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좋아요’ 클릭의 가격과 기본소득

이성규 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 랩장
2019.07.15

내가 등록한 페이스북 포스트 한 건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를 누른 행위의 가치는 또 얼마나 될까. 내가 링크드인에 등록한 프로필과 경력 정보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내가 네이버에 단 댓글의 값은 어느 정도나 될까. 궁금하지만 사용자 개인이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일러스트 김상민

디지털 경제는 데이터 사회다. 개인 사용자 데이터는 디지털 경제의 석유다. 플랫폼은 이 석유를 적절히 가공하고 정제함으로써 수익을 이끌어낸다.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다. 원료로 사용된 개인의 세세한 데이터를 토대로 타깃 광고를 노출한다. 사용자가 꺼내놓은 데이터가 쌓일수록 사용자를 흡인할 수 있는 맞춤형 광고를 내보낼 수 있게 된다. 광고주들은 그 정밀함에 돈을 지불한다. 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만 있다면 지갑에서 더 많은 돈을 꺼내놓는다. 타깃 정밀도가 높아질수록 기술 거인들은 더 많은 돈을 광고주들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개인들이 데이터를 더 많이 쏟아냈기에 가능해진 풍경이다.

광고 노출의 타깃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도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건 사용자 데이터다. 기술 거인들이 적은 양으로 예측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그들 알고리즘의 데이터 의존성은 당분간 피해갈 길 없는 숙명의 경로다.

기술 거인들은 이처럼 사용자가 뿌려놓은 행위 흔적의 데이터로 수조 원의 매출을 창출하지만 정작 사용자들에겐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는다. 이들 거인은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잖아’라는 논리로 설득한다. 사용자 데이터의 가치가 얼마일까라는 질문이 증폭되지 않는 까닭이다. 사용자들도 ‘이렇게 편리한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하는데 굳이 보상을 요구할 이유가 있을까’라며 고민을 물리친다.

흥미로운 통계 한 건이 며칠 전 공개됐다. 미국의 마케팅 전문 분석기관인 이마케터는 페이스북 사용자 1인당 연평균 200달러 내외의 매출을 유발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100달러 내외의 매출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당분간 이 매출액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별 사용자가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고 있는 환경을 고려하면, 사용자 1인당 광고매출 유발액은 결코 적은 수준은 아닐 것이다.

또 다른 의미 있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미국 상원의원인 마크 워너와 조시 홀리는 플랫폼 기업들이 사용자 데이터로 창출한 가격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내놨다. 이름하여 ‘대시보드 액트(DASHBOARD ACT)’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의 가치가 얼마인지 알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광고 수익으로 먹고사는 기술 거인들의 데이터 운영의 투명성 결여가 법안 발의의 계기가 됐다, 물론 반론도 적잖다. 가치를 어떻게 계측할 수 있느냐가 주된 목소리다. 플랫폼 기업들에 과도한 주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일리가 있다.

기술 거인들이 광고매출의 원료로 사용하는 데이터는 대부분이 사용자들의 비물질 노동의 결과다. 이 논리가 탄탄해지면 자연스럽게 기본소득과 연결시킬 수 있다. 비물질 노동의 배분을 기술 거인들에게 요구할 수 있어서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에 플랫폼 기업들도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가능해진다. 워런과 홀리의 법안이 이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것이다. 급진적이라는 이유로 부결되더라도 그러한 상상들이 데이터 남용에 대한 경각심을 강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플랫폼 기업들도 수용할 시점에 왔다.

<이성규 전 메디아티 미디어테크 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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