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따른 공공임대물량이 나오지 않으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은 기존 건물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대량확보는 당연히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우본)가 부족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노후우체국의 용적률을 높여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층에는 우체국이, 상층부에는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서게 된다. 각종 생활편의시설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입지일수록 공공임대주택이 들어설 여유 공간이 부족한 수도권에선 획기적인 방안인 셈이다.
우본과 GH는 경기도 내 교통여건이 우수한 노후우체국을 철거한 뒤 1~2층에는 우체국을, 상층부에는 공공임대주택을 신축하는 ‘노후우체국복합개발사업’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사업대상국은 개국한 지 30년 이상된 노후우체국이다. 우본은 경기도 서안양우체국(안양시 만안구)과 의정부3동우체국(의정부시 의정부동) 등 2곳을 선정했다. 1973년에 지은 의정부3동우체국은 48년간 운영해오다 지난해 11월 건물 재건축을 이유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우본은 우체국 부지를 장기간 임대하고, GH는 우체국과 공공임대주택이 함께 들어설 건물을 신축한 뒤 임대주택 공급 및 운영, 관리까지 맡는다는 계획이다. 2026년 상반기 입주가 목표다.
우본은 건물 노후화로 우체국 이용에 불편을 겪어온 시민들이 이번 복합개발사업으로 보다 쾌적한 우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원하는 경기도민의 주거안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안양역 역세권의 서안양우체국은 안양IT밸리 등 다수의 산업시설과 안양대학교 등 4개 대학교가 인접해 있다. 의정부역 역세권의 의정부3동우체국은 주변에 신세계백화점, 로데오거리 등 중심상권이 형성돼 있어 공공임대주택 수요가 높을 것으로 GH는 전망했다.
한편 우본은 지난 7월에도 GH에 경기도 하남시 보유부지를 공공주택부지로 제공한 바 있다. GH는 대신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우체국 신설부지를 제공하는 맞교환 방식으로 토지교환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생협력모델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손승현 우본 본부장은 “노후우체국 복합개발사업은 저활용 국유재산인 노후우체국의 환경을 개선해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주거복지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모델로 판단된다”면서 “추가사업 대상지 발굴 등을 위한 기관 간 협력을 계속해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류인하 경제부 기자 acha@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