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균·표’ 연결짓는 원칙, 개방·참여·공유

우리가 사는 세계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2020.03.02

‘망·균·표’

‘망’은 네트워크 이야기다. 망은 길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물리적 길은 사람과 화물의 이동망이었다. 최근 검역법 개정 필요성의 핵심에서 보듯 과거에는 선박 중심의 화물 이동망에서 이제는 항공 중심의 사람 이동이 훨씬 많고 빠르고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경향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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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디지털 시대의 길은 정보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길이다. 인터넷 초창기 클린턴 정부의 앨 고어 부통령이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라고 부른 것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사실 오프라인·온라인의 인공적인 도로망뿐 아니라 이 망을 따라 생물학적, 또 디지털의 온갖 바이러스도 움직이고 전파되고 확산한다. 그 현상을 지금 우리는 보고 겪고 있다. 우리가 흔히 SNS라고 부르는 소셜네트워크가 바로 이 ‘망’, 사회연결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회연결망에 관한 연구 초창기, 주제가 된 대상 중 하나가 에이즈가 확산되는 경로와 패턴을 분석한 연구였다는 점이다. 성 접촉이라는 인간 본성의 망을 따라 전파되는 ‘균’이 등장한다.

‘균’, 즉 바이러스의 이동과 서식, 창궐이 인류 문화와 역사를 변화시켰다는 내용은 재러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저서 <총, 균, 쇠>에서 주장하는 핵심 논거이기도 하다. 거시적인 통찰까지 아니더라도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는 균이 야기하는 사회적 불안과 공포가 대중심리와 삶, 국가경제, 지구촌 이동망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중세 페스트와 현대의 신종 바이러스가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은 의학적 대응수준을 빼더라도 인간의 정보연결망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해 국가, 대학, 세계적 수준의 민간 의학연구소들은 신종 바이러스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보고된 사례를 데이터로 수집·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유한다. 그 결과 결국은 처음 만나는 새로운 바이러스의 정체를 규명하고 극복방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표’. 과거 역사에서 ‘총’이 지배세력의 힘을 상징했다면 민주주의 시대, 다가오는 4·15 총선에서 확인될 것이지만 ‘표’가 총알이다. 한 장 한 장의 탄환이 득표율로 모일 때 그것은 권력을 창조하고, 그 선택은 문명도 야만도 만들어낼 수 있다. 선거 시기적으로는 ‘표심’, 지속적으로는 ‘민심’, 심지어 ‘천심’으로까지 부르며 정치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것의 실체는 요즘 들어 ‘집단지성’이라 부르는 것이다. 바로 이 표의 집단지성이 망의 모양과 작동을 결정하고, 다양한 균을 막아내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며 대혼란 속에서 멸망하게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자연의 망 위에 인공의 망을 깔고, 지금도 균과 싸우는 우리에게는 표를 제대로 행사해야 할 크나큰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 현대의 ‘망·균·표’를 연결짓는 원칙은 놀랍게도 지난 세기 월드와이드웹을 창시한 팀 버너스리의 철학과 다르지 않으니 바로 개방·참여·공유다. “생존의 게임판에는 세 플레이어가 있다. 자연, 인간 그리고 기계인데 나는 자연을 지지한다. 그런데 기계 또한 자연을 지지한다.”(과학사가·조지 다이슨) 우리 인간은 연결돼야지 고립돼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미 복잡계이기에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선을 다해 대응할 뿐. 는 이미 복잡계이기에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가 사는 세계 최영일 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 이사·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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