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마이웨이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 오다기리 죠, 판빙빙 

제공 씨제이엔터테인먼트 

관람등급 15세 

상영시간 137분 

개봉일 2011년 12월 21일

나는 이 영화를 걸작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이 영화가 친일이냐 친일이 아니냐의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에 또한 동의하지 않는다. <마이웨이>는 왜 차라리 친일영화가 아니란 말인가. <마이웨이>가 친일영화라면 어떤 식으로든 더 명확한 논의가 가능했을지 모른다. 

상황을 들여다보자. 요컨대 이 영화가 식민지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균형감각이 결여되어 있으며, 화해가 실현되지 않은 역사의 맥락을 무시하고 용서와 화합을 논하는 데 관객이 반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일부 유명 감독들이 SNS를 통해 “<마이웨이>는 친일영화가 아니다”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음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잠재적인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 만큼 효과적인 옹호논리로 채택되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관객들이 혼란을 느낀 지점은 이 영화가 친일이냐 친일이 아니냐의 차원보다 더 복잡한 감정으로부터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친일영화라는 이유로 꾸짖음을 당할 이유가 없는 꼭 그만큼, 친일영화가 아니라는 이유로 옹호될 수 없으며, 그렇게 영화의 본질이나 실체와는 무관한 싸움판 속에서 ‘논쟁적인 영화’의 시장 지위조차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렇다면 그 ‘복잡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은 장동건이 연기하는 준식의 비합리성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 장동건이 연기한 진태의 목적은 오로지 동생을 지키는 것이었다. 진태는 모든 장면에서 그러한 목적에 들어맞게 행동하며 드라마의 갈등에 종사했다. <마이웨이>에서 준식의 목적은 대체 무엇인가. 정황을 따져보면 끝까지 살아남아 마라톤을 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엉뚱하게 판빙빙 캐릭터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노몬한에서의 영웅서사를 떠올려봐도 알 수 있듯, 준식은 그와 같은 생존에의 욕망 앞에 일관되지 않고 끊임없이 겉돌 뿐이다. 애초 <태극기 휘날리며>를 연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 장동건의 캐릭터를 지금의 준식과 안똔으로 분리해버린 것부터가 실수다. 이 영화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인물이 어느 누구도 아닌 김인권의 안똔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실책이 중요하다. <마이웨이>의 서사는 어느 한 쪽 민족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종류의 가치판단을 부정하고, 순전한 개인과 개인의 충돌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야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민족적 감수성과 완전히 결별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부유해버린다. 주인공이 일본군(반민족)이 되었다가 소련군(공산주의)이 되었다가 독일군(파쇼)이 되는 상황에서 일반적인 관객 다수가 겪을 수 있는 감정상 피아 식별의 곤란함에 대해서는 흡사 그것의 맥락에 대해 부연하는 게 촌스럽다는 듯 무관심하면서, 노몬한과 같은 대목에서는 갑자기 ‘민족’이 호출되는 것이다. 오다기리 죠가 연기하는 타츠오가 국가의 도구로부터 반성하는 개인으로 거듭나는 동안, 준식은 이야기의 주요한 갈등과는 무관하게 줄곧 정치적으로 무결한 희생자로 기능하면서 민족이 되었다가 개인이 되고, 다시 민족이 된다. 

끝내 이르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조차 우리는 김준식의 이름으로 뛰는 타츠오가 아닌, 조선인의 이름으로 뛰고 있는 일본인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언급한 ‘관객들이 혼란을 느낀 복잡한 감정’이란 이러한 불균형 속에서 탄생한다. 이런 맥락에서 <마이웨이>가 친일영화라는 주장은 이 영화를 둘러싼 모든 말들 가운데 가장 설득력이 떨어지는 궤변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이웨이>는 왜 차라리 친일영화가 아니란 말인가. 영화 본연의 모습에 기반한, 실체적 공과를 다룰 수 있는 장이 아쉽다. 전쟁이라는 거대 서사 안에서 어떻게든 개인을 조명해내려 애쓴 노력과, 친일이냐 친일이 아니냐라는 이분법을 탈피해 다른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려 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마이웨이>에 관한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허지웅<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