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기자들이 조금 다른 ‘쉼(休)’의 방식을 찾아 전국 각지로 떠났다. ‘인증숏’을 찍기 위한 여행이나 효율성을 강조한 패키지여행 패턴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남들에겐 의미가 있든 없든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은 여행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미리 다녀온 2박3일의 8인8색 팔도여행, 지금 출발한다.
출근길, SNS 과거의 오늘에 지난해 기자가 쓴 게시물이 떴다. 지난해 6월 16일, 기자는 SNS에 파란 하늘 배경의 버스정류장 사진과 함께 이렇게 적어놓았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기분이 좋았다. 이런 날은 어디 해변에 가서 앉아 찰싹찰싹 파도를 보며 멍 때리고 싶은데.” 안다. 상상이다. 나이를 먹고 난 다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제일 부러운 건 방학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음만 먹으면 훌쩍, 떠날 수 있었다. 당시엔 그러지 못했다. 왜 그 시간을 그렇게 보냈던가, 아쉽다.
직장인이라고 휴식이 없는 건 아니다. 보통 1년에 2차례쯤 일주일 단위로 휴가를 얻는다.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니 다들 성수기에 몰리는데 휴가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항공료도 비싸고, 민박 등 숙박요금도 2배로 뛰곤 한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쉼(休)’을 할 방법은 없을까. 주간경향 기자들이 전국 팔도를 권역별로 한곳씩 맡아 색다른 여행을 해보는 ‘8인8색 여행’을 기획하게 된 계기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코로나19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외국의 유명 휴가지에 나가기는 당분간은 여의치 않은 시대가 됐다. 그나마 비행기 체크인하고 ‘바다 건너’ 갈 수 있는 여행지로는 제주도가 거의 유일하다. 그런데 여행지가 제주도밖에 없을까. 그간 외국 유명 여행지의 명성에 가려 제 빛깔을 드러내지 못한 숨은 진주가 국내에 많지 않을까. 제주도와 같은 유명 여행지라도 시선을 달리하면 새로이 눈에 들어오는 장소가 있지 않을까.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추억을 만들겠다고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업체의 정보나 네트워크, 협찬 등에 손을 뻗을 일도 아니었다. ‘내돈내산’ 여행을 이번 특집의 기본 콘셉트로 잡았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흔하디흔한 ‘유명 맛집’만 순례대상은 아니다. 어느 시골 장터 이름 없는 가게의 국밥 한그릇도 여독에 지친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래고 시일이 흐른 뒤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면 ‘나만의 인생 맛집’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근대 이후 여행의 패러다임 변화가 크게 3차례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소수 특권층에게만 허용되던 여행의 국민화가 첫째다. 이를 위한 저렴한 패키지여행이 두 번째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를 ‘모던 투어리즘’이라고 부른다. 세 번째로 등장한 게 취향과 로컬의 재발견인 ‘포스트모던 투어리즘’이다. 돌이켜 보면 어떤 여행이든 핵심은 역시 쉼과 재충전이다.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하듯 목적지를 찍어 ‘인증숏’을 남기기 위한 질주, 효율만 강조하는 패키지 방식의 여행 패턴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남들의 평가와 추천 여부를 떠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어디든 좋은 여행지 아닐까. 올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주간경향 기자 8인이 미리 2박3일의 8인8색 팔도여행을 다녀왔다. 지금 출발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