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희롱 사건에도 예방교육 손 놓은 남도학숙

정희완 기자
2023.02.27

정기감사서 미이수자 방치 드러나…성희롱 공익소송 피해자에 소송비용 청구도

남도학숙이 2015년 직장 내 성희롱 사건 발생 이후에도 구성원들의 성희롱 예방 등 법정교육 이수 여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라남도가 지난해 남도학숙을 상대로 실시한 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적발됐다. 남도학숙은 광주·전남 출신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재경 기숙시설이다. 광주시와 전라남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지난 2월 1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남도학숙 동작관 건물 입구에 ‘인재양성의 요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정희완 기자

지난 2월 16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있는 남도학숙 동작관 건물 입구에 ‘인재양성의 요람’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 정희완 기자

남도학숙은 또 최근 성희롱 피해자를 상대로 소송비용을 받아내기 위한 절차를 밟으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피해자는 남도학숙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지만 일부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남도학숙은 이를 근거로 피해자에게 청구할 소송비용을 확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소송비용은 피해자가 인정받은 손해배상 액수보다 많다. 피해자 측은 “공익제보자의 입을 막으려는 행위”라며 신청 철회를 촉구했다.

이번 사태는 공익소송의 경우 ‘패소자부담 원칙’ 적용의 예외로 둬야 한다는 지속적인 소송비용 제도 개선 목소리의 연장선에 있다. 현재 민사소송법은 일률적으로 소송의 패소자가 상대방의 소송비용까지 물도록 규정한다. 국회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광주시와 전라남도 측은 “소송비용 확정 신청은 법에 정해진 절차를 따르는 것일 뿐”이라며 “소송비용 확정 이후 실제 비용을 추심할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성희롱 등 예방교육 이수 미흡 전라남도가 2022년 9월 공개한 남도장학회(남도학숙을 위탁 운영하는 재단법인)의 정기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남도학숙의 법정교육 미이수 실태가 담겼다. 이번 감사는 같은 해 6월에 진행했다.

전라남도는 우선 2015년에 남도학숙에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런데도 2019~2021년 3년 동안 직장 내 법정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인원이 총 119명(중복 포함)이라고 지적했다. 법정교육은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직장 내 괴롭힘 등의 예방과 장애인 인식 개선 등 6개 분야이다.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령’ 등에 근거해 기관은 소속 직원들을 대상으로 매년 1회 이상, 1시간 이상 예방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이런 교육은 직장 내에서 성희롱 등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예방책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에는 교육대상 234명 중 65명(28%), 2020년은 286명 중 39명(14%), 2021년은 330명 중 15명(5%) 등이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라남도는 “119명의 소속 직원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있는데도 (남도학숙이) 이를 독려하거나 이수 현황을 점검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라며 “이로 인해 직장 법정교육을 통해 양성평등 실현과 직무능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법령 취지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전라남도는 남도장학회 이사장에게 “앞으로 직장 법정교육 이수자 관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남도장학회는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가 공동이사장을 맡고 있다. 남도학숙은 이런 감사 결과를 두고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원, 남도학숙 책임 인정 전라남도가 감사 결과 보고서에서 언급한 남도학숙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둘러싼 문제는 8년이 다 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성희롱 피해자 A씨는 2014년 4월 남도학숙에 입사해 시보를 거쳐 그해 10월 정직원이 됐다. A씨는 2015년 5월 직장 상사인 B씨가 수차례 성희롱 등을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2016년 3월 A씨의 성희롱 피해를 인정했다. B씨가 A씨에게 핫팩을 가슴에 품고 다니라는 취지로 말하고, 회식 자리에서 원장 옆자리에 앉아 음식·술 시중을 들게 한 행위 등을 성희롱으로 판단했다. 남도학숙도 인사위원회를 열어 B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단독]성희롱 사건에도 예방교육 손 놓은 남도학숙

남도학숙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기존과 다른 업무를 맡겼다. 그런데 업무 공간은 전면이 유리로 된 독방이었다. A씨는 다른 직원들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등 2차 피해를 호소했다.

이에 A씨는 남도학숙과 B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김진철 판사는 2018년 1월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보지 않았다. 가해자 B씨도 A씨의 소송에 대응해 A씨를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A씨만 항소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박영호 부장판사)는 2019년 6월 B씨의 성희롱과 남도학숙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B씨와 남도학숙이 공동으로 A씨에게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B씨의 행위를 두고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행위로 법에서 정의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B씨가 회식 자리에서 다른 남성 직원들도 주변에 있었는데 굳이 멀리 떨어진 A씨에게 원장 옆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한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로서는 B씨가 원장 옆자리에서 상급자의 시중을 들거나 적어도 분위기를 맞춰줄 여성 직원이 필요해 A씨를 부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술 시중을 들라’는 요구가 없었더라도 B씨의 행위는 직장 내 성차별적 언행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도학숙은 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는 등 사무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라며 사용자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의 2차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2022년 8월 원심의 판결을 확정했다.

“공익소송의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 철회하라” 남도학숙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열흘 뒤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상대방에게서 소송비용을 받기 위해 거치는 절차다. 법원에서 소송비용을 최종확정하면 이를 근거로 추심을 할 수 있게 된다. 남도학숙은 A씨가 부담할 소송비용을 총 380만원으로 책정했다. A씨의 성희롱 피해 배상액인 300만원보다 80만원 더 많은 액수다.

남도학숙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2015년 문제를 제기한 뒤 남도학숙 내 독방에서 혼자 근무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남도학숙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2015년 문제를 제기한 뒤 남도학숙 내 독방에서 혼자 근무하는 모습 / 경향신문 자료사진

남도학숙 피해자를 지지하는 시민사회단체 240여곳은 이번 소송이 공익소송이기 때문에 공공기관인 남도학숙이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공익제보자의 입을 막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수년간 법적 공방으로 지칠 대로 지친 피해자를 다시 좌절시켰다”고 했다. 가해자 B씨는 A씨가 성희롱 사건을 언론에 제보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 청구 맞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A씨가 기자들에게 말한 내용은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이라는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에 대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A씨 측은 소송비용 확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법원에 의견서도 제출했다. 남도학숙이 주장한 소송비용은 부당하므로 감면을 요청한다는 내용이다. 공익소송에 해당한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A씨 측은 “직장 내 성희롱과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남도학숙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시정조치를 요구했지만 해결되지 않아 불가피하게 민사소송을 시작한 것”이라며 “공익적인 성격을 더 많이 띠고 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남도학숙이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성희롱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하며 진심어린 위로와 유감을 표한다’는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던 점도 A씨 측은 거론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시인하는 행동과 달리 성희롱 피해자에게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제기하는 건 모순된 태도”라며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고통을 줘서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게 하려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A씨가 업무상 질병이 낫지 않아 회사에 복귀하지 못함으로써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이라는 점도 의견서에 기술했다. A씨는 성희롱 및 2차 피해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근거로 산재 요양을 신청해 2017년 6월 승인받았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사에서 한 위원은 “가해자에 대한 조치 미흡이 A씨에게 또 다른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던 점, 보호받지 못한 경험이 또 다른 피해의 가능성으로 연결되면서 불안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또 “독방의 공간적, 구조적 구조가 소외와 고립을 가중시키는 인위적인 인사관리로 판단된다”라며 “동료의 지지 부족 등 조직문화는 이미 심리적으로 미약하고 불안한 상태에 악영향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위원이 이와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

반면 남도학숙은 산재 심사 과정에서 “피해자는 오히려 남도학숙과 직원들”이라고 주장했다. 산재 승인 이후에는 요양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A씨는 2020년 1월 질병 휴직을 마치고 복직했지만 따돌림이 여전했다고 한다. 상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A씨는 산재 재요양을 신청했고 2021년 10월 승인됐다. 최초 산재 인정보다 재요양의 승인 여부가 훨씬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A씨 측은 의견서에 남도학숙의 부당한 조치로 인해 급여를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점도 토로했다. 남도학숙은 2016년 12월 말 갑자기 ‘임직원 복무지침’을 개정했다. 여기엔 ‘전염병 또는 정신병으로 인한 치료 및 진료는 병가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새로 생겼다. 당시 A씨가 성희롱 및 2차 피해로 인한 정신질환이 악화돼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못하던 때였다. 개정안 시행 이후 A씨의 병가는 결근으로 처리돼 급여가 삭감됐다.

이 때문에 남도학숙이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한 A씨를 겨냥해 복무지침을 개정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2022년 10월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신경정신과 질환자에 대한 굉장히 차별적이고 인권 침해적인 내용”이라며 “A씨를 탄압하기 위한 보복성 조치로 의도적으로 규정을 신설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광주시·전남도가 이런 내용을 삭제하라고 남도학숙에 여러 차례 권고했다. 그러나 복무지침을 개정하고 약 6년이 지난 뒤인 2022년 10월 26일에야 해당 규정이 삭제됐다.

남도학숙을 위탁 운영하는 남도장학회의 이사장인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 이준헌 기자·국회사진기자단

남도학숙을 위탁 운영하는 남도장학회의 이사장인 강기정 광주시장(왼쪽)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 이준헌 기자·국회사진기자단

소송비용 회수 포기하나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10월 ‘공공기관 소송비용 업무처리 개선’을 위한 방안을 공공기관에 권고했다. 권익위는 공익소송은 소송비용 회수의 예외로 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서울시는 2022년 11월 ‘소송사무 등의 처리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공익소송은 소송비용 회수를 포기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광주시와 전라남도에는 아직 이런 규정이 없다. 다만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남도학숙이 받을 소송비용이 법원에서 확정되더라도 반드시 A씨로부터 소송비용을 회수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에서 소송비용이 확정된 이후 A씨에게 실제 비용을 추심할지 여부는 별도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소송비용 확정 신청을 근거 없이 철회하면 담당자들이 향후 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징계처분까지 받을 수 있다”라며 “피해자를 힘들게 하거나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광주시·전라남도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2002년 한 지방자치단체가 공익소송을 이유로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가 5년 후 뒤집은 사례도 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광주시와 전라남도는 공익소송은 예외로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추후 이런 규정이 생긴다고 해도 이번 남도학숙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광주시는 밝히고 있다. 최근 광주시는 뒤늦게 공익소송을 소송비용 회수의 예외로 두는 내용을 담은 ‘소송사무처리 규칙’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3~4월쯤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2월 15일 통화에서 “해당 규칙은 광주시 또는 시장, 그리고 소속 기관의 장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시가 출자·출연한 기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아 남도학숙에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이번 남도학숙이 법원에 제출한 소송비용액 확정 신청서에는 신청인이 남도장학회로 기재돼 있다. 장학회의 대표자 이사장 자격으로 강기정 광주시장의 이름도 신청인으로 올라가 있다. 이 때문에 남도학숙의 소송비용 확정 신청 사건에도 광주시의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반론이 나온다. A씨의 대리인인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그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면 광주시가 밝혀온 ‘소송비용이 결정되면 감면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은 그저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오락가락하고 불분명한 행보 때문에 피해자가 해당 기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익소송에서도 예외 없이 소송비용을 패소자가 부담토록 하는 민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전지현 기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해 7월 1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공익소송에서도 예외 없이 소송비용을 패소자가 부담토록 하는 민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 전지현 기자

법 개정안은 국회 계류 중 소송비용은 변호사 수임료, 인지대, 송달료 등으로 이뤄진다. 보통 변호사 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법원 규칙에는 변호사 비용을 감액할 수 있는 규정이 존재한다.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사건의 공익성 여부가 명시적인 감액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이번 남도학숙의 소송비용 확정 절차에서도 공익성이 비용 산정에 영향을 끼칠 여지는 적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원이 남도학숙의 신청을 그대로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A씨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광주시·전라남도에 소송비용 확정 신청 자체를 철회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 등 때문이다.

다른 사례를 봐도 그렇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2명이 지하철 역사의 승강장과 열차 사이 단차가 이동권을 제한한다며 2019년 7월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차별구제’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종 패소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장애인 2명에게 소송비용 1000만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이런 점에 비춰 공익소송의 비용 부담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울 가장 확실한 해법은 국회가 나서는 것이다. 민사소송법과 국가소송법을 개정해 공익소송은 패소자부담 원칙의 예외로 둔다는 내용을 신설하면 된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2021년 4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6월 각각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2020년 2월 비슷한 내용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예외 없이 패소자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민사소송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취지의 헌법소원심판 사건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획일적인 패소자부담 원칙 때문에 금전적 이유 등으로 공익소송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시민사회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는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공익소송에서 승소하면 그 이익은 시민 다수에게 돌아가지만, 패소하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비용을 모두 떠안아야 한다. 남도학숙의 A씨 사례처럼 공익소송을 제기하는 쪽은 사회적 약자나 일반 시민 등이다. 상대방은 대개 국가·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 권력과 전문성 있는 조직을 가진 집단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14일 관련 입장을 묻는 주간경향의 질의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사실상 반대 견해를 밝혔다. 공익소송의 개념이 모호한 점, 형평성 원칙에 반하는 점, 대법원 규칙에 이미 감액할 수 있는 근거가 있어 실익이 적은 점, 남소가 만연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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