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약해진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원내교섭단체 불발로 주도권 논쟁서 제외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와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7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폭로 및 자백’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와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7월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폭로 및 자백’ 수사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22대 총선이 치러진 지난 4월 10일 저녁,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에 차려진 조국혁신당 개표상황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환호가 터져 나왔다. 조국혁신당이 12∼14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총선 과정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를 제기한 조국혁신당은 야권 압승의 도화선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총선 승리까지 거머쥐었다. 더불어민주당보다 한 발짝 앞서 개혁을 이끌겠다는 ‘쇄빙선’ 전략이 주효해 결국 12석의 비례의석을 만들어냈다.

바로 옆 회의실에 개표상황실을 차린 개혁신당도 새벽녘에 환호성을 질렀다. 이준석 당시 대표가 지역구(경기 화성을)에서 막판에 역전승을 거뒀고, 천하람 원내대표가 천신만고 끝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보수 성향 대안정당으로 맹활약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보수 정당 개편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총선을 치른 지 100일 가까이 지났다. 그런데 제3지대 정당의 존재감은 총선 직후에 가졌던 기대와 달리 극히 미미하다. 거대 양당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을 놓고 국회 법사위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에서 옥신각신하는 동안 제3지대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아졌다. 총선 이후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것이 계속 발목을 잡았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비교섭단체는 논쟁의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결론에 대해서 선택만 할 뿐”이라며 “민주당 안과 국민의힘 안 중에서 선택을 못 하면 양비론으로 몰리고, 한쪽을 선택하면 거대 양당 중 한 당의 2중대라는 비난을 받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주도권 민주당으로

조국혁신당은 최근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주요 논제로 내걸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지난 7월 18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양당제하에서 거대 양당이 대치를 시작하면 정개특위는 아무 소용 없다”며 “하루빨리 교섭단체 구성을 완화하고 정개특위를 소집하자”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은 오는 7월 말 비교섭단체 권리강화 4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조국혁신당이 총선 기간 맨 앞에 내세웠던 검찰개혁의 주도권은 어느새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강경파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법사위’가 해병대 채 상병 관련 특검법 청문회를 주도하더니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 개최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민주당 주도로 4명의 현직검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법사위에 회부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에 앞서 검찰개혁을 이끄는 쇄빙선 역할을 자임했지만, 지금은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의 쇄빙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민주당이 현직 검사 탄핵에까지 나서고 있는데, 조국혁신당이 이보다 더 나선다면 국민여론이 동의하지 못하는 ‘부정적 쇄빙선’이 되는 격”이라고 부연했다. 지금은 민주당보다 더 앞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총선 때 공언한 ‘한동훈 특검법’은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에 밀려 아직 대기 중이다.

이처럼 제3지대의 목소리가 낮아진 양상은 정당 지지율 추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갤럽 정기 여론조사에 의하면 총선 직전 12%까지 오른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총선 이후인 4월과 5월에도 11∼14%를 유지했다. 그러나 22대 국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6월 이후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여의도

개혁신당 지지율도 3∼4%를 오가며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35%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록 3석에 불과하지만 ‘이준석·천하람’이라는 두 청년정치인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는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의 현실 앞에서 미풍에 그치고 있다. 국회 과방위와 기재위에서 각각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두 의원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두 의원은 겸임 상임위인 예결특위와 국회 운영위에 나란히 배정받았지만, 이 역시 개혁신당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김두수 전 개혁신당 대표 정무특보단장은 “지금 국회가 청문회·특검 정국인 만큼 이슈는 제1야당 주도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청문위원이 되지 못한다면 결국 이슈 바깥에 머물러버리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거대 양당 중심으로 굴러가는 구조 속에서 3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개혁신당은 최근 당명 개정 논란으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양향자 전 의원이 주도했던 ‘한국의희망’과의 합당 과정에서 약속한 당명 개정이 불씨로 남았다.

고전하고 있는 개혁신당에 오는 7월 23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친한 갈등에 이어 지지자 간 폭력 사태,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 세력 간 불협화음이 불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 틈을 노리면 개혁신당이 정계 개편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김두수 전 단장은 “2026년 지방선거 때까지 개혁신당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두 정당이 당면한 숙제는 국회 내에서 ‘영향력’ 확보다. 최 소장은 “역대 제3정당이 의석수가 많았다고 해서 영향력이 컸던 것이 아니라 이슈 주도력에서 그 영향력을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20대 국회의 국민의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했음에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원내 교섭에도 이르지 못했던 민주노동당이 과거에 무상급식 등의 이슈를 선점했다는 점을 비교한 것이다. 최 소장은 “조국 전 대표가 내세우는 ‘사회권 선진국’이 예전 민노당의 진보적 이슈에 미칠 만큼의 파괴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두 정당의 원내 활동 의원이 대부분 초선이라는 점도 한계를 만든다. 의정 활동에서 원내 경험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두 정당이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정당이라는 점도 약점이다. 조국 전 대표와 이준석 전 대표라는 두 정치인의 이미지가 이 정당을 원내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조 전 대표는 다시 대표직에 도전하지만, 대법원판결로 감옥에 갈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나 원내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김상일 평론가는 “두 정치인은 이미 총선을 통해 명예회복이란 보상을 받았는데, 이후 국민이 계속 두 정치인에게 보상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치인의 이미지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의제와 이슈를 통해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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