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비상행동 등 ‘마지막 화력발전소’ 상업운전 계획 중단 촉구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포스코 자회사가 건설…탈석탄 흐름 역행
“편리는 대가를 원합니다. 그 대가가 우리 미래세대의, 자식들의 것이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그랬다면 미래세대에게 미안함과 염치를 가져야 합니다.”(하태성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동해삼척 기후위기비상행동 상임대표)
‘지구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4월 20일 강원도 삼척에서 국내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 삼척블루파워 1호기의 상업운전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애초 삼척블루파워 1호기는 4월 19일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봄철 미세먼지 저감 대책의 하나로 운영이 연기됐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의 자회사가 건설 중인 삼척블루파워는 1호기가 5월 중, 2호기가 9월 중 완공돼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척블루파워의 가동은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을 줄이자는 기후위기 시대의 국제사회 흐름에 반한다. 환경부는 지난 4월 7일 총선을 앞두고 핵발전 정책을 강조하며 전력 부문에서 약 1000만t(2022~2023년)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삼척블루파워가 가동되면 연간 내뿜는 온실가스양은 약 130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발전소 하나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수포가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한국은 2021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2050년까지 ‘탈석탄’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삼척블루파워의 수명은 30년으로 2054년에야 가동을 마친다. 그럼에도 녹색성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가 될 삼척블루파워 건설을 허가했고,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는 사업계획을 그대로 뒀으며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겠다던 윤석열 정부에서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역사회의 피해도 크다. 포스코가 삼척 맹방해변에 유연탄 하역장을 지으면서 해안침식이 진행되는 등 해변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재킷 사진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관광명소로 발돋움했던 바로 그 해변이다. 이 발전소가 내뿜을 대기오염물질도 문제다.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일반적인 미세먼지보다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게다가 삼척화력발전소 건설 터와 삼척 시내 중심부는 불과 5㎞ 떨어져 있다.
이날 집회는 기후위기비상행동, 석탄을넘어서, 탈석탄법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했고, 전국의 시민들과 삼척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역장 공사로 훼손된 맹방해변을 돌아보고, 삼척블루파워 본사 앞에서 집회한 뒤 삼척 거리를 행진했다. 이날 발표한 선언문에서 이들은 “삼척블루파워 사업 중단과 1.5도 목표(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이상 오르지 않게 하자는 국제기후조약의 목표)에 부합하는 탈석탄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라며 “고착화된 화석연료체제를 유지하려 하는 이들의 흐름에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