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속 논리에서 논쟁의 답을 찾다
<논리의 기술> 유지니아 쳉 지음·김성훈 옮김·열린책들·2만2000원
집안의 설거지 논쟁은 왜 끝이 나지 않을까. 또는 이런 물음은 어떨까.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 경찰이 유독 흑인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과 같은 물음. 책은 이와 같은 물음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수학 속 논리를 생활에 적용한다. 논리적으로 분명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의도다. 수학이 우리가 매 순간 맞닥뜨리는 의견 불일치의 상황에서 더 명확하게 생각하고 억지 논증을 펼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학이 수학 교과서 속 숫자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생각을 이어가는 중에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적인 도구가 된다는 점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삶이 수학처럼 딱딱 들어맞기만 하면 논쟁은 그리 자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논리를 외면하기만 하는 것도 적절한 태도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일상에서 논리적인 논증을 시도할 때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삶의 여러 부분이 제각기 논리적인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감정 때문이기도 하며, 때로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너무 많거나 반대로 빠진 데이터가 너무 많아서, 또는 우연적인 요소가 끼어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럴수록 각각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수학적 사고의 도구를 사용하면 문제의 핵심과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수학적 논리에도 한계가 있고 책은 그런 한계 역시 조목조목 짚어주지만 수학과 논리가 본능, 직감보다는 더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낼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하다. 비록 우리의 말 속에는 논리와 비논리가 교묘히 섞여 있어 감정이나 영감 같은 요소들이 더 힘을 발휘하는 듯 보여도 사실 음양의 조화처럼 양자는 함께 어울려야 완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진실에 복무하다 | 권태선 지음·창비·2만5000원
한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고 리영희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을 조명한 평전이다. 여러 차례 구속과 해직을 당하면서도 끊임없이 분투한 고인의 지적·실천적 여정을 인간적인 일화와 개인적 성정과 함께 다각도로 조명한다.
▲태어난 게 범죄 | 트레버 노아 지음·김준수 옮김·부키·1만6800원
남아공 출신 미국의 유명 풍자 코미디언이 쓴 자전적 에세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에서 흑백인종 간의 성관계는 범죄였기에 저자의 출생 자체가 범죄의 결과였고, 어린 시절 역시 가난과 학대로 점철됐지만 결코 웃음을 잃지 않고 아픔을 승화시킨 모습을 보여준다.
▲알프 뤼트케의 일상사 연구와 ‘아집’ | 알프 뤼트케 지음·이유재 엮음·송충기 옮김 역사비평사·2만2000원
1970년대부터 아래로부터의 역사, 20세기 독재와 국가폭력, 기억과 과거사 청산 등을 ‘일상사’의 관점에서 연구하며 역사학의 방법론과 이론을 발전시킨 저자의 논문을 선별했다. 권력에 비판적인 행위가 어떻게 일상에서 드러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