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세계적으로 물가 인상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악재가 여전히 우리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언제나 경기를 반영한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상황에는 예외 없이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가 급감하고 매매 및 전세가 모두 급락세를 보이는 주택시장은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고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거래가 다소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전세가 하락폭이 매매가 내림폭보다 컸던 2022년에는 전세가격 약세가 매매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올해는 지역별로 전세 추이에 따라 매매가격 낙폭도 다소 차이를 보이면서 지역별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익성 부동산시장 역시 고금리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나 공급이 부족한 서울 오피스의 월세 인상, 관광 수요 급증에 따른 숙박 매출 증가 등으로 일부 수익성 부동산은 선전이 예상된다.
‘수요 위축’ 매매·전세 약세 전망 2022년 주택시장은 상승 무드가 이어졌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급락세를 보여 대조를 보였다. KB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전년 말 대비 3.12%, 전세가는 3.84% 각각 하락했다. 전국 아파트 연간 매매가 하락폭이 3% 이상인 것은 IMF 충격이 컸던 1998년(-13.6%)과 1기 신도시 공급이 폭주한 1992년(-5%)을 제외하곤 없었다.
지난해 집값 하락폭이 컸던 것은 연이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위축 우려, 전쟁으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붕괴 등 대외적 변수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팽창 등으로 장기간 상승했던 피로감과 집값 거품 우려가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린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집값이 하락하면 거래 감소는 당연한 이치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와 집값 약세 장기화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으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를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는 555건으로, 월별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금리 인상 행진이 수요자들에게 심리적·현실적인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욱이 전세가 약세 또한 매매가 하락세를 부채질했다. 집값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6년에서 2021년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IMF 여파로 급락했던 1998년(-22.2%)을 제외하면 한 해 동안 -5% 이상 하락한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해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5.45% 급락하면서 역전세난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집값이 급락하면서 싸게 팔기보다는 전세로 내놓아 급한 대로 자금을 융통하는 우회 전세 물량이 늘고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세가격 하락을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올해 주택시장 역시 고금리에 따른 수요 심리 위축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난 3년여간 주택시장의 매수를 이끌었던 MZ세대가 금리 인상 등 자산시장의 침체로 구매 여력을 상실했다. 또 지금의 가격 조정을 일시적 하락보다는 장기적 약세 국면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아 아예 주택시장을 떠나는 수요자도 많다.
다만 하반기에 금리 상승세가 진정되면 급매나 경매 물건을 중심으로 매수하려는 수요자들이 나오면서 지난해보다 거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아파트 입주 물량은 35만2000여가구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시기별로는 상반기 17만4366가구(수도권 9만7606가구·지방 7만6760가구)와 하반기 17만7662가구(수도권 8만2194가구·지방 9만5468가구)의 차이가 거의 없다. 금리 상승폭이 완화되면서 하반기에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수도권의 전세가는 상대적으로 반등하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역별로 입주 물량이 많은 대구, 인천, 세종 등은 2023년에도 전세가 약세로 인한 매매가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커질 가능성이 있으나 서울 등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곳은 전세가 반등이 매매가 하락세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약시장은 지역을 막론하고 고분양가, 소규모 단지 등 상품성이 낮은 곳은 청약률이 저조하고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올해부터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경우 추첨 비율이 늘어나는 쪽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가점이 낮은 세대주에게도 인기지역 청약의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청약 활용’ 내 집 마련 전략 세워야 올해부터 달라지는 부동산정책을 보면 우선 까다로웠던 청약 문턱이 낮아진다. 이른바 ‘줍줍’으로 불렸던 무순위 청약의 ‘해당 지역 거주’ 요건이 폐지된다. 무주택자면 어느 지역이든 참여할 수 있다. 신혼부부와 다자녀가구 등 기혼자 중심이었던 공공분양에는 미혼 청년 특별공급이 도입된다.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19~39세 미혼자 중 1인 가구 월평균소득 140%(월 450만원) 이하, 순자산 2억6000만원 이하인 청약자가 해당된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 아파트에 대한 추첨제도 확대된다. 규제지역 내 전용 60㎡ 이하 주택은 ‘가점 40%+추첨 60%’, 60㎡ 초과 85㎡ 이하 주택은 ‘가점 70%+추첨 30%’로 추첨제 비율이 늘어난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의 세금 부담도 완화된다. 소득과 집값에 상관없이 200만원 한도 내 취득세가 면제된다.
결국 올해도 매매나 전세 모두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경매 등 급매 중심의 기존 주택 매수가 아니면 적극적 매입을 권유하기 어렵다. 3기 신도시를 포함해 가속화되고 있는 서울의 재정비 지역 내 아파트 청약의 기회가 넓어지고 대출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라 아파트 청약을 활용해 내 집 마련 목표에 안전하게 다가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되리라고 판단한다.
수익성 부동산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동산 분야 중 하나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서울지역도 수익성 부동산 매매가 감소하고 있지만, 공급이 부족해 공실률이 감소하고 있는 서울 오피스 시장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정보업체 쿠시먼앤웨이크필드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서울 A급 오피스빌딩 평균 공실률은 2.2%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오피스 임대계약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임대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코로나19 이전 월평균 145만명을 웃돌던 외국인 관광객이 2021년 8만여명까지 감소했다가 2022년 22만명을 넘어서면서 숙박시설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봉쇄로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중국인 관광객이 배제된 상황이나 올해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봉쇄가 해제되면서 중국인의 국내 관광이 급증할 전망이다. 사드 배치 전인 2016년 월별 중국인 관광객 수가 60만명을 넘어섰던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빗장이 풀린 중국 관광객의 국내 유입으로 올해 이후 숙박시장은 다시 호황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총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