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간호법이 여야 협치 복원의 계기 될지는 더 지켜봐야”

2024.09.09

‘간호사 출신’ 전종덕 진보당 의원 인터뷰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8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8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저도 이제 합의안을 받아 내용을 살펴보던 중이었습니다.” 지난 8월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전종덕 진보당 의원을 만났다. 이날 오후엔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간호법 제정안이 상정·통과될 예정이었다. 전 의원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22대 국회에 2명뿐인 간호사 출신 의원이다. 그러나 그는 법안을 다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아니다. 저간의 사정이 궁금했다.

-법안을 살펴보니 어떤가.

“얼추 보니 민주당 안이 많이 반영됐고, PA(Physician Assistant·임상 전문)간호사 합법화 내용이 주였던 국민의힘 안도 들어가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이제 반영된 거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고.”

-PA간호사 역할의 범위 같은 것이 쟁점이 됐고, 의사들은 여전히 그 부분을 반대한다.

“그렇다. 그동안 나온 국민의힘 안은 PA간호사 업무의 범위를 명시하니 투약이면 약사들과 부딪히고, 검사를 하면 방사선사들과 부딪힌다. 어차피 의사업무를 보조하는 형태로 현재도 진행하고 있어서 의사들과 충돌할 이유는 없는데 의사들 쪽에서는 영역을 넘어 의사업무를 침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간호사 파업은 어떻게 될 것 같나.

“간호법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 아니다. 큰 명제가 진료 정상화인데 현재 의료공백을 간호사나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다 메꾸고 있다. 진료 정상화는 윤석열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지금 의료현장은 심각하다. 업무 가중 수준의 문제를 넘어 의사들의 진료 거부로 손실이 발생했으니 임금을 인상할 수 없다고 한다. 더 나아가 임금 체불 문제도 있다. 어떤 병원은 ‘사직 처리를 안 한 의사들이 돌아오면 3~4개월치 월급을 한꺼번에 줘야 해서 임금인상을 못 한다’ 이렇게 나오고 있다. 결국 의사들의 공백을 병원 노동자들이 메꿨는데 병원 노동자들의 노고를 알아주는 것이 아니라 정당하게 처우를 개선해줘야 하는 것도 의사들 몫을 떼어놔야 하니까 못 준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짜 파업을 막으려면 이런 상황에 대해 제대로 감독하고, 의료공백을 메꾼 병원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줘야 한다.”

“윤 대통령이 후보 때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책임도 지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이 간호법이나 양곡법과 같은 민생법안들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법이다. 지금 현장에서 이행되고 있는 것을 그대로, 그다음에 의료법에 명시하는 내용이 그대로 들어가 간호사 영역의 기본법으로 발의된 것이다. 이게 국회에서 통과됐는데 그걸 직역 간의 갈등을 이유로 거부한 것이다. 결국 의사 눈치를 봤다고 생각한다. 의사들도 본인이 해야 할 업무를 간호사들이 다 해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종의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이다. 양곡법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식량안보 차원에서라도 남아도는 재고를 정부가 전량 수매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목표가격이 수확기 산지 쌀값의 85%에 미치지 못할 때 정부가 지원해주게 돼 있는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로 전환하면서 최소한 한 가마(80㎏)당 20만원 선은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본인이 했다. 그런데 지금 17만원 선이다. 정부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본인이 후보 때 한 약속을 스스로 뒤집으면서 그 책임을 다 약자들, 국민에게 뒤집어씌우면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이 간호법이나 양곡법과 같은 민생법안들에 대한 태도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

-여야 합의로 간호법이 통과됐다. 이를 계기로 ‘야당 법안 상정-여당 필리버스터-대통령 거부권-국회 무기명 투표로 폐기’라는 무한반복 과정이 해소될까.

“그랬으면 좋겠다. 국민이 너무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정치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그런데 그 상황과 관련해서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정부가 너무 급하지 않나. 당장 의료대란으로 인한 국민 불안을 어떻게든 해소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맡아줘야 하니 PA간호사들에게 전가하겠다는 것 아닌가. 추석은 다가오는데 응급실 뺑뺑이나 의대 정원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의료공백이 더 커질 상황이 되니까 윤석열 정부가 서두른 거다. 이게 여야 협치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간호사 출신으로 전문성이 있는데도 보건복지위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번 간호법 제정에도 직접 참여하지 못했는데.

“보건복지위를 신청했지만 안 됐다. 상임위별로 원내교섭단체 숫자를 우선 배정하고 그다음에 비교섭단체에 배분하는데, 보건복지위 비교섭단체 몫이 1~2석밖에 안 됐다. 비교섭단체에서 이번에 4명이 신청했는데 난 아무도 신청하지 않은 농림위로 강제배정됐다. 국회의장께 강력항의했다. 지금 복지위엔 의사·약사 출신밖에 없는데, 현장에서 진짜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 대표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회의장께서도 노력해보겠다는 답을 받았다.”

-공공병원인 강진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인력 감축 계획에 항의해 노조 활동을 한 것이 2002년 민주노동당 출신 최연소 도의원 등 정치 활동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노동계로 돌아와 민주노총 사무총장을 지냈다.

“현장에서 노동자로 살면서 법과 제도의 중요성을 너무나 느꼈다. 그동안 민주당에도 의존해보고 다른 새로운 당에도 의탁해봤지만, 결국 노동자나 서민의 목소리를 절실하게 듣는 정치권은 없더라. 노동자를 위한 정치 세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다. 그게 노동현장일 수도, 선거 참여나 제도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와 노조·시민사회를 왔다 갔다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든 내 삶과 현장·정치를 바꾸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었고 자리만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현장 활동에 국회 정책토론회까지 아주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밖으로는 잘 안 드러난다. 주목 못 받는 이유가 진보당이 소수당이기도 하지만 개인보다 대의를 더 앞세우기 때문일까.

“글쎄.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도의원 시절에도 민주당으로 오면 더 뜻을 쉽게 펼칠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들었고, 여러 번 선거에서 떨어질 때마다 그런 제안이 없지는 않았다. 민주당 소속으로 정치할 바에야 그냥 시민으로 사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생각을 했다. 분명 쉬운 길은 아니다. 누군가 세력을 대표해서 뭔가 한다는 것은 부담스럽고 어려운 문제다. 진보정당 의원으로서, 또 내가 살아온 길도 오히려 정치나 정책에서 더욱 선명하고 국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그런 내용을 부각하고 실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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