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는 1000회가량 로켓으로 공격했지만 이스라엘에 큰 해를 입히지 못했다. ‘아이언돔’(Iron Dome)이라는 최첨단 미사일 요격시스템 때문이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 11월 21일(현지시간) 밤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문제 해결방안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아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팔레스타인, 더 나아가 중동과 이스라엘 분쟁의 직접적 근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묵인 하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나라를 세운 데서 시작한다. 하지만 ‘시오니즘’의 뿌리를 더듬으면 그 연원은 구약성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여호와께서 그들 앞에서 가시며 낮에는 구름 기둥으로 그들의 길을 인도하시고 밤에는 불 기둥을 그들에게 비추사 낮이나 밤이나 진행하게 하시니….”(출애굽기 13:21)
수천년 전 이스라엘의 영적 지도자 모세는 유대민족을 이끌고 파라오가 다스리는 이집트를 탈출해 신이 옛 조상에게 약속한 땅으로 향한다. 시나이반도를 지나는 동안 신은 구름 기둥과 불 기둥을 보내 유대민족을 보호한다. 결국 이들은 고대 팔레스타인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신정국가를 수립한다.
그리고 이 성서 속 서사는 20세기에 재현된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하마스의 가자지구와 파타의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나뉘어 있으며, 서방의 지원을 업은 이스라엘이라는 거대한 적에 맞서 국제사회에 인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2006년 총선에서 온건성향 파타에 승리해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2007년 이 지역 봉쇄를 강화했다. 현재 가자 주민들은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으며, 실업률은 30%에 달한다. 기실 이스라엘에 대한 로켓 공격도 봉쇄에 대한 저항 성격이 있다.
이스라엘, 가자지구 1500여차례 공습
지난 14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작전명은 ‘방어의 기둥’(Pillar of defense)이다. 성서를 인용한 이스라엘다운 작명이다. 하마스 군 지도자 아흐마드 알 자브리가 탑승한 차량을 공중 폭격해 암살하면서 자신들의 정보력과 무력을 과시한 이스라엘은 8일 동안 서울 절반 크기의 가자지구를 전투기와 미사일로 1500여차례 공습했다. 이 기간 중 이스라엘 사망자는 민간인 4명을 포함해 5명이다. 반면 가자지구 사망자는 민간인 71명을 포함해 161명에 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개입한 2008년 가자전쟁의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140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은 이번 가자지구 공습 이유로 제1 도시 텔아비브와 수도 예루살렘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하마스의 이란제 ‘파즈르-5’ 미사일을 내세웠다. 하지만 하마스는 1000회가량 로켓으로 공격했지만 이스라엘에 큰 해를 입히지 못했다. ‘아이언돔’(Iron Dome)이라는 최첨단 미사일 요격시스템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국영 군수업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이 개발한 아이언돔은 4~70㎞ 바깥에서 날아오는 로켓포를 요격미사일을 발사해 막을 수 있다. 요격미사일 타미르는 길이 3m, 지름 16㎝, 무게 90㎏이다. 아이언돔 포대의 가격은 5000만 달러에 달하며 감지레이더·통제유니트·발사대로 구성된다. 타미르는 개당 4만~5만 달러다. 아이언돔 포대 하나가 150㎢ 면적을 방어한다. 이스라엘 군은 2011년 아이언돔 포대 4개를 실전 배치했으며, 17일 텔아비브에 추가 설치했다.
이스라엘 군은 가자지구에서 로켓포 809발이 발사됐으며, 이 가운데 389발을 아이언돔으로 요격했다고 20일 웹사이트에서 밝혔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아이언돔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된 로켓 가운데 약 90%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말한다.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은 구소련·이란제 구식 무기로 명중률이 낮기 때문에 상당수가 빗나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미 군사전문가 스티븐 잘로가는 “이스라엘이 말하는 건 아이언돔이 목표 로켓 중 90%를 맞혔다는 의미”라면서 “요격미사일 시스템으로는 흔치 않게 높은 수치”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아이언돔은 레이더와 전자광학센서로 적 로켓 발사 후 수초 내 궤도를 분석한다. 동시에 이 로켓이 인구 밀집지역을 향할 것인지 판단해 요격에 나선다. 발사된 모든 로켓의 요격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위협이 되는 로켓을 목표로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미국의 자금 지원으로 첨단무기 개발
또 아이언돔은 타격 예상지역에 경고를 보낼 수도 있다. 덕분에 가자 인근은 10~15초, 텔아비브는 1분 정도 대피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10~13개의 아이언돔을 갖추면 이스라엘 전역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철 지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아이언돔은 첨단 군사국가 이스라엘의 기술이다. 하지만 미국의 꼼꼼한 자금지원 덕분에 개발이 가능했다. 워싱턴타임스는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 아이언돔 개발에 2억5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지난 1월에도 7000만 달러를 긴급 지원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또 2015년까지 총 6억8000만 달러를 추가 지원할 계획이다.
데니스 로스 전 백악관 중동담당 보좌관은 아이언돔에 대한 자금지원이 “전반적인 예산 감축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졌다면서 “미국의 이스라엘 안보에 대한 헌신의 상징”과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아이언돔을 통해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셈이다.
“한국도 아이언돔 구매 의사 밝혀”
한국 정부가 아이언돔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대우조선해양의 순찰함 4척을 4억 달러에 구매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측에 아이언돔 구입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일간 글로브스가 18일 보도했다. 또 한국 정부는 올해 초 이스라엘에 훈련기 T-50 판매를 제안하면서 상호구매 조건으로 아이언돔 구입 의사를 밝혔으며, 이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이언돔은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나라라면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매혹적인 무기다. 미디어 보도도 이러한 감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언돔의 가격은 그것이 보호하는 것보다 싸다’고 자랑한 이스라엘 언론을 비롯해 세계 유수 언론들은 아이언돔의 위력을 앞다퉈 보도하며 군수업체의 입노릇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현격한 힘의 차이는 아이언돔의 현란한 영상 뒤에 묻혔다. 하마스가 왜 테러에 나섰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밀린 것이다.
<배문규 경향신문 국제부 기자 sobbe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