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말~8월 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우표 축제가 열린다.
올해 축제는 여느 해와 달리 국제대회다. 7월30일부터 8월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제 24회 아시아국제우표전시회가 열리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국제우표전시회가 열린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아시아 국가들만이 참가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우표전시회는 아시아대회든 세계대회든 모두 필라코리아 (PHILAKOREA)라 부른다. 우표수집을 뜻하는 영어 필라텔리(Philately)의 앞 글자에 우리나라의 영어이름 코리아를 붙여 만든 명칭이다. 여기서 필라텔리라는 단어는 1864년 프랑스의 수집가 헬팽이 그리스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philo와 세금면제라는 뜻의 ateleia를 합쳐 사용한 뒤 세계 통용어가 됐다. 우표가 우편요금을 미리 냈다는 증표의 수단으로 생겨난 데서 비롯된 말이다.
이번 필라코리아 2009의 키워드는 사람, 자연, 그리고 우표다. 필라코리아 사무국은 이를 ‘우표를 통해 사랑을 전달하며 사람이 행복해지는 세상’, ‘우표를 통해 자연을 생각하며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건강한 세상’, ‘잃어버린 정을 찾아주고 따뜻한 감성으로 일체감을 형성하는 우표’ 등 세 주제로 나누어 설명한다. 아시아 26개국에서 이번 전시회에 내놓는 286점 1,265틀(1틀은 방안대지 16장)의 작품들이 이 주제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낸다는 것이다. 참가자격은 아시아 회원국으로 한정돼 있지만 출품작에는 국경의 제한이 없다.
필라코리아에는 입장료라는 개념이 없다.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며 특히 학생들을 환영한다. 방학을 맞아 부모 손을 잡고, 혹은 친구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아 우표의 세계에 풍덩 빠져보기를 권한다. 실제로는 나이 지긋한 사람도 적지않게 어렸을 때 우표 수집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전시장을 찾곤 한다.
올해 전시장에는 이런 관객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한국우정의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한국우정관, 여러가지 작품이 가득한 작품전시관, 우표퀴즈 미로찾기와 우표룰렛 같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관 등이 조성된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발행된 페니 블팩이고, 한국 최초의 우표는 1884년 당시 화폐단위인 문(文)에서 이름 붙여진 문위(文位)우표라는 것과 같은 우표상식 코너도 마련돼 있다. 조금 더 깊이있게 들어가면 1900년대 초반 도미니카와 아이티, 파라과이와 볼리비아가 우표에 그려진 국경표시 때문에 각각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는 등의 우표에 얽힌 세계사도 접할 수 있다.
관람객들에게는 친환경 에코백과 스포츠타월 등 선물이 주어진다. 또 전시에 참가한 24개국의 수도, 언어, 화폐, 최초 우표발행연도, 만국우편연합(UPU) 가입일 등을 담은 우취 패스포트 20,000부가 무료로 배포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쇠퇴하긴 했지만 과거 우표수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 최고의 취미로 꼽혔다. 우표수집을 즐기는 명사들도 많아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많다”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우표를 특히 좋아했고, 최근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도 우표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고 외신은 전한 바 있다.
이런 우표애호가들의 단체도 각국별로 여전히 건재하다. 세계적인 민간조직체로 국제우취연맹(FIP)이 있고 여기에 이번 필라코리아 2009를 우정사업본부와 함께 준비하는 한국우취연합(회장 김장환)이 한국을 대표해 가입해있다. 우취(郵趣)란 필라텔리를 우표수집과 구분지어 번역한 용어다.
필라코리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원하면 홈페이지(www.philakorea.com)를 참조하면 된다. 다만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창에 ‘필라코리아’라고 치면 스포츠상품업체인 ‘휠라코리아’가 먼저 뜬다는 사실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종탁<출판국 기획위원> jt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