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니츠, 뉴턴 그리고 시간의 발명
토마스 데 파도바 지음 박규호 옮김·은행나무·1만6000원
오늘날, 시계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스마트폰, 컴퓨터, 승용차 등 시계가 없는 곳은 없다. 시계는 모든 것을 통제한다. 근무시간과 학교생활 심지어 자유로운 여가시간까지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처럼 초단위로 측정하는 시계가 만들어진 건 불과 400년 전 일이다. 이 책은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날 우리를 시시각각 몰아붙이는 시간 발명의 역사를 쫓는다.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두 인물은 뉴턴과 라이프니츠다. 그들이 태어났던 1640년대만 하더라도 시계에는 분침과 초침이 없었다. 태양의 움직임으로 시간을 측정하던 것이 더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1670년대 분과 초를 계산하는 진자시계가 등장하면서 시계의 정확도는 높아졌다. 사람들의 일상도 시계에 맞춰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시간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관념을 갖고 있었다. 미적분 우선권 분쟁으로 경쟁했던 당대의 두 천재는 시간에 대한 관점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뉴턴의 세계에서 시간은 동일한 속도로 일직선으로 흐르는 ‘수학적 시간’이다. 뉴턴의 세계에서 모든 행성과 위성, 그리고 다른 모든 천체들은 보편적 시간을 바탕으로 운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라이프니츠는 시간을 사건과 사건 간의 질서로 보았다. 뉴턴이 시간을 사물화하는 데 반대했던 라이프니츠는 시간을 실체가 없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관계, 사건들 간의 질서라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보았다.
뉴턴의 절대적인 시간, 라이프니츠의 상대적인 시간에서 승기를 잡은 것은 뉴턴이었다. 뉴턴 물리학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라이프니츠의 시간이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20세기 들어서였다. 그의 시간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접목된 이후에야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대립을 중심으로 시간의 발명으로 요동쳤던 근대의 풍경을 담은 책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