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란도에 위치한 ‘디즈니월드’는 꿈과 환상의 세계다. 테마파크만 6개, 호텔도 31개나 된다. 연간 5500만명(2014년 기준)이 이곳을 찾아 꿈과 환상을 소비한다. 여기서 궁금증 하나. 디즈니월드 담벼락 너머에 사는 사람들도 이들만큼 행복할까?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그 답을 말해준다. 슬프게도 ‘꿈과 환상의 세계’ 건너편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배경은 디즈니월드 근처의 모텔인 ‘매직캐슬’이다. 영화는 이곳에 세들어 사는 철없는 미혼모 헬리와 말괄량이 딸 무니(부르클린 프린스 분)의 시선을 담고 있다. 두 사람은 ‘히든 홈리스’다. 히든홈스리스란 거주할 곳이 없어 모텔, 고시촌, 쪽방, 찜질방 등에 머무르는 사람들을 말한다.
보라색으로 곱게 칠한 ‘매직캐슬’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거주한다. 직업댄서였던 헬리는 주변 리조트에서 향수를 팔아 방세와 밥값을 마련한다. 여기서도 쫓겨나자 성매매로 돈을 번다. 온몸을 문신과 피어싱으로 멋을 내고, 딸이 있는 방에서 마리화나를 피는 철부지 엄마지만 6살 딸을 향한 사랑은 확고하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1965년 디즈니가 테마파크를 건설하기 위해 올란도 지역의 부동산을 매입할 당시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디즈니월드가 세워지면서 올란도는 천지개벽을 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 시월드 등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가 거대한 테마파크, 워터파크로 변해가고 있다. 이처럼 관광산업이 발전하면서 한 도시 전체가 관광객을 위한 테마파크로 변하는 현상을 디즈니피케이션(Disneyfication)이라고 한다. 도시가 고유의 정취를 잃고 관광객의 놀이터로 변해간다는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다. 피터 팔론 뉴욕대 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로셀로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 대표적이다.
디즈니피케이션은 원주민을 몰아내는 역작용이 있다. 관광객이 많아지면 상점이 많이 들어서 땅값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또 소음이 많아지고 사생활을 지키기 어려워지는 등 생활환경이 나빠지는 것도 주민들이 등을 지는 원인이 된다. 이런 현상을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라 부른다.
수용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주도가 거주민보다 더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곤란을 겪고 있다. 투어리즘 포비아(Tourism Phobia)라는 용어도 생겼다. 이른바 관광객으로 인한 공포증이다. 최근 서울 북촌에서는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구청이 ‘북촌지킴이’를 구성하기로 했다.
디즈니월드가 들어선 올란도도 마찬가지다. 도심을 관광객들에게 내어주면서 저소득 주민들은 외곽의 싸구려 모텔촌으로 밀려났다.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일거리로는 도심에 거주할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 이들 가정의 아이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기 일쑤다. 새차에 침을 뱉고, 모텔의 전기차단기를 함부로 내리고, 빈집에 방화를 하며 무니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션 베이커 감독은 “관객들이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각종 규제완화를 예고하고 있다. 관광진흥책은 필요하지만 화려한 관광산업 이면에 드리워질 짙은 그림자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