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어깨, 엉덩이뿐만 아니라 관절이 있는 부위 어디든지 생기는 관절염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관절염 외에도 120여 종류가 있다. 관절을 구성하는 근육, 뼈 등의 손상 등은 비교적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게 된다. 이에 비해 연골의 경우는 신경이 없어서 손상이 일어나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병을 키우기 십상이다. 연골에는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손상되거나 닳게 되면 회복되거나 재생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과거 관절염 초기 환자들은 약물 및 주사치료에 의존한 채 관절이 모두 닳아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말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중간 단계의 치료법이 활발히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관절염이 심해져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인공관절을 이식해야 한다. 하지만 이 인공관절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필자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에 근무할 때부터 관절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으로 근무하면서 7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관절 수술을 집도하면서 의사로서 자신감과 보람을 느끼는 한편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느꼈다. “관절의 재생은 절대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물음은 가슴속에서 불쑥불쑥 고개를 들고 일어나 답을 구하라고 다그쳤다.
이후 연세사랑병원을 개원하면서 본격적으로 무릎관절의 수술이 아닌 시술적 치료에 몰두했다. 또한 무릎 연골의 ‘재생’ 연구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국내 전문병원 중 유일하게 줄기세포 연구소(세포치료 연구소)를 운영하며 연구진들과 함께 연구와 임상실험 등에 매진한 결과, ‘줄기세포로 손상된 연골을 재생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어떤 조직으로도 분화할 수 있기에 ‘모세포(母細胞)’라고도 하며 분화해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므로 만능세포라고도 한다. 필자는 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시술을 통해 연골이 재생되는 결과를 확인할 때마다 그동안 가슴속에서 식지 않는 불꽃처럼 일렁이던 의문을 해결한 기쁨과 성취감을 맛보았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자기관절 보존법칙’을 이루어냈기 때문이다. 필자의 줄기세포 치료법은 연골 손상 부위에 줄기세포를 주입해 손상된 연골의 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무릎 통증을 개선하고 관절염의 진행도 늦추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글·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