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지만 화려한 초록색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2024.04.01

딩동. 새벽 배송이 왔다. 국민의힘은 다른 정당보다 부지런히 기후공약을 마련해 미래 택배 1호, 2호라는 라벨을 붙여 야심만만하게 배송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풀어보니, 아뿔싸. 겉은 화려한 초록색 포장지인데, 뭔가 의심쩍은 것이 담겼네. 이런 것을 그린워싱이라고 하나.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기후위기대응기금 규모 두 배(2027년 5조원) 조성’은 국민의힘의 대표 기후공약이다. 재원은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을 확대해 확보하겠다고 했다. 5조원은 한국 GDP(약 2000조원)의 0.25% 정도에 불과해 턱없이 부족하나, 그나마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2024년 기후대응기금이 지난해 예산보다 약 1조원 삭감됐으며, 이유는 주로 배출권 예상 수입이 큰 폭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작년 3월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이 거의 없다. 더군다나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산업 부문 감축률만 14.5%에서 11.4%로 유일하게 낮췄다. 그동안 이러한 정책을 지지해온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180도 변모해 그나마 줄어든 기후대응기금을 5조원까지 확대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은 확충한 재원을 기후산업 육성, 기술개발 등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은 단순히 산업 전환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지역경제 전환,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전환으로 피해를 받는 노동자·지역에 대한 일자리 전환·창출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삭감하며, 특히 공공건축물 그린 리모델링 지원사업을 축소했다. 산업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공공자금 투여가 없으면 전환이 어려운 취약한 영역이 있다. 그런데 공공인프라 조성 및 정의로운 전환에 사용돼야 할 기금을 줄이면, 그만큼의 충격은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 고스란히 부담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확대한 기금의 사용처에서 이 부분을 공공연하게 배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른 정당보다 부지런히 기후공약을 마련해 미래 택배 1호, 2호라는 라벨을 붙여 야심만만하게 배송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풀어보니, 아뿔싸. 겉은 화려한 초록색 포장지인데, 뭔가 의심쩍은 것이 담겼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해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지켜내겠다는 정책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윤석열 정부의 애초 공약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조화로운 탄소중립을 추진하겠다던 윤석열 정부는 2024년 원전 지원 예산을 전년보다 1498% 늘리고, 재생에너지 지원 예산을 43% 삭감했다. 이미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본 재탕 공약일 뿐 아니라 애당초 변동성 전원인 태양광과 경직성 전원인 원전은 성격상 조화롭기 어렵다.

그 외에도 줄어들고 있는 전기차 지원금, 시행일까지 어기며 후퇴하고 있는 플라스틱 정책 등을 앞으로 강력하게 시행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까? 선거 앞에 기후위기대응 전도사가 된 국민의힘은 먼저 현 정부에 동조해온 그간의 행보에 대한 해명과 기후환경정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전시킬지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