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치료제 정보 100% 믿지 마세요

이하늬 기자
2020.09.21

뉴스 나오면 관련 제약사 주가 요동… 상당수는 의미 없거나 사실과 달라

지난 6월, 일양약품·부광약품·신풍제약 등 3개 중견 제약기업의 총 시가총액이 5조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코로나19 수혜주들이다. 매출액 1조 클럽에 가입한 대형 제약사인 GC녹십자·종근당·대웅제약 세 곳의 합산 규모보다 1조원 가까이 많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정보가 쏟아지면서 이들 제약사 주가도 요동쳤지만 쏟아지는 정보 중 상당수가 큰 의미는 없다.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정보도 있지만 제약사들은 이를 방관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렘데시비르 /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렘데시비르 / 연합뉴스

신풍제약과 부광약품은 자사의 기존 치료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밝히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그 근거로 자사 치료제가 코로나19 1차 치료제로 사용된 클로로퀸(말라리아 치료제), 칼레트라(에이즈 치료제)와 비슷하다는 점을 들었다. 1차 치료제는 표적 치료가 없는 상황에서 쓰이는 치료제다.

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소식이 중국·일본 등에서 나오자 신풍제약 주가가 요동쳤다. 신풍제약도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월 3일 6470원이었던 주가는 2월 6일 997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신풍제약의 피라맥스와 클로로퀸은 다른 제품이다. 그럼에도 신풍제약은 피라맥스의 화학구조가 클로로퀸과 비슷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로서는 신풍제약에 손해될 게 없는 발표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클로로퀸을 두고 연일 ‘게임체인저’,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할 때다. 6월 중순까지 신풍제약은 클로로퀸이 언급될 때마다 관련주로 묶이며 주가가 10%씩 상승했다.

그런데 미국식품의약국(FDA)은 6월 15일(현지시간) 클로로퀸에 대한 긴급 사용을 취소했다. FDA는 심장 합병증 보고를 언급하면서 클로로퀸이 코로나19 환자들에게 잠재적인 혜택보다는 더 큰 위험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DA 발표 직전 3만4300원이었던 신풍제약 주가는 2만9250원으로 떨어졌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말라리아 치료제라고 해도 다른 제품이다. 피라맥스가 클로로퀸과 화학구조가 비슷하다고 홍보한 것이 지금 상황에서는 신풍제약에 유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신풍제약 피라맥스는 현재 2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2상 임상에 들어간다는 발표가 있었던 날, 주가는 16만원까지 올랐다.

널뛰는 신풍제약과 부광약품 주가

부광약품의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광약품은 3월 10일 시험관 내 시험(인비트로)에서 레보비르가 코로나19 1차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부광약품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후 오르락내리락하던 부광약품 주가는 레보비르 임상을 신청했다는 소식 이후 계속 상승세다.

하지만 칼레트라 역시 상황이 바뀌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6월 16일 브리핑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인 칼레트라도 미국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문가들이 사용 권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도 코로나19 치료제 목록에서 클로로퀸과 함께 칼레트라를 제외했다.

나아가 부광약품뿐 아니라 시험관 내 시험으로는 사실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험관 시험을 했더니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었다고 하는 건 냉정하게 봐야 한다. 시험관에서는 소금을 넣어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 사람 인체에서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일양약품은 러시아에서 3상 임상에 들어간 이후 주가가 급등했으나 이후 별다른 소식을 내놓고 있지 않다.

일양약품은 3월 13일 자사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시험관 내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일양약품은 상한가를 기록했다. 발표 전 2만2300원이던 주가는 16일에는 3만6450원까지 올랐다. 과열현상을 보이자 한국거래소는 17일 일양약품을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5월 28일 일양약품은 러시아에서 슈펙트 3상 임상을 시험한다고 밝혔다. 3만2950원이던 주가는 발표 직후 상한가를 기록했고, 다음 날인 5월 29일에는 4만8000원까지 올랐다. 이어 6월 5일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다는 소식에 또 상한가를 기록했다. 6월 9일 일양약품 주가는 8만4000원까지 올랐다.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일양약품 창업주 일가는 주식을 처분했다. 6월 초 창업주 일가가 처분한 주식은 총 5만주가량이다. 차익을 노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일양약품 측은 고 정형식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받은 주식의 상속세를 내고자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에볼라·메르스 때에도 주가 요동

이처럼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주가가 요동치는 현상은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반복됐다.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 2015년 메르스 당시에도 제약사들이 치료제·백신 등은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주가가 요동쳤다. 현재까지 에볼라·메르스와 관련해 백신은 물론이고 치료제를 만든 회사는 없다. 메르스 당시 임상을 시작한 업체도 한 곳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논문이 아니라 언론에 자잘한 정보를 발표하는 회사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을 이용해 살아남는 제약사도 있다. 진원생명과학이 대표적이다. 진원생명과학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 적자를 기록해왔다. 하지만 전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백신 개발에 나섰고 주가가 요동쳤다. 회사는 주가가 오르면 증자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그 와중에 대표이사는 매해 10억에서 20억 사이의 연봉을 챙겼다.

통상 백신 개발에는 10년 정도가 걸리고 1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 중 가장 빨리 개발된 것은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백신이다. 해당 백신 개발에는 4년이 걸렸다. 백신은 동물 시험 단계인 전임상 안전성을 확인하는 1상 임상, 효능을 확인하는 2상 임상, 실제 보호력을 확인하는 3상 임상, 보건 당국 승인을 거쳐야 완성된다. 네덜란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상에서 3상까지 백신의 성공 확률은 6%에 불과하다.

백신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끝도 아니다. 김우주 교수는 “개발 이후에도 생산, 배포, 접종 모든 단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기종 대한백신학회 간행이사도 “백신이 성공하는 것과 실제로 생산해서 쓰게 되는 건 또 다른 차원이다”라고 말했다.

치료제 역시 전임상·1·2·3상을 모두 거쳐야 한다. 다만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를 코로나19 치료제 목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경우 시간이 단축된다. 현재 국내에서 임상 중인 치료제 상당수가 1상은 건너뛰고 2상 단계에서 시작하는 이유다. 홍기종 간행이사는 “백신은 대충 시간 계산이 나오지만, 치료제는 한 달 뒤가 될지 3년 뒤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일단 해봐야지 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확실한 건 치료제 역시 3상 임상까지 끝나야 어느 정도 윤곽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우주 교수는 “최근 치료제를 대량생산하겠다는 보도가 있었다. 보도만 보면 마치 치료제가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그냥 대량생산을 하겠다는 것이다”라며 “3상으로 갈수록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3상은 끝나야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일수록 신중하고 냉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 현황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와 한국임상시험포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해외에서 진행 중인 임상 정보는 세계보건기구(WHO) 홈페이지와 미국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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