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플라스틱·캔·유리병, 비닐, 오·폐수….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들고 버린다.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거나 분리 배출해 집 바깥 정해진 위치에 갖다 놓는다. 환경미화원이 차량에 쓰레기를 싣고 어디론가 가는 것, 여기까지가 쓰레기와 관련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하거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누가 쓰레기들을 처리할까.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22년 1년간 가정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은 총 1675만t이다. 이중 음식물류 폐기물은 27.2%인 455만t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은 땅에 묻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폐기물 처리시설에서 처리한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더럽고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 특히 최근에는 지하에 건설되고 있다. 이곳에 사람이 있다.
문제는 폐기물 처리 노동의 현실도 시민들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 7월 전북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의 노동자 5명을 인터뷰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지하 처리장’이다. 이곳에서 일했던 노동자 11명은 지난 1월부터 부당 해고에 반발하며 200일 넘게 천막농성, 선전전,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5월 이곳에선 가스 폭발 사고가 나 노동자 1명이 죽고 4명이 다쳤다. 노동자들의 말은 시민의 눈에서 사라진 노동이 어떻게 열악해질 수 있는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노동자의 안전과 고용이 어떻게 방치되는지를 드러낸다. 노동자들은 “혐오가 위험을 만든다”는 말에 공감했다.
당신이 버린 쓰레기, 그 뒤에도 사람이 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노동자들이 일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과정은 크게 3단계다. 전주시 일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싣고 온 차들이 지상에서 200t짜리 저장조(호퍼) 4개에 쓰레기를 붓는다. 호퍼의 맨 아래, 지하 3층 깊이엔 스크루가 있다. 이 지하공간에서 파쇄 과정을 거친다. 파쇄기를 통과한 찌꺼기는 지상으로 올려 건조기로 말리고, 남은 물(음폐수)은 따로 배출한다.
여러 부분이 기계화됐지만 여전히 노동자는 필요하다. 겨울엔 음식물 쓰레기가 꽝꽝 언 상태로 처리장에 도착한다. 얼음덩이는 파쇄기에 잘 들어가지 않고 쌓이기 때문에 일일이 뜨거운 물을 부어 녹여줘야 한다. 여름엔 음식물 쓰레기에 섞인 ‘협잡물’ 제거 작업을 주로 사람이 한다. 사람들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엔 음식물만 있는 게 아니다. 숟가락, 냄비, 개·고양이 같은 동물 사체, 골프공, 야구공 등이 함께 버려진다. 협잡물이 스크루에 잘못 걸리면 기계 전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밀려드는 쓰레기에 기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고장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노동자들은 협잡물이 끼지 않게 지켜보고 빼내는 역할을 한다.
노동자들은 칼, 막대기, 낫 같은 도구를 이용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음식물 쓰레기가 있는 기계에 직접 손을 넣어 협잡물을 빼냈다고 했다. 비닐장갑이 있더라도 음식물 쓰레기에 기름기가 많아 미끈거리기 때문에 면장갑을 끼거나 맨손으로 할 수밖에 없다. 습한 날씨에 협잡물이 찐득찐득하게 스크루에 감겨 있으면 여러 명이 붙어 같이 꺼낼 때도 있다. 지난 7월 23일 전주시에서 기자와 만난 40대 노동자 A씨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사람 빼고 나올 수 있는 건 다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30대 노동자 B씨도 말했다. “(음식물 쓰레기 안으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협잡물을 뜯어내는데 일단 눈에는 그 협잡물이 뭔지가 안 보여요. 한 번씩 물컹물컹한 게 잡힐 때가 있는데 오싹해요. 이게 뭘까 싶은 거예요.”
더위, 악취와의 싸움은 기본이다. 음폐수가 지나가는 펌프가 막혔을 때 뚫어주는 일도 노동자가 한다. 50대 노동자 C씨는 “기계 밑으로 기어들어 가거나 기계를 뜯어내 수리를 할 때 온몸에 음식물을 묻혀가면서 일을 한다”며 “냄새도 많이 나고 ‘파리 사육장’이라고 할 정도로 파리가 득실득실하다”고 했다.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었다는 게 노동자들의 말이다. 여러 노동자가 200t짜리 호퍼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까봐 무서웠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실은 차들은 쉴 새 없이 들어와 호퍼에 쓰레기를 붓고 또 붓는다. 그렇게 꽉 찬 호퍼 위를 굴착기로 눌러 밀어 넣을 때도 있다. 호퍼 아래 지하공간에는 노동자 혼자 일하고 무전기도 잘 작동되지 않았다. 혹시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신속히 알기 어렵고, 대피나 구조도 어렵다.
A씨가 말했다. “(호퍼의)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브이(V)자 형태의 두꺼운 철 구조물이 볼록하게 모양이 변형된 것처럼 보여요. 그게 무너지면 아래에 있던 사람은 매장돼서 죽는 거거든요. 지하 3층은 완전히 혼자 고립돼 있기 때문에 사고가 나더라도 생사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해요. 구해줄 사람도 없죠. 항상 불안감을 갖고 일을 했어요.”
B씨도 “호퍼 바로 밑에서 근무를 하는데, 저희끼리 ‘혹시라도 빡 소리가 나면 바로 뛰어나와라, 호퍼가 가라앉으면 즉사니까’라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했다. 2019년엔 호퍼가 무너질 위험이 있어 노동자들이 회사에 작업 중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회사에 ‘2인 1조 작업’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태성 노동조합 분회장은 “현장은 넓고 점검해야 할 것은 많아서 2인 1조는 안 되더라도 인원을 보충해 안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회사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했다”며 “혼자서 일을 하다 쓰러지면 다음 날 발견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했다.
A씨는 사다리를 놓고 기계에 올라가 협잡물을 제거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져 손목이 골절됐다. B씨는 5m 이상의 높이에서 돌아가던 무거운 컨베이어 벨트가 갑자기 떨어져 다칠 뻔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흘러 바닥이 미끄러운데도 안전난간이 설치되지 않았고, 컨베이어 벨트의 안전 커버가 제대로 닫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온의 건조기 때문에 불이라도 나면 큰 참사가 될 위험도 있었다.
지난 5월 2일에는 지하 1층에서 노동자들이 배관을 교체하다가 메탄가스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노조 쪽에선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라고 본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남은 음폐수를 소화조에 넣어 유기물 분해 작업을 하면 메탄가스가 발생하는데, 이 가스가 실내에 찬 상황에서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폭발까지 한 게 아니겠냐는 추정이다. 창문이 없는 지하시설인 데다가, 외부 공기가 건물 내부로 들어오게끔 호스를 설치해놓았지만 완벽한 환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하 처리장 내 폭발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2022년 6월 지하 처리장인 평택에코센터에서도 폭발 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태성 분회장이 말했다. “환기시설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능은 떨어질 수밖에 없죠. 흡배기 장치도 제 역할을 못 했고, 노조가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유독가스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측에 제안했지만 반영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사측에선 주민들의 악취 신고를 우려해 문을 닫으라고 했어요. 책상을 손으로 쓱 닦으면 분진이 묻어날 정도로 내부에 먼지가 많은데 문을 닫으라는 거죠. 노동자들이 그냥 있다가는 죽겠구나 싶어서 배풍기를 직접 설치한 적도 있어요.” B씨도 “노동자들은 가스가 있을까 봐 문을 열어놓으려고 하지만 주민들이 민원을 넣으니까 관리자들은 닫으라고 하는 식이었다”며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현장이었다”고 했다. 혐오시설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잘 드러나지 않는 혐오시설 속 노동의 현실
이런 안전 부실은 민간업체에 전가된 운영 체제, 불안정한 고용구조와도 연결된다. 전주시는 리싸이클링타운을 민간투자사업(BTO)으로 진행했고, 운영은 4개 업체가 참여하는 공동수급체에 맡겼다. 그런데 공동수급체 내에서 주관운영사가 계속 바뀌면서 안전, 고용의 책임소재가 오락가락했다. 태영건설에서 에코비트워터로, 다시 올해부터 에코비트워터에서 성우건설로 주관운영사가 변경됐다. 에코비트워터는 지난해 말 돌연 노동자들을 강원 강릉, 경기 성남, 안양, 화성 등지로 발령냈다. 이어 성우건설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 11명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들을 채용하지 않은 사유로 ‘사회에 불만이 많다’, ‘면접 태도가 불량하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회사에 불만·불신이 많다’ 등을 댔다.
이때부터 노조는 전주시가 책임지고 해결하라며 전주시청 앞에서 농성과 선전전을 벌였다. 보통의 노조는 파업이나 집회를 일하던 사업장에서 진행한다. 그러나 이들의 일터인 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 도심에서 10㎞가량 떨어진 외곽에 있다. 구호를 외쳐도 어느 시민도 보고 들을 수 없는 터라 이들은 전주시청 앞으로 갔다.
강문식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혐오시설이라는 특성이 그 안의 노동을 사회에 드러내고 노동자들 스스로가 목소리 내는 것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이다. “말 그대로 혐오시설이니까, 사람들 눈에 안 보이면 좋은 시설이니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바깥으로 드러내기가 어려웠어요. 그 사업장은 사람이 오가는 도로에서 차로 10분은 들어가야 하거든요. 주거지역, 상업지역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죠.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는 권리라는 게 결국 내가 일하는 현장에 발을 딛고 행사해야 파급력이 생기는 것인데 이 노동자들은 지나가는 사람 한명이라도 만나려면 현장을 두고 나와야 하고, 또 바깥으로 나오면 ‘이 사람들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라는 반응을 마주하게 돼요. 사람들에게 이 노동자들이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이들의 노동조건을 밝히는 건 그런 문제가 있었어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더럽고 험한 일을 하면 훨씬 더 그 사람들 이야기를 안 들어줍니다.”
노동자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고 전북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는 지난 4월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성우건설 측은 “(전주시장과 맺은) 관리운영계약서와 공동수급 운영협약 등에 고용승계 조항이나 관행이 없다”며 “주관운영사를 변경할 때 고용을 승계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노위는 회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노위는 “근로자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조합원들을) 채용하지 않은 사유로 제시한 내용은 주관적 생각과 자의적인 평가에 기반하고 있어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을 담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성우건설 측이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남아 있다.
노조는 태영건설이 공동수급체의 대표로서 실질적인 운영사라며 부당해고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지노위는 태영건설은 직접적인 지휘·감독 관계가 없다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조 쪽에선 지난 5월 폭발 사고의 책임도 태영건설과 전주시에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원청기업의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에 따라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우범기 전주시장이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본다.
쓰레기 처리는 모든 시민과 관련된 공공 업무 성격이 강하지만 민간업체, 특히 공동수급체에 운영이 맡겨진 방식에서 노동자 안전·고용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는지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민간업체는 이윤 추구를 중심에 놓을 수밖에 없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의 해고 사태도 음폐수 처리가 트리거(방아쇠)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회사가 다른 지역 음폐수를 처리해주고 돈을 벌려고 했는데 노조가 문제 제기에 나서자 회사가 조합원들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문재인 정부 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면서 수탁업체가 바뀔 때 약간의 노동자 보호조항을 두고 정부가 관리했지만 지금은 거의 폐기된 상태”라며 “지방자치단체의 재량에 맡겨져 노동환경이 취약하다”고 했다.
남 소장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에 대한 안전보건 기준은 법률에 규정돼 있지만 처리에 대해서는 빠져 있다”며 “수집·운반은 시민들의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여론을 환기하고 사회적 지지를 형성할 수 있지만 재활용 선별장이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소각장 단계로 넘어가면 시민들 눈에 보이지 않고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목을 덜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남 소장이 주도한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생활폐기물 처리 노동자 1만3439명 중 61.24%(8230명)가 민간업체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곳에서 일한다.
노동자들 해고에 전주시는 “우리 책임 아냐”
전주시는 시에 법적 책임이 없다는 태도다. 전주시 관계자는 해고 사태에 대해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일반적인 민간위탁이 아니라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경영권이 운영사에 있다”며 “노동자와 운영사와의 고용관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투자법상 (지자체의) 관리·감독도 운영사의 경영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하고, 근로자들도 전주시 지휘를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런 사태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운영사 측에 고용 승계 문제를 해결하라고 공문을 계속 보내면서 중재하려 한다”고 했다.
폭발 사고에 대해서는 전주시 관계자는 “사고 발생이 안타깝지만 민간투자사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지자체에 책임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성우건설에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50대 노동자 D씨가 말했다. “바보 같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저는 법이 공정할 줄 알았어요.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고요. 지방 행정조직은 더 공정할 줄 알았죠. 지난해까지만 해도요. 그런데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누구 한명 책임지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전주시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노동자와 회사, 누구 편을 들라는 것도 아니에요. 전주시가 최소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전주시는 책임이 없다고 하면 끝이지만 현장은 그렇지 않다고요. (…) 요즘 자동화가 됐다고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처리는 완전히 자동화된 게 아니에요. 맨날 사람이 수동으로 기계를 돌립니다. 사람이 빠지면 안 돼요. 그래놓고 사람이 필요 없다고 하죠. 현장에 한번 가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작업을 보시면 알아요. 그냥 한 번만 그 지하에 내려가서 냄새 맡고 보면 안다고요. ‘아, 그래서 이 노동자들이 이렇게 말을 하는구나!’ 하고요.”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