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6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된 후 2개의 관련 기사를 썼다.
첫 번째 기사는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하는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의 관점에서 IRA는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미국과 중국의 녹색 경쟁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에너지전환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태양광발전 기업인 한화솔루션과 풍력발전기업인 CS윈드 등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에도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문제는 그 기회가 기업에만 한정된다는 점이다. 한 재생에너지 전문가는 IRA를 두고 “재생에너지 기업에는 대박, 한국에는 쪽박”이라고 표현했다. 신재생에너지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미국에 진출할 테지만, 기업의 해외 유출은 결국 국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리라는 우려에서다.
두 번째 기사는 북미에 완성차 공장이 없어 IRA 세액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국 전기차 업체의 위기와 중국을 배제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을 주로 다뤘다. ‘반도체과학법’과 IRA 등 일련의 흐름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미국 내 생산시설 확대를 의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법안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의 본질은 미래 첨단산업을 내재화하고 자국의 기업을 키우며 미래 산업의 패권을 쥐겠다는 미국의 야심이라고 분석했다.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대응 등을 이유로 무역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시장이 단일 시장이 아닌 2개의 시장으로 나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나 EU 등 높은 수준의 기준을 요구하는 시장과 그 외의 시장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미래 산업 일자리 등을 미국이 흡수하면 미래 한국에는 어떤 산업, 어떤 일자리가 남아 있을까.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재생에너지 비율을 축소하면서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미국의 보호주의 강화로 그 어느 때보다 외교적 해법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미국 순방 중 비속어 논란만 남겼다.
IRA로 대표되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정부는 뒷걸음질만 치고 있는 것 같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