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증오 표현과 가짜뉴스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질타를 받고 있다. #StopHateForProfit(이익을 위한 증오는 그만)이라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다. 뉴스 유통의 본거지가 된 페이스북의 돈줄을 흔들어 압박하려는 시도다.
스타벅스·코카콜라 등 90여 개 브랜드가 광고를 보이콧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8.3%나 떨어져 시가 600억 달러가 증발해 버렸다. 여기에는 동종 업자도 가세했다. 대안 브라우저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는 적극적으로 캠페인을 주도했고, SAP와 마이크로소프트도 불매에 가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광고가 어디 옆에 표시되는지를 우려했다고 한다. 쓰레기 옆에 광고판을 세우고 싶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페이스북 광고의 4분의 3분은 중소기업이고, 톱100 브랜드의 비중은 6%에 불과하니 큰 타격은 없었다.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브랜드들과 달리 무슨 관심이든 얻지 않으면 사업이 위태로운 절실한 기업들에 이 혼돈의 광장 속 고객 소개소는 여전히 매력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가는 그다음 날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정론을 이야기하고 발로 뛴 르포를 쓰는 이들의 월급을 주던 광고는 그렇게 디지털 미디어로만 다시 빨려 들어갔다. 아무래도 이 흐름을 바꾸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돈은 많은 경우에 곧 품질을 규정한다. 언론도, 콘텐츠도 예외는 없다. 한국에서는 이미 포털 덕에 익숙해져 버린 풍경이지만 세계는 페이스북 때문에 뒤늦게 그 충격에 놀라고 있다. 이제 걱정해야 할 것은 언론의 퇴화다. 우리는 마음에 들지 않은 기사를 읽으면 조건반사적으로 ‘기레기’라는 소리를 입에 담는다.
언론의 퇴보가 사실일 수도 있다. 적극적 취재나 사실확인도 없이 창의적 제목으로 낚시하는 기사들이 많아진 것 같기는 하다. 이름 좀 알려진 이의 소셜미디어를 뒤져 증폭하거나 침소봉대하고, 어젯밤 TV 프로의 요약으로 때우기도 한다. 그런 글이 팔리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런 미끼에 걸리기 때문이다.
포털 댓글과 소셜미디어와 같은 참여형 정보 유통구조는 광장에 모인 독자에게도 확성기를 가져다주었다. 만약 현실의 광장에 쓰레기가 쌓이면 악취가 진동하게 마련이련만, 디지털의 액정 너머로는 다 같아 보인다. 신경을 써서 스스로 체크하지 않으면 좀처럼 분간이 쉽지 않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글에도 똑같은 글꼴이 활자로 주어지고, 허접스러운 기사, 심지어 명백한 가짜뉴스에도 어엿한 섬네일이 그럴듯하게 만들어져 클릭을 유도한다.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시대에 정말 누구나 떠들 수 있게 되었고, 점점 더 편한 길을 찾았다. 팩트체크하는 수고를 건너뛰는 기자도, 제목만 보고 공유할 뿐 아예 기사를 읽지 않는 독자도 모두 공범인 셈이다.
좋은 기사, 양질의 오피니언은 곳곳에 있지만 당연한 옳은 이야기를 하면 조회수도, ‘좋아요’도 영 별로다. 인사이트에 돈을 내는 일에도 인색하다. 정보 섭취란 입맛과도 같아서 자극적인 저렴한 맛에 길들면 담백한 영양엔 손도 안 가고 지갑도 안 열린다. ‘롱폼’보다는 ‘스낵’ 컬처가 선호되고, 진지한 담론도 ‘병맛 짤방’도 모두 클릭 한 번, ‘좋아요’ 한 번인 시대. 모두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해 적응 중이니, 언론이 중심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