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최대 인구대국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예견됐던 일이지만 중국의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구 역전 시기가 앞당겨졌다.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측면에서 중국 경제성장을 견인해 온 막대한 인구의 감소는 중국경제뿐 아니라 세계경제에도 암울한 영향을 미치리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각 지방정부는 충격 속에서 산아제한 완전 철폐와 출산·육아 보조금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인구 감소 추이를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인구 데드크로스’…61년 만의 인구 감소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인구통계를 보면 지난해 중국 전체 31개 성·시·자치구의 인구는 14억1175만명으로 전년보다 85만명 감소했다. 중국의 인구 감소는 대기근의 여파로 인구가 줄었던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1961년 인구 감소가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 운동’ 실패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던 반면 지난해 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출생률 저하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올해 중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될 수 있다고 예상해 왔지만, 지난해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인구 감소 시기가 더 앞당겨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인구 감소가 당국의 예상보다 9~10년 일찍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 처음 연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서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956만명으로 전년(1062만명)보다 106만명 감소해 1961년 이후 처음 10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출생률은 0.677%(인구 1000명당 6.77명)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래 최저치였다. 사망인구는 모두 1041만명으로 전년(1014만명)에 비해 27만명이 늘었다. 사망률도 약간 높아지기는 했지만, 출생인구가 더 크게 감소했기 때문에 인구 자연증가율이 -0.06%를 나타냈다. 중국의 출생인구 감소는 장기적인 추이다. 2016년 1883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한 해 출생아 수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감소해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이에 따른 전체인구 감소 추이도 장기화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성장 동력 약화, 세계경제에도 영향 인구 감소는 중국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14억에 이르는 막대한 인구는 생산과 소비 등 모든 영역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한 주요 동력이었다. 출생률과 인구 감소는 노동 가능 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산업 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집계한 지난해 16~59세 노동연령인구는 8억7556만명으로 전년(8억8222만명)보다 666만명 감소했다.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1년 62.5%에서 지난해 62.0%로 낮아졌다.
인구 감소는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수출과 개혁개방을 지속하면서도 내수 확대를 중심에 놓는 ‘쌍순환’ 전략을 펴고 있다. 인구가 감소하면 내수 확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인구 감소는 이 밖에도 고령화 추세에 따른 노인 부양비 증가 등 부대적인 지출을 가져온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난해 2억800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9.8%를 차지해 전년보다 비중이 0.9%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중국 노인 인구가 4억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급격한 노인부양비 증가와 연금 고갈 등의 문제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의 이 같은 인구 위기 영향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는 “중국은 지난 수십년간 노동연령인구의 증가로 세계의 공장이 됐고 태양 전지판의 70%, 농업 기계의 60%, 로봇의 25%가 중국에서 만들어졌다”며 “중국의 제조 능력과 공급망에서의 중요한 위치 때문에 중국 노동연령인구 감소는 세계경제에 크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노동력 감소로 중국경제는 생산성 증대가 둔화되고 과거처럼 세계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는 전 세계에 심각한 연쇄효과를 가져오리라고 전망했다.
출산 지원책 쏟아지지만 ‘백약이 무효’ 중국은 지난해 인구통계 발표 후 큰 충격 속에서 지방정부 차원의 결혼·출산 장려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 인구가 5번째로 많은 쓰촨(四川)성은 올해 들어 산아제한을 완전히 폐지하고 미혼자에게도 자녀 등록과 양육을 허용하는 정책을 내놨다. 등록 자녀 수 제한을 없애고 기혼자가 아니어도 자녀를 등록해 육아 휴직 등 출산·양육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간쑤(甘肅)성과 산시(山西)성 정부는 결혼과 출생률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2월부터 신혼부부에게 주는 유급 휴가 기간을 3일에서 30일로 늘리기로 했다.
현금 지원책도 쏟아진다. 윈난(云南)성은 올해부터 각 가정에 자녀 수에 따라 최대 5000위안(약 94만원)의 출산 보조금을 주고, 둘째와 셋째 아이에 대해서는 3세가 될 때까지 1인당 연간 800위안(약 15만원)의 육아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또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얼빈(哈爾濱)시 등에서는 둘째 또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면 3세가 될 때까지 매월 최대 1000위안(약 19만원)의 육아 보조급을 지급하는 정책을 내놨다.
이런 유인책들이 실제 인구 감소를 막는 데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젊은층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가족계획협회와 인구·발전연구센터 등이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80년대 22세에서 2020년 26.3세로 높아졌다. 또 가임기 여성의 출산 예정 자녀 수는 2017년 1.76명에서 2021년 1.64명으로 줄었다. 1990년생과 2000년대생의 출산 예정 자녀 수는 2021년 기준으로 각각 1.54명과 1.48명에 그쳤다. 동시에 평생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의 비율도 2015년 6.1%에서 2020년에는 10% 가까이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다른 나라들의 인구 감소 사례와 출산·육아 지원책 등을 소개하면서 “수년 동안 인구 감소와 씨름해온 많은 나라는 역사적으로 일단 인구 감소의 문턱에 들어서면 정부가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공식 종료하고 현금 인센티브와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줬지만 출생률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이 모든 것이 중국 인구가 계속 줄어드리라는 걸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ang.c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