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 ‘집터파크’ 신고사건의 진짜 결말

정용인 기자
2021.08.09

“불법 4건 다 수리됐고 곧 방문 확인한다고 답변 옴. 포상금 고맙다.”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게시물에 익명의 누리꾼이 남긴 글이다.

디시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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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길어져 여름휴가를 일찌감치 포기한 마당에 아이들이 놀 수영장을 농막 앞에다 봄부터 만들었습니다.” 7월 21일, 디시인사이드의 한 갤러리에 올라온 사진글이다. 누리꾼이 인증샷까지 만들어가며 비닐하우스 수영장을 만든 과정을 보면 지극정성이다. 집터파크는 집+워터파크의 합성어로 보통 ‘집에 조그마한 비닐풀장을 만들었다’는 정도의 뜻. 그런데 이 누리꾼이 만든 집터파크는 대단했다. 기계까지 임대해 땅을 고른 다음, 부직포와 방수포를 깔고 외국에서 수입한 대형 공기주입식 물 수조를 설치했다. 지하수 52t을 5일간 퍼올려 수조를 채웠는데,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자연염소를 발생시키는 ‘솔트워터시스템’까지 갖추는 등 제대로 수영장을 만들었다. 목조공사로 데크까지 설치했다. 사진글은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 사진으로 훈훈하게 마무리.

그런데 이 자랑 글이 해당 커뮤니티 히트게시물까지 선정돼 화제를 모으자 결국 사달이 났다. “캡처 완료. 경남 거창군 거창읍 서변리 ○○, 경남 거창군 거창읍 서변리 산 ○-○. 각각 농지법, 산지관리법 위반으로 신고하겠습니다.” 누리꾼에 따르면 위반한 법령은 총 4가지. 지하수법, 농지법, 국토 용도에 관한 법, 감염병예방법이다. 마지막 감염병예방법은 코로나 시국에 아이들이 여럿 물놀이하는 인증사진이 있으니, 집합금지명령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주말을 경과하면서 해당 자랑 글은 삭제됐다.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군청에 연락해봤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신고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법을 관장하는 여러 부서에 걸쳐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회신은 지연되고 있다.

“오늘 낮에 다녀왔어요. 문은 잠겨 있고 지은 분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니까 일반가정에서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간이풀장을 가져다둔 거던데요.” 7월 27일 통화한 거창군 관계자 ㄱ씨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농지법 위반은 맞는데, 당장 벌과금 부여나 경찰수사를 의뢰할 사항은 아니다. “농지법 위반은 원상회복 원칙입니다. 만약에 콘크리트를 타설해 만든 것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농작지를 경작상태로 만들면 되거든요.”

지하수를 52t이나 끌어 썼다는데, 이건 위법사항이 아닐까. 이건 다른 과 담당자 소관이다. 7월 29일 통화다. “국민신문고에 올린 민원인께서 지하수 사용 문제를 제기했는데, 예전에 수도사업소에서 마을 상수도로 이용하라고 일 160t 관정을 뚫어뒀습니다. 굳이 문제를 삼는다면 마을 상수도를 개인적으로 이용한 것이라는 건데….” 오폐수 문제도 하수처리구역 내에 있기 때문에 적어도 법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군청관계자 ㄴ씨의 말이다.

오늘의 결론이다. 경작 용도로 사용해야 할 비닐하우스 안에 수영장을 만드는 것이 위법이긴 하다. 인터넷 게시판에 자랑 글을 올렸다가 시설을 철거하게 됐다. 그렇다고 신고자의 주장처럼 중대 위법사항은 아닌 모양이다. 거창군관계자 ㄱ씨에 따르면 “불법시설물로 경찰에 고발할 사안까지는 아니고, 계고장 2~3회 발송 후 응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을 통해 철거하고 그 비용을 청구하는 수준”까지는 갈 수 있다. 크리티컬하지는 않지만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주장했던 퍼거슨 경이 1승을 또 추가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싶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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