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맨’은 정치권에서 대선주자를 전담해 취재하는 기자를 뜻한다. 특정 공격수를 전담해 밀착 마크하는 수비수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출입한 정치부 기자들은 사실상 대부분이 이재명 후보의 마크맨이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아하!” 하는 유명 노랫말처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이 후보는 전국 방방곡곡 유세를 다녔다. 이 후보가 3주간 권역별로 이동한 횟수만 25번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후보 일정을 쫓았던 취재기자에게도 강행군이 아닐 수 없었다.
마크맨이 특히 중요하게 챙긴 일정은 ‘백브리핑’이었다. 백브리핑은 공식 일정 외에 후보가 취재진과 만나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시간을 뜻한다. 경호 문제 등으로 후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기자들이 현안을 물을 유일한 기회였다. 이마저도 일정과 상황에 따라 없는 날이 많았다. 당 공보국이나 대변인에게 “백브리핑 시간을 달라”고 읍소하는 것도 일이었다.
대선 말미 회사 유튜브 채널에서 마크맨의 일상을 담고 싶다며 유세 현장을 동행했다. 하필 백브리핑이 없는 날이었다. 영상엔 유세 현장에서 후보의 연설을 노트북에 받아치고, 이를 기사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시간에 쫓겨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장면도 나왔다. 급하게 추진된 촬영이지만 일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좋았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뼈아픈 댓글도 꽤 있었다. “요즘엔 기자가 없고 회사원만 있다”, “받아쓰기 전문가”, “이런 건 유튜브에서 다 볼 수 있는데”…. 타당한 지적이었다. 영상 속엔 ‘질문하는 기자’의 모습은 없었으니까.
서글프지만 요즘 정치부 기자의 현실이기도 했다. 대선후보들은 언론사 인터뷰보다는 지지층이 즐겨 보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는 걸 우선시했다. 한 다선 정치인은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한 강의에서 “언론을 상대하지 말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취재를 위해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닿지 않는 정치인이 수두룩했다. 질문해도 문제였다. 같은 톤의 질문도 진영에 따라 ‘참기자’의 돌직구, ‘기레기’의 딴죽걸기가 됐다.
지난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언론과의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16일(현지시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변인이 질문 개수를 제한하자 이 대통령은 “그냥 하자”며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그는 간담회 말미에 “언론인들에게 최대한 (취재의)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도 변화가 생겼다. 4대의 카메라가 새로 설치됐다. 기자단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생중계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 알권리와 브리핑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란다. 일각에선 ‘출입기자들이 반발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사실과 다르다. 질문에 목마른 것이 기자다. 생중계 시스템으로 질문의 질이 올라가는 건 물론 대통령실도 ‘관계자’라는 익명에 숨지 않고 책임감 있는 답변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좌표 찍기’ 우려가 왜 없겠냐만, 그런 이유로 해야 할 질문을 마다할 기자는 없을 것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