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을, 경기 고양 일산 서구, 강원 홍천·횡성 리턴매치로 주목
4·11 총선에서 두 후보가 다시 맞붙는 리턴매치 지역이 관심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을에서는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와 민주통합당 민병두 전 의원이4년 만에 다시 자웅을 겨룬다. 경기 고양 일산 서구에서는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과 민주통합당 김현미 전 의원이 지난 17대 총선에 이어 다시 만났다. 강원 홍천·횡성에서는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민주통합당 조일현 전 의원이 네 번째 맞대결을 벌인다.
서울 동대문을에서 맞붙는 홍준표 전 대표와 민병두 전 의원은 ‘BBK의 창과 방패’였다. 홍 전 대표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았으며, 민 전 의원은 제1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홍준표 전 대표는 돌고 돌아 다시 이 지역에 공천을 받았다. 이 지역구 의원인 홍 전 대표는 총선 불출마를 포함한 모든 거취 결정을 당에 일임했다. 새누리당에서는 한때 홍 전 대표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거론됐으나, 결국 인물난으로 서울 동대문을에 투입했다. 홍 전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인 동대문을뿐만 아니라 서울 동북부 지역의 선거를 책임지고,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대문을, BBK ‘창과 방패’의 맞대결
홍 전 대표는 이 지역에서 내리 세 번 당선되는 등 새누리당이 동대문을에서 30년 동안 아성을 지켜오는 데 큰 공헌을 했다. 홍 전 대표는 공천 문제로 선거판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지역주민들을 접촉하고 있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한 그는 자신의 서민친화적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경전철 사업, 청량리 재정비 촉진지구 사업 등을 마무리하기 위해 한 번만 더 뽑아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 측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백중세로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홍준표 전 대표가 월등히 앞설 것”이라며 “홍준표 전 대표와 민병두 전 의원은 인물론에서 이미 승부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민병두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홍 전 대표에게 패한 이후 중앙정치에 나타나지 않고 지역에서 계속 주민들과 만나왔다. 민 전 의원은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로 정계에 진출했다. 그는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전략기획통으로 불리기도 했다. 민 전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설파하며, 지역주민들을 파고들고 있다. 그는 동대문 둘레길 조성, 인문계 고등학교 신설 등 공약을 내놨다. 민병두 전 의원 측 관계자는 “민병두 전 의원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주민들을 맨투맨으로 접촉하고 있다”며 “현재의 민심은 홍준표 전 대표보다 민 전 의원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어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 일산 서구에서는 전·현직 여성 국회의원이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선 의원은 오랜 정치적 경험 등으로 수성을 자신하지만 절치부심 칼을 갈아온 민주통합당 김현미 전 의원도 만만치 않은 상대다.
김영선 의원은 5선을 노리는 중진정치인이다. 김 의원은 15, 16대에서는 비례대표로, 17, 18대에서는 이 지역에서 연속 당선했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반면 김현미 의원은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를 지냈으며, 참여정부에서는 청와대 언론비서관을 역임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이 지역에서 4년 동안 표밭갈이를 하며, 와신상담해왔다.
이 지역은 전형적인 도농복합선거구다. 때문에 토박이 정서가 강한 농촌에서는 김영선 의원이 유리하고, 도시에서는 김현미 전 의원이 우세하다는 것이 선거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서 승패의 관건은 무당파층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지역의 최대 이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추진했다 백지화됐던 JDS지구(명품 자족도시, 장항·대화·송포동 일대) 개발 문제다. 이와 관련, 김현미 전 의원은 R&D(연구개발)밸리와 혁신형 중소기업 단지 조성, 남북교류협력지원센터 유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경기 고양지역은 지역구 4개의 표심이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이번에는 민심이 어느 당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4석 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축산농가 몰린 횡성, 한·미 FTA가 최대 쟁점
강원 홍천·횡성은 또 한 차례의 질긴 인연이 반복되는 곳이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민주통합당 조일현 전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 이후 네 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이들의 전적은 1승1무1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황영철 의원은 현역(18대) 의원이며, 조일현 전 의원은 17대 의원이었다. 이들은 16대 총선에 출마했으나 둘 다 떨어졌다. 당시에 횡성 출신인 새천년민주당 유재규 의원이 홍천 출신인 황 의원과 조 전 의원을 간발의 차이로 물리치고 당선됐다.
조 전 의원은 35세라는 약관의 나이로 14대 총선에서 당선돼, 17대 총선에서야 재선에 성공하는 등 험난한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황영철 의원은 새누리당 내 개혁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민본21’ 간사와 새누리당 원내 대변인을 역임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은 이들 모두가 홍천 출신으로 인근의 횡성 민심이 당락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축산 농가가 몰린 지역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해 황영철 의원은 한·미 FTA 국회 비준과정에서 여당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벌써부터 두 후보 측은 총선 전에 열리는 지역 방송 주최 토론회에서 한·미 FTA 문제를 쟁점화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조 후보 측은 “황영철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으로는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고 소신투표를 한 듯 행동했지만, 실상은 당시 본회의에 앞서 비공개 회의를 요구하는 등 원내 대변인으로 한·미 FTA 날치기 처리를 주도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황영철 의원 측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를 찬성한 조일현 전 의원이 이제 와서 재협상을 주장하고 있다”며 “황영철 의원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으로 활약하며, 한·미 FTA 시행을 앞두고 농민 피해보상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외에 철도 유치 문제를 놓고도 두 후보는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다. 조일현 전 의원은 중앙선 용문역(경기도 양평)에서 홍천까지 철도를 연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조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 당시 이 철도 건설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비용으로 예산 10억원을 확보했으나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도건설 계획이 무산됐다. 하지만 조 전 의원은 이번에 국회에 들어가면 반드시 철도 건설사업을 실현시키겠다는 각오다. 반면 황영철 의원은 국가 철도망 사업인 KTX 노선이 서울에서 춘천으로 직접 가지 않고, 중간에 홍천을 경유하도록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