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후쿠시마 사고 ‘4년 후’, 그리고 한국

2015.03.24

후쿠시마 사고를 그저 일본 특유의 상황으로 돌릴 만큼, 국내의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할까. 국내 핵발전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부터 변해야 한다.

후쿠시마 사고는 ‘복수’ 핵발전소의 연쇄 폭발 및 방사성 오염수의 대량방출이라는 점에서 미증유의 사고로 불린다. 4년이나 지났는데도 수습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빈발하고, 그에 따른 임기응변의 대책만이 되풀이되는 게 현실이다. 2월 말 현재, 후쿠시마현 주민들 약 12만명이 현(縣) 내외로 흩어져 난민생활을 보내고 있다. 작년 4월과 10월에 있은 20㎞ 내 일부 피난지역의 해제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수습작업의 진척을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나 실제 상황과는 동떨어진 일종의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사고의 주요 과제로는 ▲폐로작업 ▲오염수 대책 ▲오염제거(제염) ▲배상과 지역재생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폐로작업과 관련해 작년 말 4호기 수조의 사용후핵연료(1331개)를 지상으로 옮겨 안전성이 향상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부지 내 방사성 잔해물의 처리로 방사선량도 꽤 낮아졌다. 하지만 핵발전소 건물 근처에서는 여전히 완전마스크·방호복을 착용하지 않고서는 작업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녹은 핵연료의 위치 및 형상을 파악하기 위해 소립자인 뮤온(Muon)을 이용한 일종의 X선 촬영을 1호기에서 시작하였다. 단, 크기 30㎝ 이하 및 검출기보다 낮은 지점의 핵연료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즉, 원자로용기 또는 격납용기 밖에 있는 핵연료는 측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특히 2호기의 내부는 방사능이 매우 높아 사람의 투입은커녕 로봇조차 오랜 작업이 곤란한 상태이다. 1~3호기에서 녹은 핵연료의 추출 및 폐로작업을 30~40년 안에 마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실제로 이미 오염수 처리 등의 주요 작업들도 1~2년씩 연기된 상태이다.

난관에 봉착한 오염수 대책
두 번째 오염수 대책도 난관에 봉착해 있다. 방사성 오염수의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폐로작업의 착수도 불가능한데, 문제는 오염수 대책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녹은 핵연료의 냉각을 위한 주수(약 400t/일)와 유입 지하수(300t/일)를 처리하여, 다시 주수에 이용하고 나머지 ‘처리 오염수’를 저장하는 순환처리방식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해안 벽 근처에서 유출 방지를 위해 퍼낸 100~150t/일의 오염수를 다시 건물 내로 주입하고 있어, 지하수량은 그다지 줄지 않고 있다. 방사성 오염수 유출을 막기 위해 핵발전소를 둘러싸고 건설 중인 1.4㎞ 얼음벽의 지수(止水)효과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조차 의문시하고 있다.

2월 말 현재 부지 내에 저장 중인 처리 오염수는 67만t이다. 도쿄전력은 올 3월 말까지 80만t의 저장용기를 확보할 계획이지만 부지 내의 저장 장소는 물리적인 한계에 이르고 있다. 게다가 급조된 저장용기의 대부분은 용접방식이 아닌 볼트방식의 프란지(Flange)형으로, 이음새에 사용된 고무패킹의 수명은 5년에 불과하다. 따라서 저장용기의 신속한 교체가 없는 한 ‘삼중수소’를 포함한 방사성 오염수 대량유출의 리스크가 점점 증대될 것이다. 도쿄전력은 어민들의 동의를 얻는 대로 처리 오염수를 희석하여 방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오염수 누출사고 및 관련 정보의 은폐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어민들의 불신만 증폭시키고 있다. 참고로 삼중수소의 방사성 오염수 처리는 저장·희석방출·증발의 세 가지가 있는데, 스리마일섬 사고에서는 증발처리가 이용되었다.

셋째, 오염지역의 제염작업은 주택·농지·도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인공적 제염보다 방사성물질의 반감기 및 비바람 등에 의한 확산이라는 ‘자연감퇴’의 저감효과가 더 크다. 게다가 후쿠시마현 면적의 7할을 차지하는 삼림뿐만 아니라 특히 주거지 20m 밖의 삼림이 제염대상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기후 및 계절에 따라 주거지 주변의 방사선량이 재차 높아지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주민들이 ‘자기책임’으로 방사선량이 높은 지점을 피해 생활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개인선량계 배포만으로 가해자 책임을 다한 듯한 태도이다.

또 사고수습의 진척에 대한 홍보가 우선되면서 주민의 실질적인 피폭저감은 뒷전에 밀려나 있다. 예를 들면 작년 9월 핵발전소의 입지지역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국도 6호선(42.5㎞)의 통행제한이 해제됐다. 우회도로에 비해 약 2시간30분 정도 시간이 단축돼 하루에 1만대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오토바이·자전거·보행자의 통행금지조치를 취하고는 있다. 정부 측은 시속 40㎞의 자동차가 1회 이용시 피폭량을 1.2마이크로시버트(μSv)로 추산하였다. 그러나 국도에서 5m 떨어진 곳에서 39.8μSv/h가 측정될 정도로 방사능이 높은 지점(hot-spot)들이 산재(散在)하고 있다.

넷째, 2월 말 현재 도쿄전력이 지불한 배상액은 5조4214억 엔이다. 제염 및 중간저장시설비용 3조5000억 엔을 포함하면 합계 약 9조 엔인데 추가적인 보상과 수습대책비를 고려하면 최소 20조 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작년에 피난지시가 해제된 2개 지역의 경우에도 주민의 귀환율은 10.5%(타무라시)와 39.1%(카마우치촌)에 불과했다. 특히 40세 이하의 귀환율은 약 20%로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방사능의 불안(특히 육아), 피난장소에서의 취업 및 자녀의 학교생활 등 때문에 이주를 선택한 탓이다. 일본 정부가 조기 귀환을 촉구하는 데는 홍보 목적과 도쿄전력의 부담 경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피난지시 해제 1년 후에 정신적 위자료의 지불이 종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정신적 위자료의 증액을 요구하는 지역주민의 제소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보상과 수습대책비 총 20조엔 넘을 듯
다른 한편 피난의 장기화에 따른 스트레스로 건강악화, 빈곤가정(노인층), 이혼, 가족 해체(분산) 등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진·쓰나미의 직접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미야기현과 이와테현에서는 재해의 간접사망자(재해관련사) 비율이 약 9%에 불과한데, 후쿠시마현만이 재해관련사 수가 오히려 직접사망자보다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런 후쿠시마 사고를 그저 일본 특유의 상황으로 돌릴 만큼 국내의 핵발전소는 과연 안전할까. 국내 핵발전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부터 변해야 한다.

첫째, 사법부의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요구된다. 역사적으로 사회의 안전성 향상의 경우, 행정부에 의한 강화책보다 사법부에 의한 생명가치의 증액 판결이 기여한 바가 훨씬 크다. 잠재적 가해자인 산업계의 경제적 부담을 꺼려 평균적인 안전기준에 집착하는 행정부와는 달리 사법부의 적극적인 판결은 잠재적 가해자의 사전적인 안전 강화를 촉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다. 핵발전소 관련 소송에서도 사법부는 국책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면서 ‘전문지식을 가진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절차면의 하자에만 집중한다’는 종래의 판결자세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매스컴은 여태껏 핵마피아의 홍보자료에만 과도하게 의존하여 중앙에서 지방으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중개자 역할에 충실해 왔다. 지역에서 발신되는 정보가 중앙의 정책에 반영되도록 전달하는 보도자세를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력 소비자인 시민들은 전기 콘센트 반대편에 있는 핵발전소 입지·송전지역의 고충을 함께하는 가치관을 추구하여야 할 것이다. 핵발전소는 전력의 소비지와 생산지가 분리되는 ‘차별적 구조’와 맹독의 방사성 폐기물을 장래세대에게 떠넘기는 ‘무책임’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비윤리적인 발전원이기 때문이다.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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