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9월 9일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을 입법예고한 후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국회가 글로벌 콘텐츠사업자(CP· Content Provider)의 횡포를 막겠다며 만든 법안으로, 콘텐츠사업자에게 통신망의 품질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5월 국회는 관련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처럼 해외에 본사를 둔 기업에 망 비용 부담을 지우겠다는 명목으로 추진됐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의 통신사업자(ISP·Internet Service Provider)는 이를 반겼지만, 인터넷 업계에서 이를 찬성하는 기업과 전문가들을 찾아보긴 어려웠다.
당시 네이버, 카카오 등과 같은 국내기업들 또한 법안의 강제적인 집행이 해외기업들에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국내기업들만 규제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면서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국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됐고, 정부는 입법예고를 했다.
일명 넷플릭스법은 ① 하루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이면서 ② 전체 트래픽의 1% 이상을 발생시킬 경우, 콘텐츠사업자가 망 품질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첫 번째 요건을 만족시키는 사업자는 50개였고, 두 번째 요건을 만족시키는 사업자는 8개였는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사업자는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개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 같은 요건이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결과라고 밝혔는데 자의적인 기준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예를 들면 넷플릭스는 트래픽 양이 적더라도 이용자 수가 많으면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힌 반면 카카오는 상위 3개 사업자만 포함되어야 한다고 밝혔고(이 경우 카카오는 포함되지 않음), 네이버는 전체 트래픽의 5% 이상(이 경우 네이버는 2.5%라서 포함 안 됨), 통신사들은 0.35% 이상의 사업자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업체들의 의견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제각각이며 비슷하지도 않다. 그런데 정부는 어찌 된 영문인지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이용자 수 100만명, 트래픽 1%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입법예고 이후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은 오히려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콘텐츠사업자 다수가 회원사로 있는 인터넷기업협회도 “콘텐츠사업자들에게만 의무를 전가하는 이번 시행령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미 콘텐츠사업자들은 서비스 운영을 위해 막대한 서버 비용과 네트워크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통신사들이 추가로 비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개정안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인터넷 규제 법안으로, 만일 이것이 합리적이라면 해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기업도 현지 통신사들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통신사업자는 망을 책임지고 콘텐츠사업자는 콘텐츠를 책임지면 된다. 이번 규제가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고, 또한 콘텐츠사업자들의 추가 비용 부담이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것이 과연 진정으로 이용자를 위한 법안인지 묻고 싶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