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턴트맨-끝없이 이어지는 스턴트 액션, 눈요기는 충족

2024.04.29

별생각 없이 시간을 후딱 보낼 수 있는 영화다. 지루할 틈 없이 영화는 액션과 미스터리, 코미디와 드라마를 버무려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인상은 짜고 치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아아, 그 무렵이었지’ 하다가 ‘좀 더 위(1970년대 후반)로 거슬러 올라가는데’라고 생각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돌아와 찾아보니 발표 시점은 1979년, 그룹 키스의 ‘I was made for loving you’가 나온 때다. 영화의 시작부터 하이라이트에 이르기까지 깔리는 메인 테마곡이다.

영화의 원제는 <폴가이>(The Fall guy), 직역하자면 ‘추락남’쯤인데 왜 한국 개봉 제목은 <스턴트맨>일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1980년대 초반 제작된 원작 TV시리즈가 있었다. 그때 한국 제목이 <스턴트맨>이었다. 한국 KBS 2TV에서 방영했고, <6백만불의 사나이> 리 메이저스가 주연이었다. 주인공과 주인공의 사촌 동생 키드, 그리고 동료 ‘스턴트우먼’이자 ‘썸’을 타는 조디와 함께 현상금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TV 액션 시리즈였다. 스턴트 현장에서 익힌 액션 기술을 활용해 악당들을 물리치면 매회 에피소드가 끝나는 전형적인 액션 장르물이었다.

1980년대 TV시리즈를 영화화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콜트 역엔 라이언 고슬링이, 조디 역엔 에밀리 블런트가 나온다. 영화판에서 조디는 스턴트우먼이 아니라 촬영감독이다. 콜트는 ‘대배우’ 톰 라이더의 ‘스턴트 더블’ 말하자면 위험한 액션 장면에서 대역을 전문적으로 맡는 스턴트맨이다.

조디와 콜트의 ‘썸’이 사랑으로 발전하기 직전, 콜트는 공중에 매달린 밧줄에서 추락해 허리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뒤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2년 뒤. 대리주차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콜트에게 영화 프로듀서이자 톰 라이더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게일이 연락한다. 톰 라이더의 대역을 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 역을 해낼 사람은 콜트밖에 없어 감독이 찾고 있다고. 그리고 그 감독은? 잘될 뻔하다가 사이가 멀어진 조디였다.

막상 현장에 복귀해 보니 콜트를 찾는 건 조디가 아니었다. 게일은 조디의 감독 데뷔작인 블록버스터 스페이스 오페라 영화의 주역을 맡은 톰 라이더가 실종돼 평소 그의 행적을 잘 아는 콜트에게 찾는 일을 의뢰하려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옛 연인의 데뷔작인데 망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지 않겠냐며. ‘대배우’ 톰 라이더를 찾아가는 와중에 그는 뜻밖의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현재지만 1980년대 감성을 깔고 있다. 주인공은 작업복처럼 등에 ‘마이애미 바이스 스턴트맨’이라고 적힌 재킷에 집착하는데 호주 시드니가 배경인 이 영화의 보트 추격 장면엔 역시 1980년대 중반 TV시리즈로 유명한 <마이애미 바이스>의 테마곡인 동명의 연주곡이 흘러나온다.

머리 비우고 보기 좋은 팝콘 영화

영화 홍보사가 내놓은 자료를 훑어보니 팝콘 무비라는 표현이 눈에 띈다. 맞다. 별생각 없이 시간을 후딱 보낼 수 있는 영화다. 지루할 틈 없이 영화는 액션과 미스터리, 코미디와 드라마를 버무려 놓았다. 스턴트맨 출신 감독이다 보니 관객들이 눈요기로 삼을 만한 자동차 추격 장면, 폭발과 격투, 총격전을 끝없이 나열한다. 등을 돌렸다가 신뢰를 되찾아가는 남녀 주인공을 화면 분할과 같은 기법으로 표현하는 것도 영민한 연출이다. 영화가 풍자하는 실제 인물이 누군가라는 의문에 선제적으로 톰 크루즈를 언급한다든가, 이 코너에서 지난번 소개한 조니 뎁과 앰버 허드가 벌인 ‘세기의 소송’을 무심한 듯 시크하게 거론하고 넘어가는 것도 깨알 같은 재미다(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인터넷 무비 데이터베이스의 트리비아(trivia) 코너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멀리 비행기를 타고 호주까지 날아온 콜트가 별다른 설명 없이 GMC 4X4 픽업트럭을 모는 장면은 원작 TV시리즈 <폴가이>의 주인공 콜트가 몰던 같은 GMC 픽업트럭모델에 대한 오마주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인상은 짜고 치며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는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다양한 스턴트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고난도의 서커스 묘기를 소화하는 라이언 고슬링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엔딩 장면에는 그 스턴트 장면을 찍는 모습들이 마치 톰 크루즈나 1980년대 성룡 액션 영화처럼 덧붙여져 있다. 실제 위험한 장면은 대역을 쓴 듯하다.

제목: 스턴트맨(The Fall Guy)

제작연도: 2024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26분

장르: 액션, 코미디, 멜로/로맨스

감독: 데이빗 레이치

출연: 라이언 고슬링, 에밀리 블런트, 애런 존슨, 한나 웨딩햄, 윈스턴 듀크, 스테파니 수, 테레사 팔머

개봉: 2024년 5월 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처스

톰 크루즈 스턴트 대역 사진의 진실

/Ong Hiu Woo 페이스북

/Ong Hiu Woo 페이스북

사실 앞의 리뷰에서 일부러 ‘대배우’라는 표현을 썼는데 영화 속 영화, 즉 콜트가 대역 스턴트를 했던 ‘유명 액션 배우’의 이름, 톰 라이더에서 연상되는 배우가 있다.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 대부분이 톰 크루즈를 떠올릴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에서 스턴트맨을 쓰지 않고 직접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톰 크루즈가 실제로는 스턴트 액션신을 두려워하고 위험한 역할은 다 대역을 썼던 거라고? 시사회를 보고 나와 다른 영화평론가들과 의견을 나눴다. “톰 크루즈 대역 쓰는 거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톰 크루즈 대역으로 검색엔진에 쳐봐요. 톰 크루즈와 똑같이 닮은 사람들과 찍은 사진들도 나올 텐데.” 음. 정말 그랬던 건가. <미션 임파서블 2>(2000)의 오프닝 암벽등반 장면을 찍을 때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이 톰 크루즈가 맨몸으로 직접 도전해 감독이었던 오우삼이 “주연배우인 당신이 그러다 추락사하면 어떻게 하냐”고 극구 말렸다는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나. 실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2018) 때는 건물 사이를 건너뛰는 장면을 찍다가 다리를 접질려 부러지는 사고까지 당했는데.

위 영화평론가 말대로 ‘톰 크루즈 스턴트 더블’로 검색해 보니 정말로 똑같이 생긴 ‘톰 크루즈들’이 나란히 서서 빙긋 웃는 사진이 여러 장 나온다. 지금까지 필자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까. 더 찾다 보니 이 사진들에 대한 팩트체크 글이 나온다. 결론적으로 ‘톰 크루즈와 대역배우들’ 기념사진으로 알려진 사진들은 진짜가 아니다. 사진들은 2023년 6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우옹위(Ong Hiu Woo)라는 디지털 아티스트가 AI 이미지 생성프로그램인 ‘미드저니’로 만들었다. 톰 크루즈의 스턴트 대역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톰 크루즈와 스턴트 대역 배우들의 사진은 여러 장이 생성돼 있는데 우옹위가 자신이 만들어낸 이미지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면, 또는 미드저니 아카이브에 해당 사진이 저장돼 있지 않았다면 많은 사람이 속고 넘어갈 만한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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