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상과 현실의 사이

최영일 시사평론가
2021.11.01

요즘 주술과 무속이 유행이다. 시민사회가 아니라 대권경쟁을 하는 정치권 담론 이야기다. 첨단과학 시대에 국가를 경영할 지도자가 미신과 가까워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우리 일상에 어느 정도 민간신앙의 요소가 많이 개입된 것도 사실이다.

지난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 6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로 이송 중인 누리호 인증모델(QM)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기인 태극기를 보자. 음양을 상징하는 태극의 원을 둘러싸고 건곤감리라는 4개의 괘가 있는데 그 기원은 주역에 있다. 하늘을 상징하고, 땅을 뜻하고, 물과 불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이러한 상징을 주술적 주문이 아니라 현대 과학과 인문학 시각으로 해석해보자. 선조들이 상징에 담아 후대에 원했던 기운은 바람대로 승했다고 볼 수 있다.

불을 잘 다루어 공업과 산업이 발달했고, 물과 친해 세계 어디든 못 가는 곳이 없어 무역과 통상 대국이 됐다. 땅, 토지에 관해서는 그 욕망과 한이 참 많아 부동산 열기는 세계 어느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끝으로 하늘. 이 하늘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거나 어떤 분야를 선점했다고 말하기 어려웠다. 항공산업이나 우주개발 관련 과학기술에 있어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

20세기 미소 냉전체제에서 우주개발 경쟁이 붙어 미국 NASA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고 인간의 발자국을 최초로 달 표면에 남기기 시작해 총 여섯차례, 열두명의 우주인을 달에 보냈다. 케네디 대통령의 비전에서 비롯된 1960~19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만 그렇고, 80년대에는 우주왕복선, 스페이스셔틀과 우주정거장의 시대로 도약한다.

광주를 무력 진압한 전두환 5공화국이 들어선 1981년, 영화 <007 문레이커>가 개봉했는데 우주전쟁을 소재로 했다. 007시리즈가 액션의 연출과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매력에 있어선 과장이 심하긴 해도 첩보물이라 부르며 공상과학 영역이 아닌 리얼리티 쪽에 비중을 뒀는데 <007 문레이커>는 우주선이 날고 우주정거장에서 레이저총으로 전투가 벌어져 <스타워즈>와 구분이 안 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20세기 미소 우주경쟁은 21세기 미중 대립이 거세지면서 우주개발 전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바로 이때 우리의 누리호가 하늘을 갈랐다. 2008년 러시아 기술에 의존해 여러차례 발사 실패를 한 나로호 계획 때 출발해 12년 동안 독자적 우주항공기술 개발에 나선 결과가 누리호로 나타난 것이다. 성공확률은 약 30%였지만 개척의 역사에서 3분의 1은 낮은 확률이 아니다. 위험의 변수를 알고 안전에 대한 대비만 가능하다면 시도해야만 하는 길인 것이다.

누리호 계획에는 12년 동안 약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미국이 1960~1970년대에 추진한 아폴로 계획은 1호에서 17호까지 계획은 1961년 시작됐지만, 아폴로 1호는 1967년이 돼서야 발사를 하게 되며 약 10년 동안 우리 돈으로 25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썼다. 이를 요즘 환율로 환산하면 더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것이다. ‘우리가 우주개발 분야에서 미국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하는 사대주의는 버리자. 이제야 미국 1960~1970년대의 한자락을 따라잡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많은 부정론 속에서 백신 접종률도 앞섰다. 시도하고 또 시도하면 되는 것이다. 포기가 가장 나쁘다. 아폴로 계획 중 유일한 실패는 13호였는데 달에는 못 갔지만, 탑승자는 전원 무사 귀환했다. 포기하지 않고 귀환의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고, 이는 또 다른 성공으로 남았다.

<최영일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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