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가요.” 7월 중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글이다. 게시글은 질문과 함께 몇장의 사진을 나열하고 있다. 강제철거, 공적 용어로 행정대집행을 당한 노점상 아주머니 사진이다. 울부짖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아주머니가 팔았을 어묵, 튀김 등이 흩어져 있다. 그런데 댓글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이제 이런 사진들 안 먹히죠”, “퍼포먼스”, “저거 세금 내기 싫다고 울부짖는 걸까요.”
이런 주장도 제기된다. “저러고 벤츠 타고 퇴근”, “벤츠 정도는 웃어버릴 것이에요. 저분들 현금부자”, “저거 어묵통 뒤엎고 불쌍한 모션 취해 사진 찍히는 거. 전문 프로데모꾼들의 능력입니다.” 정말 그럴까.
논란이 된 사진은 꽤 유명하다. 과거 이 코너에서 전후사정을 추적한 ‘서러운 떡볶이 아줌마’ 대구시 성당동 두류종합시장의 김춘자 할머니 사진과 같이 자주 인용되는 사진이다. 김춘자 할머니 철거사진이 찍힌 것은 2008년 2월 22일. 벌써 13년 전인데 그때도 위 사진 속 노점상 아줌마와 거의 유사한 비아냥 댓글이 많았다.
사진을 추적해보면 “이 추위에 어디로 가라고… 노점 강제철거”라는 노동전문 인터넷매체의 기사가 나온다. 기사에 실린 사진들이 인터넷에 도는 사진이다. 장소는 홍대입구역 인근 도로다. 사진이 찍힌 날짜는 2009년 12월 18일. 역시 12년 전 일이다.
물어물어 당시 사정을 잘 안다는 노점상연합회 관계자를 찾아냈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당시 마포구청장이 노점상 정비를 하겠다고 대대적으로 밀어붙였다. “그때 MBC던가, 아침뉴스에 지게차를 가져와 포장마차를 부수는 뉴스도 나왔어요.” 사진은 ‘이 와중에 마차가 엎어지면서 벌어진 일이고, 바닥 흩어진 어묵, 떡볶이를 보며 회원분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이 찍힌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저도 읽어봤어요. 홍대에서 노점상을 하면 갑부일 거다, 자기가 엎어놓고 언론사 카메라 나타나자 연기한 거다 그런 댓글이요. 그분이 지금도 회원이에요. 벤츠는커녕 집에 차도 없고, 구로구 옛날집에 삽니다. 서울 집값이 뛰었다고 하지만 구로구엔 아직 싼 집들이 있잖아요.”
어쨌든 현금장사니 탈세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꽤 된 일이지만 노점상 집회 구호 중 ‘세금납부를 하게 해달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방세법을 보면 세금 면제대상이 있는데, 야쿠르트 아줌마와 같은 이동판매원, 학습지 교사… 거기에 노점상이 포함돼 있어요. 정확히 말하면 영수증발급 의무가 없는 대상으로 우리나라 세법이 그렇게 돼 있어요. 그런데 안 받아들여졌어요. 세금을 내게 되면 노점이 합법화되거든요.”
그런데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저런 풍경은 현재 거의 사라졌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에는 저렇게 강제단속하는 것은 사라졌어요. 아마 2013년 무렵에 당적이 다른 강남구청장 노점 단속이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서울시 지자체 대부분이 민주당 구청장이다 보니….” 2013년을 기점으로 서울시 대부분의 노점상은 허가제로 넘어갔고, 행정대집행까지 이르는 마찰은 적어도 서울시에서 사라졌다는 것이다. 다시 사진 속 주인공 이야기로 돌아가자.
“홍대 KFC 근처에서 지금도 노점을 하고 있어요. 아마 가서 만나도 절대 자기가 사진 속 주인공이라고 말하진 않을 겁니다. 신상을 밝힌 건 대구 할머니가 이례적인 것인데, 노점상 하시는 분 중 사연 없는 분이 어디 있겠습니까.”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