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계기는 추경호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임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감추고 싶은 게 많은 것은 검찰이었습니다
추 전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8일 이임식을 치른 뒤 구설에 올랐습니다. 추 전 장관의 전신사진이나 응원·감사 메시지가 담긴 현수막 7~8개가 준비됐는데, 개수보다 담긴 문구가 논란거리였습니다. 추 전 부총리는 이임식 4개월쯤 뒤 열리는 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에 출마할 예정이었는데 부총리 비서실에서 만든 현수막에는 ‘3관왕, MVP 내 다 물끼다(먹을 거다)’, ‘우리의 로또 추경호’, ‘항상 꽃길만 걸으세요’ 등 응원 문구가 가득 찼습니다.
정희완 주간경향 기자가 이임식 비용이 궁금해 기재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보니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4층 로비에서 열린 추 전 부총리의 이임식에는 495만원이 들어갔습니다. 현수막에만 230만원을 썼고 음향 장비에 165만원, 백드롭(가림막)에 100만원 등을 지불했습니다. 495만원은 전임 홍남기 전 부총리 이임식 비용(17만원)이나 타부처 행사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았습니다.
내친김에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 47개와 공수처·감사원, 대법원·헌재 등 51개 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대체로 수십만원 내지는 100만원대 비용으로 이·취임식을 치렀습니다. 꽃다발 등에 12만~13만원만 쓰고 이·취임식을 끝낸 부처도 있었습니다.
추 전 부총리의 이임식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치르고 싶다는 당사자의 바람에 따라 청사 로비에서 열렸습니다. 실제로 기재부 직원들은 계단에 앉거나 서 있고, 추 전 부총리가 직원들을 올려다보며 발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추 전 부총리의 이임식 비용이 이례적이라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선까지는 부처의 자율을 보장해줄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총선을 의식한 낯 간지러운 응원 문구가 없으면 더 좋았겠지만 말입니다.
더 큰 문제는 세금으로 치러야 하는 관련 비용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감추는 행태입니다. 주간경향이 이·취임식 비용을 알려 달라고 한 51개 기관 중 50개 기관이 답변을 보냈습니다. 유일하게 대검찰청만 ‘정보 부존재’ 그러니까 이·취임식 비용과 관련한 정보가 아예 없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대검찰청 담당자는 “전체 행사비용 중에 얼마가 이·취임식 비용인지 특정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전체 행사비용 중 이·취임식이 열린 날에 집행된 비용만 뽑아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텐데 말입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시민단체가 제기한 특활비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이 사용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과 지출 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영수증을 폐기 처분했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거나, 음식점 상호와 카드 결제시간을 가린 영수증을 제출했습니다. 글씨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흐리게 복사된 영수증도 절반이 넘었습니다. 이번에 보니 검찰이 감추고 싶은 것이 특활비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홍진수 편집장 soo4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