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 아냐…탄핵론에 역풍 안 부는 건 의미심장”

2024.07.22

조기 대선·탄핵 가능성 논란에 대한 전문가 시각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 내걸린 ‘민주당 탄핵 시작입니까’라는 백드롭이 인상적이다. /박민규 선임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뒤에 내걸린 ‘민주당 탄핵 시작입니까’라는 백드롭이 인상적이다. /박민규 선임기자

“시간은 국민의힘이나 보수 편이 아니다.” 시사평론가 공희준 작가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억지로 임기 채우면 어느 세력이 결딴나나. 뻔히 보이지 않나. 그리고 설령 보수 쪽이 말하는 것처럼 이재명이 사법리스크로 낙마한다고 하더라도 대신 나올 후보가 세면 셌지 약한 후보는 아닐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 보수 세력이 가진 가장 큰 공포는 정권을 뺏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이대로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다는 것이다. 보수층의 공포가 한동훈 당대표 대세론까지 이어진 것이다.”

“시간은 보수·국민의힘 편 아니다”

이어지는 공 작가의 말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한동훈이 ‘비윤’의 상징적 인물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국민의힘 당대표 임기는 2년이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은 ‘제가 당대표가 돼야 탄핵을 막을 수 있다’고 반복해 주장하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탄핵을 기정사실로 하는 것이다. 나는 국민의힘에서 기존에 ‘비윤’이라고 불리는 분들, 예컨대 안철수·유승민은 윤 대통령이 임기 5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봐서 이번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반면 한동훈은 윤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으로 봐서 당대표에 출마한 거로 본다.” 독특한 해석이다. 그는 탄핵과 조기 대선이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탄핵이라는 말이 정치권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된 배경을 생각해야 한다. 선거민주주의는 유권자 민심에 대한 권력의 반응이다. 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5%밖에 안 졌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의석수로는 야당에 압도적으로 졌다. 그 성적표를 받고도 권력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선거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민심은 ‘총선으로는 안 바뀌네’라며 대선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뒤에서 수군수군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박근혜처럼 탄핵을 당해 진영이 무너진 상태에서 조기 대선을 치르느냐, 아니면 ‘질서 있는 퇴진’을 통해 진영과 대오를 유지하고 대선을 치르느냐의 차이다. 후자의 경우 보수도 해볼 만하다. 오히려 윤 대통령이 임기를 억지로, 그야말로 다 채우고 대선을 하면 보수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일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내년 가을 정도에 치러야 한다. 내년 가을엔 미국 행정부도 결정돼 있을 테니까. 조기 대선이 치러져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지금처럼 의회권력과 행정권력이 맞서는 문제는 타개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면 민주당도 대놓고 발목잡기를 못 한다. 지금은 행정부든 국회든 다 자기 일을 못 하는 상황이다. 빨리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주간경향은 여러 정치전문가·시사평론가들에게 탄핵 혹은 조기 대선의 가능성에 관해 물었다. 공 작가처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이는 적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설령 민주당 주도로 탄핵이 발의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소가 각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할수록 판사들이 따르는 것은 대세지, 진보나 보수와 같은 이념이 아니다”라며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처럼 민심이 불같이 일어나면 파면이 인용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은 그렇게 민심이 불같이 일어날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탄핵이 일종의 전쟁이라면 아직 진용을 못 갖췄다. 전쟁 준비를 끝내야 본격적인 출격도 가능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장수가 필요하다. 2016~2017년을 돌이켜보면 문재인·안철수·이재명이 튀어나오고 심상정이 따라 나오는 등 장수가 여럿 있었다. 반면 지금은 그 장수가 이재명·조국뿐이다. 두 사람만으로는 부족하다.”

“아직은 때 아냐…탄핵론에 역풍 안 부는 건 의미심장”

리서치뷰가 지난 6월 28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정기조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평가는 ‘잘못함’이 64%, ‘잘함’이 32%를 기록해 부정률이 두 배 높았다. 세부지표가 더 인상적이다. 70대 이상을 제외한 19~60대에서 모두 부정 평가가 높았고, 지역적으로는 전통적으로 보수지지 응답률이 높았던 TK와 강원·부·울·경까지 부정 평가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2.6%,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도 야권의 탄핵 추진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이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의 전망이다. “탄핵은 고도로 민감한 정치적 행위다. 노무현·박근혜라는 두 번의 탄핵 추진이 남긴 트라우마가 진영별로 있어서 섣부른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고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헌법상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 역시 ‘섣부른 탄핵 추진의 역풍 가능성’을 거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전에는 ‘탄핵해야 한다’라는 여론이 높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니 오히려 뒤집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탄핵 찬성이 여론조사에서 70~80%에 달했다. 이 정도면 거의 만장일치로 봐야 한다. 탄핵에 대한 적극 찬성이 거의 70~80% 수준까지 높아지지 않으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더라도 헌재로 가는 과정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그는 야권이 요구하는 ‘윤 대통령 중도하차 또는 탄핵+임기개헌 단축’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위험성 현실화’가 제로섬 양상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내내 갈 것이다. 이재명 대표 재판은 대선 1년 전쯤을 한계선으로 봐야 한다. 대선 1년 안쪽으로 들어가면 사실상 더 이상의 재판 진행은 어려울 것이다. 대체로 2026년 봄 또는 상반기까지인데 다시 말해 지방선거 국면까지 대치국면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야가 극한 ‘강 대 강’으로 대치하는 국면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데엔 대부분 정치전문가가 동의했다.

강 대 강 대치 “오래갈 수밖에 없어”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온라인상의 국민청원이 130만명이 넘었다고 탄핵 여론이 대세가 됐다고 무게를 싣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적어도 국민의 3분의 2 이상 여론이 쏠리는 것이 확인하는 시점이 탄핵이나 조기 대선이라는 솔루션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가능한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이 되는 경우 그 자체로 윤석열 내부 탄핵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 국민청원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탄핵이든 조기 대선이든 가능해지려면 채 상병 특검이든 공수처 조사든 국민적 분노가 일어날 만한 사법적인 유죄가 드러나고, 탄핵에 찬성하는 국회 의석이 200석을 넘어야 한다는 두 가지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라며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봐야 하는데 그럼에도 민주당 일각과 시민사회에서 탄핵을 공공연하게 거론해도 역풍이 불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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