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하게 “정보 없다”는 대검

2024.05.13

[단독] ‘정보 부존재’로 빠져나가…특활비 논란 더욱 거세질 듯

전국 검찰청 2017년 특활비 자료 폐기 싸고 의혹 대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유일했다. 주간경향은 ‘기관장의 이임식 및 취임식에 든 비용을 공개해 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대검은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관련 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정보공개를 청구한 51개 국가 기관 중 대검을 제외한 50개 기관이 기관장의 이·취임식 비용을 공개했다.

대검 측은 “이·취임식 비용을 별도로 작성·관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기관들은 전체 행사 비용에서 이·취임식 비용을 별도로 찾아서 공개했다. 대검의 ‘무성의’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등의 예산 집행과 그 공개를 둘러싼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왜 대검만 자료가 없나

주간경향은 지난 3~4월 국무총리, 51개 주요 국가기관장 등의 이·취임식 비용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 47개(19부·3처·19청·6위원회)와 감사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이 대상이다. 대검은 중앙행정기관에 포함된다.

대검은 지난 4월 2일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대검은 “공공기관이 청구된 정보를 생산·접수하지 않는 경우”라며 “해당 정보는 별도로 작성해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대검 담당자는 통화에서 “이·취임식 비용이 예산항목에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행사비용 예산에서 이·취임식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에 이·취임식 비용만 따로 분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기관장 이임식 및 취임식 소요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정보공개포털 갈무리

대검찰청은 ‘기관장 이임식 및 취임식 소요 비용’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에 ‘정보 부존재’를 통지했다. 정보공개포털 갈무리

예산과목에 이·취임식 비용이 없는 건 맞다. 공개를 결정한 다른 기관은 대부분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지침’에 따라 일반수용비에서 해당 비용을 지출했다. 일반수용비는 행사운영과 소모성 물품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다. 비용을 공개한 한 기관의 관계자는 “이·취임식 비용을 일일이 찾아야 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는 있다”라면서도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말했다. 다른 기관의 관계자도 “디브레인(디지털 예산·회계 시스템)에서 이·취임식의 총비용을 조회하는 건 어렵지 않다”라며 “다만 현수막이나 음향장비 등 세부항목을 구분해서 집계하려면 지급증거서류를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내역을 확인하는 건 다소 까다롭지만, 전체 비용을 파악하는 건 복잡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검의 상급 행정기관인 법무부도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공공기록물법 등에 따라 일반적인 예산·회계 자료는 보존기한이 5년이다. 지난 5년 동안 검찰총장 취임식은 3차례 개최됐다. 윤석열(2019년)·김오수(2021년)·이원석(2022년) 총장이다. 대검 홈페이지에 있는 각 취임식 사진을 보면, 행사장 앞쪽에 취임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소한 현수막 제작에는 비용을 썼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7월 퇴임한 문무일 총장부터 김오수 총장까지는 모두 이임식(퇴임식)을 열지 않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2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퇴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편으로 취임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도현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2022년 9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치고 퇴장하며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뒤편으로 취임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권도현 기자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이·취임식에 들어간 비용은 단순 추출로도 뽑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너무 쉽게 정보 부존재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공개와 달리 정보 부존재는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정 소장은 “비공개를 하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지만, 정보 부존재 통지를 하면 대검은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사라진다. 정보가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시민의 몫이 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정보 부존재는 정보를 숨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특활비 공개 소송서도 “정보 없다” 주장

대검의 이번 정보 부존재 통지는 예산 집행·관리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검찰은 최근 특활비 등과 관련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특활비 공개 관련 소송에서도 ‘정보 부존재’ 카드를 들고나오기도 했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3곳은 2019년 10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특활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등의 집행내역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검찰은 ‘정보가 존재하지만 공개할 수 없다’는 비공개를 통지했고, 시민단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 과정에서 검찰은 특활비 관련 자료가 없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애초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는 비공개를 결정했다가, 재판에서는 돌연 정보 부존재를 주장한 것이다. 시민단체 측은 2020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검을 방문해 일부나마 특활비 자료를 확인한 점 등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료를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명백히 자료가 있는데도 행정부인 검찰이 사법부를 기만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2심을 거쳐 2023년 4월 대법원은 자료 공개 판결을 확정했다. 시민단체는 이 판결을 근거로 대검을 비롯해 전국 67개 모든 검찰청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확대했다. 정보공개 기간도 늘렸다. 다만 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아직 전체 자료를 받지는 못했다.

시민단체 3곳과 뉴스타파 등 6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일단 확보한 자료의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특활비가 오·남용된 사례를 파악했다. 검찰이 특활비를 기밀이 필요한 수사나 정보 활동 외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검사실의 공기청정기 임대, 기념사진 촬영, 농산물 상품권 구입, 휴대전화 요금 납부, 격려금 등에 특활비가 지출됐다. 또 총무과 등 비수사 부서에 지급되기도 했다. 지검장들이 자리를 옮기기 전에 특활비를 몰아서 쓴 정황도 나왔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2023년 6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연 ‘검찰 특수활동비 등 정보공개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도 2023년 6월 검찰청 내 민원실에 특활비를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단체 측은 “민원실은 기밀 수사와 무관하게 서류 접수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라며 “이 총장이 전국 검찰청의 민원실에 특활비를 지급했다면 최소 수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대검은 “민원부서는 검찰 수사관이 근무하면서 수사·정보수집 활동과 직접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다”라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는 특활비 공개 판결에 따라 올해부터 매달 대검에 특활비 자료의 정보공개를 청구하려 했다. 그러나 대검은 2023년 6월 자료부터 다시 비공개 통지를 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재차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제2의 특활비’로 불리는 특정업무경비도 수사 활동과 무관하게 간담회나 음악동호회 회식 등에 집행됐다. 업무추진비도 홈페이지에 공개된 내용과 실제 사용 내역이 다른 사례도 발견됐다. 검찰이 법원의 판결과 달리 음식점 상호나 결제 시간까지 가린 채 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특히 전국 59개 검찰청에서 2017년 특정 기간의 특활비 자료가 폐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민단체는 폐기 절차를 밟지 않은 ‘불법 폐기’로 본다. 이에 따라 검찰의 특활비 등 예산의 오·남용과 불법 폐기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주장한다. 하 변호사는 “특활비 등을 목적과 다르게 쓴 건 세금 유용이다.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에 해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지난 2월 민원실에 특활비를 지급한 이원석 총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들이 특활비를 과다하게 지급했고, 오·남용 사실을 숨기는 데 관여했다고 민주당 측은 주장했다.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정권 때는 아무 문제 없던 특활비가 정권이 바뀌고 나니 갑자기 불법 유용으로 둔갑했다는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맞섰다.

검찰의 특활비 문제 개선은 검찰개혁의 첫 단추이자 동력이 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하승수 변호사는 “수사·기소 분리 등 여러 검찰개혁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는 검찰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검찰은 ‘무소불위’라서 개혁이 쉽지 않다”라며 “이런 저항을 뚫으려면 검찰의 아킬레스건인 특활비의 개혁을 꺼내 들어야 한다. 그러면 다른 개혁 과제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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