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최초로 ‘박 대통령 사퇴’ 요구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

글·권순철 기자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2013.12.24

“박 대통령이 버틸수록 국론분열만 지속”

민주당 장하나 의원은 지난 12월 8일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부정선거 수혜자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라”며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 최초로 그동안 정치권에서 금기시돼 왔던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정식으로 선언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장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전국적으로 규탄대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당론(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치책 마련)과 다른 성명을 낸 장 의원에 대해 “철 없고 경솔한 행동”이라는 의견과 “소신 있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2월 12일 대선불복 선언으로 뉴스의 중심에 있는 장 의원을 만나, 대선불복과 박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일반 의원들과는 달리 등산화를 신고 청바지에 패딩 점퍼 차림으로 출근한 장 의원은 지난 대선이 총체적 부정선거였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인터뷰]현역 최초로 ‘박 대통령 사퇴’ 요구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

‘대선불복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에 고민은 없었나.
“솔직히 말하면 큰 고민은 안 했다. 정부·여당은 처음에는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사건을 한 여직원의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탄압이라며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를 몰아붙였다. 검찰 수사에서도 처음에는 대선개입과 관련한 댓글은 67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121만건으로 늘었고, 이것도 검찰 수사인력의 한계 때문에 이 정도였지 국정원의 트위터 글은 2000만건이 넘었다. 이것을 보면 새누리당도 대선불복이라고 몰아붙이기가 힘들게 된 것 아니냐.”

성명서를 작성한 경위는.
“성명의 발단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의사표현이었다. 처음에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박 대통령이 사퇴하고, 선거 다시 하자고 썼다. SNS를 본 많은 사람들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서 자세히 정리해서 성명서 형식으로 발표했다. 성명서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고 난 이후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반응이 의외로 컸다.”

성명을 발표한 이후 국민들로부터 격려도 받고, 협박도 받았다고 들었다.
“국민들의 격려가 생각보다 정말 많았다.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후원금을 많이 모으지 못하는 의원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성명을 발표한 이후 미국 등 해외교포들로부터 후원하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실제로 평소보다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응원해주는 격려전화가 많았다.”

장 의원의 성명서는 민주당의 당론과 달리 대선불복을 담고 있다.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에 민주당 지도부와 상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 성명은 일일이 지도부와 상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내대표단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당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성명 발표 이후 지도부에 당론과 달라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양심과 헌법정신에 맞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당론과 다르면 말도 하지 말라는 비민주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문화가 민주당에는 없다. 민주당 의원 127명 사이에서는 새누리당과 달리 누구나 소신껏 말을 할 수 있고, 정치적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 앞으로도 나의 소신대로 의정활동을 할 것이다.”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확신한 이유는.
“그것은 국정원, 경찰, 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사건이다. 지난 11월 20일에 국정원의 트위터 유포 글이 121만건이라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이때 나는 부정선거라고 확신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100만표 차 이상으로 승리했으므로 이 사건은 선거 결과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은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장 의원의 성명으로 새누리당이 제기하는 ‘대선불복’ 프레임에 걸려 민주당이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는데.
“과거에는 몰라도 지금은 ‘대선불복’ 프레임이 어느 정도까지 작동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여권에서는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을 축소·은폐시키려 했지만,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등의 양심선언을 통해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많은 진실이 밝혀졌다. 앞으로 추가로 새로운 사실이 발표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선불복’ 프레임을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갖고 가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선거부정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공약사업 불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현 정권에 대해 심판할 것이다.”

[인터뷰]현역 최초로 ‘박 대통령 사퇴’ 요구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

장 의원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박 대통령이 사퇴해야 할 사안인가.
“국정원이 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2270개 트위터 계정으로 2000만건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게시했다. 국방부 사이버사령부도 댓글 2300만건을 달았다, 국가보훈처도 국정원의 동영상을 배포하고, 불법선거에 개입했다.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된 총체적 부정선거였다. 박 대통령은 직접 도움을 요청한 적이 없더라도 불법선거로 당선됐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박 대통령은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만큼 국민에게 사죄하고 사퇴해야 한다. 대선에서는 불법선거만 아니면 정치적인 쇼든, 이벤트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경우는 다르다.”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자고 한 이유는.
“두 선거를 함께 치르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질질 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검찰 수사 결과도 나왔고, 군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 결과도 곧 나올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사퇴하지 않으면 남은 임기 동안 국민들 사이에서 소모적인 국론분열만 나올 수밖에 없다.”

여권 일각에서는 대선불복의 몸통으로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과는 평소 잘 아는 사이인가.
“여권에서 충분히 그렇게 정치공세를 할 수 있다. 나의 배후에 문재인 의원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내가 만약 친노(노무현)그룹과 친했거나, 문재인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만 있었더라도 보수언론에서 나와 문재인 의원을 엮어서 보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민주당의 특정 정파나 계파에 속해 있지 않다. 그래서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후보와 나를 엮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장 의원의 성명에 대해 ‘국론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 할 수 있다. 국정원 정치·선거개입 사건과 관련해 국민적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 연설에서 여야가 합의하면 무엇이든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에만 동의하고 특검에는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상규명 의지가 확고하다면 왜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은 받아들이지 못하나.”

새누리당은 최근 장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나.
“공당의 격에 맞지 않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의원 개인성명을 갖고 당 차원에서 규탄대회를 여는 등 대응함으로써 이번 논쟁을 키운 측면이 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명분 없는 행동을 했고, 오버한 셈이다. 그리고 실제로 제명안이 통과될 확률은 박 대통령이 자진 사퇴할 확률보다 낮다.”

징계안과 관련해 새누리당은 장 의원에 대한 첫 번째 징계안을 철회하고 다시 제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새누리당이 먼저 낸 징계안에 허위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첫 번째 징계안을 보면 ‘장하나 의원이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부정경선의 명백한 수혜자로 지목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이 신청되어 있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은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선발과정에서 1차 서류심사 탈락자들이 채점 결과 등을 공개하라고 제기한 소송이다. 이 사건은 한 달 후에 재판부가 민주당의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다며 이미 기각한 사건이었다. 새누리당이 이런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언론에 유포했던 것이다.”

장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한 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의원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이라서 경솔한 발언을 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은 이번 성명을 청년비례대표의 실패 사례라고까지 말했는데.
“손수조 전 위원장도 청년인데, 청년 스스로 할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당이 청년비례대표를 두는 것은 좋은 것 같다. 그동안 정치권에는 젊은 세대들이 유입되지 않았다. 청년들은 취업도 안 되고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대변할 정치인들은 없고 국회의원들의 연령은 자꾸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를 젊게 만들라는 사명이 청년비례대표에게 있는 것 같다.”

재임기간인 19대 국회 1년 반 동안 어떤 분야에 의정활동을 집중했나.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치권에서 관심이 없고 관여하지 않는 곳에 신경을 많이 썼다.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주민들과 함께 지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으로서 청년아르바이트 노조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다. 우리 사회의 약자와 빈민들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 관심이 없다. 그들이 정치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남은 임기 동안에도 도시빈민·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경제적·정치적 차별 없이 살 수 있도록 의정활동을 할 것이다. 나는 국회의원이지만 평범한 시민이고, 청년이고, 여성이다. 새누리당 같은 큰 당이 나를 상대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은 나를 상대하지 말고 민생에나 전념했으면 좋겠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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