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서핑을 하다 보면 ‘쿠키’라는 웹 기술을 언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동화책 <헨젤과 그레텔>에서 보면 길을 잃어버릴까봐 쿠키 조각을 떨어뜨리는데, 바로 그 쿠키를 말한다. 브라우저로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그 웹사이트는 방문자이자 잠재고객을 기억하기 위해 방금 사용한 그 브라우저에 쿠키를 떨어뜨려 놓는다. 그래서 며칠 뒤에 다시 방문해도 그 쿠키 조각을 보고 ‘아, 또 왔구나’ 하고 아는 척을 할 수 있게 된다. 로그온 등 다양한 기능이 바로 이 쿠키에 의존하니 고마운 기술이다.
원해서 들어간 웹사이트라면 나를 기억해도, 바꿔 말해 추적해도 별로 안 억울하다. 그런데 요즘 웹사이트에는 그 안에 사실 뭔가 다른 것들이 많이 박혀 있다. 광고도 있고, ‘좋아요’ 버튼도 있고, 또 비밀리에 심어 놓은 보이지 않는 픽셀도 있다. 여러분이 방문한 그(퍼스트 파티) 웹사이트 안에 다른(서드 파티) 웹사이트들이 세 들어 있는 셈인데, 그 사이트를 열어볼 때 함께 열리기 때문에 덩달아 우리를 추적할 수 있다.
광고나 ‘좋아요’ 버튼과 같은 다양한 서드 파티가 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들도 우리를 계속 관찰할 수 있다는 뜻이다. 광고창이나 ‘좋아요’ 버튼도 우리가 뭐 하고 다니는지 CCTV처럼 다 볼 수 있었던 것. 물론 이 서드 파티 쿠키가 꼭 나쁜 건 아니라서 웹사이트의 각종 소셜 댓글들도 사실 이를 이용한다.
이 서드 파티 쿠키는 광고에서 특히 유용했다. 취향 저격용 리타기팅 광고는 우리가 실수로라도 어떤 상품을 보면 이곳저곳 광고가 쫓아다닌다. 실수로라도 상품 사이트를 보게 되면 광고업자의 서드 파티 쿠키가 남으니 그 상품을 봤다는 사실을 광고업자는 알 수 있다. 이 광고업자가 광고를 집행하는 또 다른 곳에 갈 때마다 내가 그 상품을 봤다는 이력을 참조해서 광고를 표시하는 것. 관심과 흥미 같은 고객 속성에 따라 광고를 송출하는 이 광고 형식은 시대의 유행이 되었다.
그런데 지난 3월 24일, 아이폰과 맥의 기본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는 13.1로 업그레이드되면서 기본적으로 모든 서드 파티 쿠키를 완전 차단했다. 이미 애플은 2년 전부터 ‘지능형 추적 방지’라 하여 이 추세를 강화 중인데,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는 이미지로 포장해야 할 강력한 동기가 있다. 애플은 경쟁사들과 달리 광고업을 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놀랍게도 크롬도 2022년까지 서드 파티 쿠키를 다 차단해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구글은 광고회사인데 왜 이런 행보를 보일까. 명분은 물론 개인정보 보호다. 하지만 구글에는 영향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지니고 있고, 또 대다수 사용자가 구글 서비스에 로그온하고 있기에 굳이 쿠키가 없이도 알 건 다 알아서다.
크롬에 로그온한 이상 여러분이 웹에서 하는 행동은 모바일에서라면 위치 정보까지 고스란히 ‘행동 데이터’로 전해진다. 이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삶의 기록이자 생활 이력이라고 볼 수도 있다. Ctrl-H 키만 눌러도 그간 내가 열람했던 역사(History)가 주르륵 나열되니 편리하다면 편리한 일이다. 다만 이 이력은 내 취향을 판별하는 데도 꽤 요긴할 것이다. 구글이 크롬이나 안드로이드를 만들고, 네이버가 웨일을 만드는 이유다.
<김국현 IT 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