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는 ‘현실 공포 스릴러’에 ‘층간소음’이 맞물려 ‘특별한’ 흥미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순수한 공포영화 장르에 따라 관람한다면 모처럼 공포 장르의 본질에 충실한 재미를 더 많이 즐길 수 있다.
제목: 노이즈(Noise)
제작연도: 2025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93분
장르: 공포, 스릴러
감독: 김수진
출연: 이선빈, 김민석, 한수아, 류경수, 전익령, 백주희
개봉: 2025년 6월 25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지방의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주영(이선빈 분)은 도심 외곽 아파트에 홀로 살고 있던 동생 주희(한수아 분)가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동생의 흔적은 묘연하고, 이웃들의 날카로운 반응은 주영을 불안하게 만든다.
영화는 ‘현실 공포 스릴러’라는 메인 카피로 홍보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가 중요 소재로 내세우는 ‘층간소음’이란 화제와 맞물려 관객들에게 ‘특별한’ 흥미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특별한’ 기대지점은 정작 영화의 호불호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정보에만 의존한다면 이 작품은 사회문제를 반영한 논픽션의 형태를 취하거나, 완전한 허구일지라도 규정된 범죄 스릴러의 장르 안에서 통제되는 작품이라 예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노이즈>는 예상을 벗어나 그보다는 판타지에 훨씬 더 가까운, 심지어 심령물의 영역까지 선을 넘은 영화로 완성됐다.
이렇다 보니 위에 언급한 대로 ‘현실 공포 스릴러’라는 카피로 연상되는 과거 <숨바꼭질>(2013)이나 <목격자>(2018), <도어락>(2018) 같은 작품을 기대했던 관객들이라면 ‘이게 뭔가’라는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하겠다. 확실한 불호의 지점이다.
모처럼 만나는 한국 공포영화의 가능성
여기에 더해 사건의 전개에 있어 시원하게 설명되지 않고 비약해 넘어가는 부분이나 명확히 해명하지 않는 의문들 역시 이 작품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가중한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의외를 재미로 느낄 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기대와 달리 전개되며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상황이나 몽상적 장면들은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할 수 없어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이 부분에 동의하는 관객이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는 범죄 스릴러와 심령 공포물을 아우르는 혼합장르만의 재미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를 구현하는 상황과 장치들 역시 기시감 넘치는 익숙함을 동반해 그리 신선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들이 단순한 흉내 내기나 나열이 아닌 <노이즈> 안에서의 새로운 해석과 응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몇몇 장면은 오랜만에 소름이 돋고 비명이 터져 나올 만한 장르 영화적 쾌감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의외로 영민하게 단련된 시나리오도 큰 몫을 차지한다.
일단 시작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계산된 연출은 칭찬할 만하다. 화면 구성이나 배우들의 장점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끌어내는 기교는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공포영화에 대한 애정과 이해의 깊이가 확실히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해 감독의 차기작이 더 기대된다.
해외에서 선 평가된 화제작
형식적으로도 보일 수 있지만, 분명히 지적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인 부동산에 대한 삐뚤어진 탐욕이 사건의 중요한 발단이자 전개의 핵심적 갈등요소로 활용된다는 점은 이 시나리오가 상당한 자료 조사와 숙고를 통해 완성됐으리라 추측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주인공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는 설정 역시 기본적으로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효과적인 증폭제가 된다. 더불어 이런 남다른 처지로 인해 특별히 사용하게 되는 장치나 불안한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면들도 꽤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난 2024년 10월 개최됐던 제57회 시체스국제영화제의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처음 공개된 <노이즈>는 이후 다수의 해외 판타지 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며 긍정적 비평을 끌어냈다. 또 이미 전 세계 117개국에서 선판매가 성사돼 한국 개봉 이후 아시아, 유럽, 라틴 아메리카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차례로 개봉될 예정이다.
이 작품을 좀더 즐길 만한 팁을 요약하자면, 표면적인 홍보만 보고 기대나 선입견을 품지 말라는 조언이다. 순수한 공포영화 장르에 따라 관람한다면 모처럼 공포 장르의 본질에 충실한 재미를 더 많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단절사회 현실 불안 층간소음
다양한 사건·사고 중 갈수록 빈번해지는 층간소음과 관련된 보도는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는 상당수 현대인에게 심란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부지불식간 사소한 행동에서도 촉발될 수 있고, 각자의 기준이 제각각인지라 혼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양면성까지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인지 이미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영화가 꽤 있었다. 대부분 국내 작품이고 당연히 공포, 스릴러 장르다. 2021년 공개된 옴니버스 영화 <괴기맨숀>의 첫 번째 에피소드, 2022년작 <사잇소리>, 올해 2월 개봉한 <백수아파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최초의 ‘오디오 무비’를 표방한 <층>의 소재도 층간소음이다. 오디오북의 인기에 편승해 기획된 오디오 무비는 말 그대로 화면 없이 소리로만 전개되는 영화라는 뜻.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에 음향과 음악이 강조되고, 모바일 화면에서는 컴퓨터그래픽(CG)과 자막 등을 함께 볼 수 있는, 과거 라디오 연속극의 21세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2021년 12월 음악전문 플랫폼인 네이버 바이브를 통해 약 20분 분량 6부작으로 무료 공개된 이 작품은 의문의 소음이 계속되는 빌라에서 반복되는 사망 사건을 쫓는 프로파일러와 형사의 이야기로 배우 이제훈, 문채원, 양동근, 강신일 등이 목소리 출연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올 하반기 공개 예정인 <84제곱미터> 역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30대 직장인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소음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다.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로 긍정적 평가를 끌어낸 김태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강하늘, 염혜란, 서현우 등의 배우가 출연한다.
<최원균 무비가이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