 흘러나온 임진강은 바로 오두산 앞에서 만난다. 그리고 한 줄기가 되어 서해로 흘러간다. 만나면 하나가 되어 흘러가는 것이다.
망원경 너머에는 굽이쳐 내려오는 임진강과 수확을 기다리는 민통선의 황금 들녘, 그리고 북으로 향하는 자유로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지만 실제로 보이는 건 별로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통일전망대 1층 상설전시실에 걸린 윤 대통령의 사진 옆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적혀 있다. “저와 정부는 2024년 올해를, ‘자유 평화 번영의 통일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