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보’ 만들어내는 정부

2009.07.28

언론은 최근 잇단 오보를 냈습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이 한국에 대규모 투자를 할 것이란 보도가 그 중 하나입니다. 스웨덴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이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을 만나는 과정에서 “에릭슨이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 가량을 투자키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에릭슨이 한국 정부가 밝힌 15억달러 투자계획을 부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투자하기로 한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액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이 대통령의 스웨덴 방문 성과를 높이려고 앞서 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최근의 사이버공격 진원지가 북한으로 추정된다는 일부 보도도 오보성이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여당 국회의원에게 이 첩보를 알리고 이 의원은 언론에 흘려 대서특필되게 한 것이지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후 사이버공격을 지시한 인터넷 접속주소가 영국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민군 정찰국 해커 조직인 110연구소가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정원 첩보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추정된다’고 했으니 ‘완전한 오보’는 아니라고 할까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사퇴와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 보도는 어떤가요. 이 대통령은 천 내정자의 내정을 취소하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내정해 놓고 그 내정자가 문제가 되자 원칙론을 편 것은 귀에 거슬립니다. “잘못된 인사로 국민을 혼란케 한 상황에서, 먼저 이 점을 성찰해야 할 대통령이 엉뚱한 반응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통렬합니다. 잘못된 고위직 인사를 지적하기보다 ‘책임회피성 발언’을 크게 다룬 것은 ‘본의 아닌 오보’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의도적으로 ‘대변’했다는 의혹제기가 가능합니다.

일부 오보는 언론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하거나 흘린 것이고, 발표 내용의 사실 여부를 즉각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 때문에 오보의 책임이 면해질 수는 없는 일입니다. 문제는 정부가 계속 오보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법 개정통과를 위해 방송관련 수치를 조작하고, 4대강 살리기사업의 정당성을 위해 홍수피해를 과장한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를 내면 언론은 속수무책으로 오보를 내게 됩니다. 악순환입니다. 그렇다고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사안인데, 사실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 보도를 유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위클리경향이 이번 주에 만난 민변 한택근 사무총장은 이명박정부가 민변을 바쁘게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무리한 시국사건을 남발해서라는 겁니다. 언론이 ‘정부 제공 오보’ 때문에 고뇌하는 일이 없어졌으면 합니다. 그렇잖아도 이 정부는 언론을 바쁘게 하고 있으니까요.

<조호연 편집장 chy@kyunghyang.com >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매체별 인기뉴스]

      • 경향신문
      • 스포츠경향
      • 주간경향
      • 레이디경향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