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휴게소 35년史… 민간자본 유치후 이용편의 많이 좋아져

2005년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휴게소는 모두 141개에 달한다. 이용인원도 해마다 증가해 2004년 기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일일 이용객은 약 75만명에 달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서해안고속도로 화성휴게소(하행)의 경우 하루 이용인원만 2만여명 선.

1999년 한국도로공사(도공)에서 발행한 ‘한국도로공사 30년사’에 따르면 가장 먼저 생긴 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다. 소백산맥 산마루에 자리잡은 추풍령휴게소는 1971년 경부고속도로 개통 직후 문을 열었다.

일설에는 1969년에 문을 연 금강휴게소가 사실상 최초의 휴게소라는 주장도 있다. 1969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금강휴게소 구간의 공사를 맡았던 현대건설이 금강휴게소 자리에 직원숙소 등을 만들면서 간이 휴게소로 운영했다는 것.

전국 1호는 추풍령휴게소

이에 대해 도공 관계자는 “당시 금강휴게소에는 주차장도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종합 휴게소 개념은 아니었다”면서 “휴게시설과 주차장이 함께 마련된 정식 휴게소는 추풍령휴게소가 1호”라고 말했다.

역사가 깊은 만큼 추풍령휴게소에는 명물도 많다. 우선 하행 휴게소의 오른쪽에 ‘동물장’이란 푯말로 표시된 작은 동물원은 휴게소 이용객은 물론 인근 영동·김천 지역 초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봄철이면 추풍령휴게소로 소풍오는 초등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기도 한다. 1974년에 지어져 조금 낡은 감이 있지만 원숭이와 너구리, 사슴, 토끼는 물론 인도산 청공작 등 200여마리의 동물을 볼 수 있다.

상·하행 휴게소를 연결하는 구름다리도 볼거리였다. 상행선에서 내려온 사람과 하행선에서 올라온 사람이 한 휴게소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구름다리는 이용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이 구름다리는 2004년 경부고속도로 영동·김천구간이 왕복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되면서 철거되고 말았다. 확장공사 당시 구름다리를 떠받들고 있는 교각이 걸리자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추풍령휴게소(하행) 김국연 소장은 “올해로 35주년을 맞은 추풍령휴게소에 향수를 느끼는 이용객이 많다”면서 “지난해 철거된 구름다리도 이런 고객들의 민원이 쇄도해 조만간 복구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고속도로 휴게소는 ‘더럽고 비싼’ 곳으로 각인돼 있었다. 휴게소 사이의 거리가 50~60㎞에 달할 정도로 휴게소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경쟁이 없으니 당연히 손님들에게 불친절하고 가격은 시중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었다. 1991년 4월 15일자 경향신문 사회면은 경부고속도로 ○○휴게소의 풍경을 이렇게 묘사했다.

“여행객들이 서로 등을 부빌 정도로 북적대며 가락국수 코너에서 줄을 잇고 있었다. 휴게소 종업원들이 손님들의 손에 쥔 돈을 낚아채듯 받아챙긴 뒤 내던지듯 연이어 국수그릇을 내놓았다.

손님들은 불만이 역력한 표정으로 덮개도 없는 고춧가루통과 단무지를 한꺼번에 담아놓은 반찬통에서 몸을 부딪치며 반찬을 꺼내 훌훌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간신히 끼여들어 국물을 마시고 있는 식탁 주위에는 음식찌꺼기와 나무젓가락봉지 등이 어지러이 널려 있었고 손님들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청소아주머니들은 짜증내듯 빗자루질을 해대며 먼지를 날리고 있었다.

아수라장 속에서 국물만 몇 모금 마신 뒤 자리를 뜨던 김민씨(당시 40·회사원)는 ‘시중보다 2배나 비싼 국수값도 문제지만 면발이 설익은데다 불결한 식탁 때문에 속이 거북해 토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141곳 가운데 개인소유 한 곳

휴게소의 변화는 1995년 도공측이 고속도로 휴게소를 민영화하면서 시작됐다. 경영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휴게소 운영권을 민간업자에게 임대하면서 서비스도 덩달아 나아졌던 것. 그 전까지는 도공 자회사에서 관리와 운영을 총괄했기 때문에 영업실적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았다.

휴게소 민영화는 서비스가 한 단계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음식값은 오히려 시중가보다 크게 높아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휴게소가 고속도로 내에서 사실상 독점체제로 운영되다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될 정도로 업자들의 횡포가 심했던 것. 도공에서는 궁여지책으로 1999년 ‘공산품 가격 20% 인하’를 전국 휴게소에 요구했다. 운영평가에 따라 재계약을 해야 하는 업자들이 도공측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2001년부터 도공은 휴게소 사업에도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즉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이들이 투자하는 비용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한 것이다. 선정된 민간사업자는 10~35년 동안 휴게소를 운영한 뒤 운영기간이 만료되면 건물과 시설을 도공측에 기부채납하도록 돼 있다.

현재 전국 141개 휴게소 가운데 임대방식으로 운영되는 휴게소는 114개, 민자유치 방식의 휴게소는 26개에 달한다. 민자유치 방식의 휴게소가 늘어나면서 휴게소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고, 휴게소간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용객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특이한 것은 141개 휴게소 가운데 개인소유인 곳이 딱 한 곳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금강휴게소다. 금강휴게소 김석주 영업팀장은 “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던 현대건설의 고(故) 정주영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용지를 매입하고 휴게소를 지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인지 건물은 (주)금강휴게소 소유로 넘어왔지만 부지는 지금도 현대백화점 정몽근 회장 앞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