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를 취재하다 들은 내용 중 오래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카페 건축’. 몇 년 전부터 건축계에서 유행하는 말이란다. 대략 짐작하는 의미가 맞다. 예쁘고 멋진, 요즘 말로 치면 ‘팬시’하고 ‘힙’한 카페를 짓는 흐름을 가리킨다.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근교에 보면 이렇게 카페 건축 방식으로 지은 멋진 카페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대개 규모가 크고 주차장이 잘 구비돼 있다. 전망 좋은 산자락이나 탁 트인 강변에 있어 주말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건축계에선 카페 건축을 바라보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공존한다. 카페 건축의 개념을 보다 확장해보자. 이태원길·가로수길·성수동길 등에 들어선 힙한 상점이나 카페, 술집, ‘팝업 스토어’ 등도 넓게 보면 카페 건축에 해당한다. 카페 건축은 그 자체로 ‘돈’이 된다. 건축업계가 반기는 이유다.
아동·청소년 등 미래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들 세대가 당장 카페 건축을 이용할 일은 별로 없다. 오히려 카페 건축이 성행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훗날 겪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치솟는 임대료 등으로 나타나는 ‘젠트리피케이션’, 일정 소득수준이 아니면 값비싼 카페 건축물을 이용하기조차 어렵게 되는 소득 격차 문제 등이다. 카페 건축이 도시미관과 상권 흥행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미래세대를 위한 공간 개념은 아니란 얘기다. 그래서 한 건축가는 “카페 건축 자체는 단지 ‘현재를 소비하기 위한’ 공간”이라고 우려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하루가 멀다고 개발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기준 용적률의 300%도 부족해 500%까지 ‘화끈하게’ 쏘겠단다. 30층, 50층을 맘껏 지으라고 부추긴다. 도심의 하늘도 어디까지나 미래의 공동자산이다. 그렇게 마구 지어대 무얼 남겨주려 하는 걸까. 한 책 제목처럼, 어쩌면 우리는 현재도 모자라 ‘미래를 가져다 쓰는 중’인지도 모른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