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진입 선결과제

2005.01.25

한국기원이 지난해 12월 대한체육회에 준가맹단체 가입신청서를 냈다. 한국기원은 이미 2002년 1월에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로 승인받았으니 바둑이 체육을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간 셈이다. 준가맹단체 가입 여부는 오는 2월 2일 열릴 예정인 대한체육회 정기이사회에서 판가름난다.

바둑이 살 길은 스포츠로 인정받느냐 여부에 달렸다는 의견이 많다. 그 선봉이 한국기원이다. 바둑을 '두뇌 스포츠'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기원이 꼭 대한체육회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냐, 바둑이 21세기에도 살아 남으려면 스포츠 종목의 하나로 편입되는 길밖에는 없느냐 하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하지만 한국 바둑의 본산인 한국기원이 바둑 스포츠의 깃발을 들었고, 절차도 한두 단계 더 남아 있으니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바둑산책]체육계 진입 선결과제

바둑이 스포츠로 인정받으면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말은 맞다. 중-고교는 물론이요 대학까지 특기생 입학 같은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바둑교실, 바둑학원 등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며 바둑시장도 비약적으로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정식으로 바둑올림픽을 그려볼 수 있다는 점이다. 바둑올림픽이 성사되면 현재 바둑 실력은 한국이 제일이고, 우리는 또 인터넷 세계 최강이니 인터넷을 활용하여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고, 바둑의 세계화를 통해 문화 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다. 21세기가 문화전쟁의 시대라면 우리에게 바둑은 정말 좋은 무기 아닌가.

그러나 바둑의 스포츠화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국 바둑의 세계화, 바둑올림픽 모두 좋은 얘기인데, 그를 위해 우리 바둑계가 준비한 것이 무엇이냐, 중국과 일본이 바둑올림픽의 이니셔티브를 선선히 양보하겠느냐, 표대결 같은 것이 벌어질 경우 우리가 중국과 일본을 이길 수 있겠느냐, 바둑은 바둑 나름의 길이 있을 것이니 섣불리 스포츠니 올림픽이니 하지 말고 그쪽으로 매진하는 것이 옳지 않으냐, 어차피 첨단 레포츠와는 경쟁이 안 될 텐데 억지로 흉내내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때 더욱 고답적으로, 더욱 고색창연한 컬러로 가는 것이 오히려 바둑이 살 길 아니냐, 이런 얘기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어느 길을 택하든, 병행을 하든, 선결해야 할 공통의 과제가 있다. 바둑의 기원에 대한 확실한 연구, 바둑 이론과 실력의 잣대인 단-급의 체계화와 보편화, 그리고 룰과 용어다. 하나를 더 보탠다면 바둑의 남북교류다. 이게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런 것들이 공론의 장에 등장한 지도 벌써 30년이 넘었다. 한 세대 전의 소리다.

지금도 우리는 바둑이 중국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한다. 지역적으로 황허 이북이 될 것이다. 바둑의 역사는 대략 4000년. 그렇다면 기원전 2000년 무렵에도 거기가 중국이었을까. 동이족도 살았고, 한족도 살았겠지. 아무튼 그 뿌리가 되는 사람들이 살았겠지. 또 고조선도 있었고, 후에는 고구려도 있었고, 그 아래 바닷가는 지금도 이름이 발해만인데. 바둑이 우리 것이라고 우길 수는 없지만, 중국 것이라고 그냥 넘겨버린 것은 반성할 여지가 있다. 최소한 한번은 새롭게 점검해볼 일이다. 이런 것부터가 아쉽고 안타깝다. 고대 동북아의 황량한 벌판을 무대로 펼쳐졌을 당시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생각하면, 일과를 끝내고 동굴 속에서 불을 밝히고 바둑을 두었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끔은 가슴이 설렌다.                               

                                       

이광구[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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