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볼인데 왜 포수가 그려져 있을까.” 한 누리꾼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왜 저렇게 상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방금 홈런을 맞았을 텐데.”
8월 초,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된 ‘과자 홈런볼에 숨겨진 비밀’이라는 사진글이다. 아닌 게 아니라 첨부된 사진 ‘홈런볼 티라미수’ 과자 포장지에 그려진 포수는 싱긋 웃으며 한손을 치켜들며 파이팅하는 모습이다. 홈런을 맞았다면 저렇게 기분 좋은 표정은 아닐 텐데.
과자 홈런볼 포장지들을 찾아보니 포수만 있는 건 아니다. 투구폼을 한 투수도 활짝 웃는 얼굴이다. 홈런을 쳤다면 그럴 필요가 없을 텐데, 베이스에 슬라이딩하며 웃는 선수도 있다. 이런 의문이 충분히 나올 수 있을 텐데, 디자인 검수 단계에서 걸러지지 않은 걸까.
자료를 찾아보면 ‘홈런볼의 숨겨진 비밀’ 주장이 제기된 건 벌써 몇년 됐다. 어딘가의 SNS에 누가 올린 걸 캡처한 이미지다. 기사를 검색해봐도 이에 대해 회사 측의 입장은 아직 나온 적 없다. 저렴한 호기심이지만 의문을 해결하려면 직접 연락할 수밖에.
“아, 그게 처음에는 타자만 있었는데, 포지션별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8월 4일 통화한 홈런볼 과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 소성수 홍보팀장의 말이다. “제품 이름이 홈런볼이긴 하지만 야구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인기가 있는 ‘야구과자’거든요. 야구를 좋아하는 고객분들에게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을 보여주자는 것이 의도였습니다.”
소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홈런볼 과자의 포장지는 12종이 있다. 캐릭터 이름은 로(RO)다. “타자 중에서도 배트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캐릭터도 있고, 공과 같이 있거나 쳐내는 캐릭터 등 다양하게 있어요. 투수나 포수 이외에도 외야수 캐릭터도 있습니다.” 앞의 누리꾼이 제시한 사진은 티라미수맛 포장재였는데 캐릭터 인쇄는 랜덤하게 돌아간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면 구설수가 없진 않았다. 해태 하면 많은 사람이 여전히 떠올릴 이름이 기아로 구단주가 넘어간 프로야구팀 타이거스일 것이다. 홈런볼이 광고모델로 프로야구 선수를 기용한 적이 있는데, 타이거스팀 선수가 아닌 삼성 라이온즈 출신 이승엽 선수가 모델로 나왔다. “당시 일본에 진출한 이승엽 선수가 홈런왕이었거든요. 홈런왕 이미지가 홈런볼과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전국 야구장에 가보면 홈런볼 존이라는 것이 있어요. 모든 프로야구팬이 사랑하는 제품입니다.”
1981년에 출시된 홈런볼은 해태제과 입장에서는 효자상품이다. 다른 해태제과 상품을 누르고 매해 압도적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하는 제품이다.
정리하자. 홈런볼 포장지에는 홈런 치는 타자 캐릭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투수도 있고, 타자도 있다. 캐릭터 이름은 로인데, 딱히 홈런 치는 상황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전국의 야구팬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포지션의 프로선수들을 그려넣은 것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의문을 제기한 누리꾼도 정색하고 한 질문이라기보다는 웃자고 한 소리 아닐까. 오늘의 궁금증 해결은 이걸로 마무리.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