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혈과 성배 外

2005.03.29

◇ 밀입자

‘쿰란’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미 아베카시스의 매력을 알고 있을 것이다. 첫 소설에서 그녀는 예수의 죽음에 대한 기존 학설을 뒤집고 기발한 상상력과 신학·고고학적 지식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다소 잔잔하다. ‘삶은 기다림’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간의 최초의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기다림이라는 작가의 시선이 도발적이다.

엘리에뜨 아베카시스 지음, 길해옥 옮김, 여백, 7500원

◇ 대화

이 땅의 대표적인 두 지식인의 대담이다. 지식인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은 대담을 통해 지식인은 그리 거창한 위치에 있지 않을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알리고 쓰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라는 것이다. 굴곡 투성이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부딪쳐온 인간 리영희를 만나볼 수 있다.

리영희·임헌영 대담, 한길사, 2만2000원

◇ 성혈과 성배

그리스도의 행적에 대한 무수한 의문을 실제 현장을 돌며 고증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을 담은 책이다. 저자들이 10년간 추적하며 얻어낸 결과는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이 아니라 결혼도 했고 아이도 낳았으며 심지어 그 후손이 지금까지도 살아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다빈치 코드’는 자신들의 이 책을 표절했다며 댄 브라운을 고소한 상태다.

마이클 베이전트 외 지음, 이정임·정미나 옮김, 자음과모음, 2만7500원

◇ 청산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 4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주인공 케세뤼의 내·외부 환경은 모두 ‘청산’된 상태다. 절망한 그는 수용소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마저 청산하려 하지만 마음속의 반역과 항명을 깨닫는다. 반역과 항명이야말로 생명을 이어가는 힘이 되어준다는 것. 반대로 순종은 스스로 죄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주인공의 입을 빌려 작가는 말한다.

임레 케르테스 지음, 정진석 옮김, 다른우리, 8500원

◇ 명화로 보는 인간의 고통

헤르만 헤세의 ‘나르시스와 골드문트’(혹은 ‘지와 사랑’)는 고통과 희열이 같은 것임을 암시한다. 모든 인간이 고통을 두려워하고 피하려 하지만 고통은 철학자, 예술가, 의사 등에게 ‘귀중한 소재’로 대접받고 있다. 그만큼 고통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법의학자인 저자는 명화를 통해 고통의 긍정·부정적 측면을 함께 통찰한다.

문국진 지음, 예담, 1만6500원

◇ 막말의 암살자들

역사소설의 거장 시바 료타로의 연작소설이다. 이 연작이 다루고 있는 시대적 배경은 에도 바쿠후(江戶幕府) 말기부터 메이지 유신(1868)으로 봉건체제가 무너지기까지의 약 10년간이다. 작가는 이 혼란기에 일어난 암살사건을 파헤친다. 작가는 암살자도, 암살당한 사람도 역사적 유산이라고 말한다. “역사는 때로 피를 원했다”는 표현으로 암살자들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경향을 비판한다.

시바 료타로 지음, 이길진 옮김, 창해, 1만4800원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