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에 시간과의 싸움…시골학생, 머나먼 등굣길

2024.08.05

지난 7월 18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정류장에서 A씨(19)를 태운 버스가 광천읍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A씨는 중학교 시절에는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홍성읍의 한 중학교로 첫차를 타고 등교했고, 고등학교 때는 통학이 고통스러워 기숙사 생활을 했다. 비가 많이 내린 이날도 A씨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정류장까지 걸어 나왔다. 이날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연착했다. 이효상 기자

지난 7월 18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의 한 정류장에서 A씨(19)를 태운 버스가 광천읍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A씨는 중학교 시절에는 버스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홍성읍의 한 중학교로 첫차를 타고 등교했고, 고등학교 때는 통학이 고통스러워 기숙사 생활을 했다. 비가 많이 내린 이날도 A씨는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1㎞가량 떨어진 정류장까지 걸어 나왔다. 이날 버스는 예정 시간보다 10여분 연착했다. 이효상 기자

충남 홍성군 장곡면에 사는 손나무양(13)은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남들보다 이른 아침을 맞게 됐다. 기상 시간은 빠를 땐 새벽 5시 30분. 집에서 7㎞가량 떨어진 인근 홍동면의 중학교에 가기 위해서는 아침 6시 50분 마을 앞길을 지나가는 822번 버스 첫차를 타야 한다. 집에서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6시 20분에는 집을 나서야 한다. 버스가 정해진 시간보다 더 빨리 정류장을 지나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정류장에 도착해 20분을 기다리더라도 여유 있게 출발하는 편이 낫다.

조금 더 자고 다음 버스를 타면 되지 않을까. 그럴 수가 없다. 다음 버스는 오전 8시 50분쯤 마을 앞을 통과한다. 배차 간격이 무려 2시간이다. 8시 30분까지는 교실에 도착해야 하는데, 다음 차를 타면 지각 확정이다. 버스로 등교하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첫차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탈 때면 나무양은 어쩔 수 없이 반에서 가장 등교가 빠른 학생이 된다. 지금은 적응했지만 이른 등교 자체도 문제였다. 버스를 타면 7시 20분 전에 학교에 도착하는데 친구들과 선생님이 오려면 1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한다. 나무양은 이 시간 못다 한 숙제를 하거나, 학교에 마련된 쉼터에서 쪽잠을 잔다. 나무양처럼 먼 곳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자체 ‘0교시’ 수업을 하는 셈이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나무양에게 첫차 타기는 쉽지 않다. 나무양은 “일단은 초등학교 때랑 일어나는 시간이 달라지니까 몸이 너무 피곤해요.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밥도 못 먹고 나가야 해서 배도 고프고요. 버스 타고 다니면서 살도 빠졌어요. 1~2㎏ 정도요”라고 했다.

지역 학생들의 불편한 통학은 오늘날 지역이 당면한 위기를 반영한다. 나무양의 등교는 왜 험난해졌을까. 일단 장곡면에 중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이 지역의 하나뿐인 중학교는 이미 2003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했다. 현재는 초등학교 하나만 남아 있는데, 학교 졸업생들은 인근의 광천읍과 홍동면의 중학교로 진학한다. 통학에 드는 시간은 자연히 증가할 수밖에 없다. 거리 자체가 먼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중교통만 잘 갖춰져 있었다면 문제의 많은 부분은 해소됐을 것이다. 그러나 인구 감소에 따라 버스회사의 적자 폭은 심화했고, 홍성군은 기존의 성긴 교통망을 유지하는 데만 막대한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일이 소멸위기에 놓인 전국의 지자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심각한 것은 원인이 결과가 되고,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방식으로 지역소멸을 가속한다는 데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학교가 줄고, 학교가 없는 마을은 새로운 이웃을 맞이하는 데도 애를 먹는다. 학령기 자녀를 둔 귀농·귀촌인들에게는 등하교 자체가 어려운 마을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유입은 없이 고령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상황에서, 각급 학교 진학 시기마다 마을을 떠나는 부모들은 늘어난다. 학교가 없는 마을은 손쉽게 존속을 위협받는다.

인구 구성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고령층에 밀려 지역의 교통권 논의에서 주변부로 다뤄졌던 청소년들의 교통권을 들여다봤다. 기초적인 등하교부터 험난한 경우가 많았고, 더러는 열악한 대중교통망이 청소년 인명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 예도 있었다. 교통 접근성의 문제로 일부 청소년들은 이른 나이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일부는 또래와의 친목·사교육·문화생활 등 기회를 포기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이동권이 개인 차량을 움직일 수 있는 부모의 여력과 의지에 좌우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았다.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동권에서 차별을 받는 셈이다. 지금이라도 지역 교통의 공공성 복원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7시 20분 차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아요”

한 중학교의 텅 빈 교실. 버스 첫차를 타고 먼 길을 등교하는 손나무양과 문소영양은 반에서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다. 못다 한 숙제를 하거나 쪽잠을 자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는다. 김창길 기자

한 중학교의 텅 빈 교실. 버스 첫차를 타고 먼 길을 등교하는 손나무양과 문소영양은 반에서 가장 먼저 등교하는 학생이다. 못다 한 숙제를 하거나 쪽잠을 자거나 인근 편의점에서 아침을 먹는다. 김창길 기자

나무양이 사는 홍성군 장곡면의 대중교통 상황은 열악하다. 나무양의 집이 있는 장곡면 지정리 안쪽의 마을 길을 지나 홍동면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한 편, 문제의 첫차뿐이다. 장곡면을 거쳐 홍동면까지 가는 다른 버스가 하루에 예닐곱대 더 있지만, 이 버스들은 마을 앞 큰길을 지나간다.

수치로 봐도 그렇다. 정부는 각 읍·면·동의 주민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접근 가능한 학교·병원 등의 수를 통계로 작성하고 있다. 가장 최근인 2021년 자료를 보면, 장곡면 주민들은 대중교통·도보를 이용해 45분을 가도 초등학교 한 곳을 발견할 수 없다. 1시간이 걸려서야 겨우 초등학교 한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중학교도 1시간은 걸려야 한 곳에 도착할 수 있고, 고등학교는 1시간을 이동해도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병원·의원은 1시간 거리에 한 곳이 있을 뿐이고, 종합병원·대형마트·전통시장·버스터미널·기차역은 1시간을 이동해도 한 곳도 갈 수 없다. 그야말로 교통 오지다.

그런데도 지역의 교통 문제가 도드라지지 않는 것은 주민들이 개인 차량을 주된 교통수단으로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같은 악조건에 적응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보면, 홍성군 주민들의 통근·통학 수단에서 대중교통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통근 인구 약 4만7000명 중 승용차·승합차·트럭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비중이 65.7%로 가장 많았고, 시내·좌석·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2.5%에 그쳤다. 12세 이상 통학 인구 9000명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동수단은 도보(41.9%)였고, 그다음이 승용차·승합차·트럭(20.8%)이었다. 통학 인구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중은 12.0%로 성인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체 이동수단이 있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들이 열악한 대중교통망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성인들은 대중교통망으로 인해 자녀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해야 할 부담도 진다. 자가용을 통한 통학 지원이다. 지난 7월 18일 오전 8시 10분쯤 나무양이 다니는 홍동면의 중학교를 찾았다. 등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학교 앞으로 부모들의 승용차와 트럭이 속속 도착해 학생들을 내려줬다. 학교 측은 부모들이 학생들을 내려주고 차를 돌릴 수 있도록 진입로에 회차 구역을 따로 만들어 두고, 교통을 통제할 인력도 배치하고 있었다.

나무양의 부모도 최근에 자가용으로 자주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부모님과 등교하면 아침 7시까지 잘 수 있고, 학교 가기 전에 밥도 먹을 수 있다. 적절한 시간에 학교에 도착하는 건 덤이다. 나무양의 엄마 전미영씨는 “아이가 버스를 타고 갈 때는 학교까지 거리가 좀 있는 우리 마을 아이들 몇 명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차로 데려다주면서 보니까 우리가 가는 등굣길에서만 부모님 차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이 10명이 넘더라고요. 학교에 도착해서 보면 학부모들 차가 줄줄이 들어와요. 이 지역 엄마 아빠들은 아이 개인 운전사예요. 학부모들이 출근하고 밭일 나가야 하는 아침 시간에 10대씩 차를 굴려야 한다는 게 문제 아닌가요”라고 했다.

문제는 모두가 부모의 차량으로 통학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역시 장곡면에 사는 중학교 2학년 문소영양(14)은 벌써 2년째 문제의 첫차를 타고 나무양과 같은 중학교로 등교하고 있다. 아빠는 아침부터 농사로 바쁘고, 엄마는 동생들 등교·등원 준비로 자주 태워다줄 여건이 못 된다. 소영양은 이르면 새벽 5시쯤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한다. 큰길에 있는 정류장까지 가려면 10~15분은 논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이 길은 인적도 드물고 위험하기 때문에 엄마가 늘 정류장까지 바래다준다. 늦잠을 자면 아침밥을 못 먹는 날이 많다. 그런 날에는 학교에 도착해 인근 편의점에서 군것질로 끼니를 때운다.

하교는 늘 시간과의 싸움이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 40분쯤 학교 앞 정류장을 지나간다. 이 차를 놓치면 다음 차는 7시 30분쯤에나 온다. 평상시 하교 시간은 4시 20분이라 버스 시간에 맞출 수 있지만, 종례가 조금만 길어져도 차를 놓칠까 마음이 급해진다. 오후 3시 20분에 마치는 수요일에는 편의점이나 인근 만화방에서 1시간 넘게 버스를 기다리고, 오후 5시에 마치는 금요일에는 다음 버스를 기다리기엔 귀가 시간이 너무 늦기에 보통 엄마가 데리러 온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보다 배는 먼 홍성읍의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 때문에 소영양의 동선은 더 복잡해졌다.

소영양은 이 통학 문제의 해법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는 걸 어림짐작하고 있다. 소영양은 “장곡면에 중학교가 있었다면 확실히 편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그런데 장곡은 아이들이 많이 없으니까요. 초등학교 때처럼 셔틀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무리일 것 같아요. 버스 차편을 조금만 늘려주면 좋겠어요. 아침 7시 20분에 타는 버스 하나만 있어도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기로 한 소영양에게 고등학교 진학 계획을 물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곡면에서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을 가도 접근 가능한 고등학교가 한 곳도 없다. 소영양은 “기숙사가 조건 중의 하나예요. 아무래도 등하교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니까요”라고 했다.

기숙형 학교를 택하는 아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확산한 기숙형 학교는 이 복잡하게 얽힌 통학 문제를 수습하는 뜻밖의 해결사가 됐다. 현재 도농 복합 지역에서는 기숙사가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홍성군만 해도 군내 9개 고등학교 모두에 기숙사가 있다. 기숙형 고교는 2009년 이명박 정부 때를 기점으로 본격 확산했는데, 애초 두 가지를 목표로 했다. 하나는 공부하는 절대 시간을 늘려 도농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역의 통학 불편 해소였다.

2010년대 중반만 해도 교육계를 중심으로 기숙형 학교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숙고로 이어지진 못했다. 당시 우려들은 사춘기 청소년들의 정서발달, 규율 생활로 인해 청소년이 받을 스트레스 등이 주를 이뤘다. 실제 수세기 전부터 기숙학교가 존재했던 영국에서는 기숙학교를 다닌 이들에게 관찰되는 심리적 문제를 ‘기숙학교 증후군’이라는 용어로 부른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의 애착이 끊어진 상태로 규율 속에서 생활했던 기숙학교 졸업생들은 성인이 돼서도 지나치게 감정을 숨기거나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지역소멸과 통학 문제에 등 떠밀리면서 이미 기숙사는 지역의 중학교로도 확산하고 있다. 예컨대 충남 청양군 정산면의 정산중학교는 140여명의 전교생 중 절반가량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2020년 인근 3개면의 중학교 3곳이 기존의 정산중학교로 통폐합되면서, 학교를 신축해 이전하고 기숙사도 마련했다. 면단위의 학교 두 곳이 없어진 만큼 길어진 통학 거리를 기숙사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청양군은 충남도 18개 시·군 중 처음으로 인구 3만명 선이 무너지면서 가장 먼저 소멸위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청양군은 칠갑산을 기준으로 청양읍을 중심으로 한 ‘산서’와 정산면을 중심으로 한 ‘산동’으로 나뉘는데, 4개면의 생활권인 산동지역에는 현재 정산중학교가 유일한 중학교다. 학교는 기숙사 생활이 학생들의 선택에 맡겨져 있다고 하지만, 정산면 밖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기숙사 이외의 선택지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5월 이 지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는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반영돼 있다. 지난 5월 14일 오후 8시 10분쯤, 고등학생 한 명이 집에서 2㎞ 떨어진 정산면 중심지로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가다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학생의 집에서 면 중심지로 가는 길은 일반국도 하나뿐인데, 인도가 없어 비좁은 도로 가장자리로 다녀야 한다. 목적지가 같은 면에 있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은데 왜 위험한 도로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탔을까. 이미 버스 막차가 끊겼기 때문이었다. 청양교통에 따르면 학생의 집 앞 정류장을 오후 6시 45분쯤 지나가는 버스가 정산면 중심지로 가는 마지막 버스다. 저녁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던 학생에게 스케이트보드는 위험하지만 덜 지루한 교통수단이었을지 모른다.

사고 원인은 열악한 교통망

지난 7월 18일 찾은 충북 옥천군 옥천읍 중심지에 전동킥보드 한 대가 쓰러져 있다. 주민들은 중학생 1명이 사망한 전동킥보드 사고 이후, 읍내에 아무렇게나 주차돼 있던 전동킥보드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지난 7월 18일 찾은 충북 옥천군 옥천읍 중심지에 전동킥보드 한 대가 쓰러져 있다. 주민들은 중학생 1명이 사망한 전동킥보드 사고 이후, 읍내에 아무렇게나 주차돼 있던 전동킥보드들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지난 6월 11일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도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오후 9시 30분쯤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중학생 2명이 자동차와 부딪쳐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눈여겨볼 건 옥천군 주민들의 반응이다. 사고를 개인의 교통안전 문제로 치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소년의 교통수단이 없는 지역 교통망의 문제로 논의를 확장했다. 수년 전부터 전동킥보드 확산에 대한 우려와 청소년 이동권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동킥보드는 군청 소재지인 옥천읍에서 청소년·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2021년부터 확산했다. 인구 5만명이 안 되는 옥천군에 전동킥보드 업체가 2곳이나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몇 가지 배경이 작용했다. 관공서, 학교 등이 밀집한 읍 중심부와 주민 거주지역이 애매한 거리를 두고 서로 떨어져 있다. 동시에 대중교통망은 시골버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일단 노선 배치가 읍내를 순환하기보다는 읍에서 면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읍과 면의 여러 지역을 연결하다 보니 노선의 수는 많고, 노선별로 다니는 버스의 수는 하루 1~2대 수준으로 적은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읍의 주거지역에서 읍내로 이동하는 경우 언제 올 지 모를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도보로 이동하는 걸 택했다. ‘2020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를 보면, 옥천군 통학인구(2994명)의 50.4%(1510명)는 도보로 통학했는데 이는 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도보 통학에 걸리는 시간도 짧지 않았다. 도보 통학 인구 중 49.5%(747명)는 15~30분 거리를 걸어 다녔고, 9.1%(137명)는 30~45분 거리를 걸어 다녔다. 전동킥보드가 확산할 만한 조건이 이미 형성돼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옥천군의 고등학교를 졸업한 남정민씨(19)는 “고등학교 다닐 때 킥보드를 타고 하교한 적도 많다. 넘어지거나 위험했던 적도 있긴 하다. 지난달 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읍내에서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경고등이 울린 지도 오래다. 옥천군은 청소년으로 구성돼 청소년 관련 정책을 군에 제안하는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존’을 두고 있다. 청존은 2022년과 2023년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를 지적하며, 공유자전거 등 대체 이동수단 마련을 검토하라고 군청에 촉구했다. 이한나 청존 위원장(16)은 “매년 정책제안서를 10개 내외로 작성하는데 그중 절반 정도가 교통·이동권 관련 문제였다. 전동킥보드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는 이용자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공유자전거 구축 사업을 제안했지만 자전거 도로가 마땅하지 않아 어려움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 옥천읍내는 도로 폭이 좁은 데다 골목길이 교차하는 곳이 많다. 보도도 차도에 끊기는 구간이 많아 공유자전거가 비치되더라도 안전사고 우려는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음 정류장은 소멸

지자체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대응 중이다. 하나는 버스회사의 적자노선 보전을 위한 재정지원이다. 예컨대 홍성군은 지난해 83억8900만원을 홍주여객에 지원했다. 주민들은 과도한 지출에도 버스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점을 들어 준공영제 전환 등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홍성군은 준공영제 전환 시 현재보다 더 많은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리라 보고 난색을 보이고 있다. 다른 방향은 버스를 대체할 이동수단의 마련이다. 홍성군은 일부 면단위에 수요응답형 버스, 마을택시 등을 운영 중이다. 이 방식도 주민 만족도가 그리 높다고 볼 수는 없다. 학령기 자녀를 둔 주민들은 이들 사업이 청소년들보다는 고령층에 주안점을 둔 정책이라 본다. 일례로 수요응답형 버스는 오전 9시부터 운행을 시작하는 데다 정해진 면지역을 벗어날 수 없어 면 경계를 넘어가는 통학에는 적합지 않다.

옥천군은 옥천읍으로 고등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면지역 학생들의 택시비를 지원하고 있다. 옥천군 안내면에서 옥천읍으로 학교·학원에 다니는 고3 김유영양(18)은 “집으로 가는 버스는 오후 7시에 출발하는 차가 막차다. 학원이 오후 10시 넘게 끝나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야간할증이 붙어서 편도에 2만6000원씩 나온다. 월 20만원가량 택시비가 지원되는데 그걸로는 모자란다”고 했다.

교육당국이 나서서 중·고등학교에서도 통학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길 바라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충남교육청은 소규모 학교 통합 요건을 간소화하는 내용의 ‘2024년도 적정규모 학교 육성 추진 계획(안)’을 지난 5월 내놨다. 그간 학교의 통합은 1면 1교의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통폐합 학교 학부모 60% 동의를 받을 것을 전제 조건으로 했다. 이 안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학부모 동의 없이도 통합이 가능해져 효율을 앞세운 지역 학교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더구나 충남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시·군 교육지원청은 통학차량 분석팀을 꾸려 기존 통학차량 노선·예산의 효율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정 효율성을 앞세운 대책은 인구소멸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나무양의 어머니 전미영씨는 반문했다. “학생 수가 30명이 안 되는 인근 면의 초등학교에서도 비용 절감을 위한 통폐합 얘기가 나온다고 들었어요. 경제성의 논리로 학교를 통폐합하면 당장 재정에 이득이 될지 모르지만 그런 사회에서 자란 아이들이 시민이 되었을 때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이 작은 마을과 작은 학교의 따뜻한 돌봄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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