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성은 한국 현대 목축업이 태동한 곳이다. 이 도시를 알리기 위한 많은 수식어가 앞에 따라붙지만, 정작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팜랜드는 안성의 그런 과거를 대중에게 드러내는 관문 같은 장소다. 이름만 보면 농업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같지만, 보면 볼수록 참 많은 걸 담고 있다.
1960년대 한국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를 보냈다. 독일은 대가로 한국에 낙농업 기술을 전수하고 젖소도 함께 보냈다. 당시 젖소를 키우고 낙농업 기술을 익히던 목장이 바로 이곳 팜랜드 부지였다. 여기에서 한국 낙농업은 기초를 다지고, 이를 기반으로 새마을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처음 젖소를 들여와 키우던 그 자리에 호밀이 자란다. 지금이 잘 익은 호밀을 볼 수 있는 시기다.
여기서 수확한 호밀은 제분을 해서 번식우의 사료로 쓴다. 전동차를 몰고 그 둘레를 따라다니며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호밀밭을 거닐고, 삼삼오오 사진을 찍어 추억을 기록하는 곳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심어진 건 우리가 먹고살 길을 열고자 했던 그 시대의 노력이다. 세상은 바뀌고 같은 자리에 부여한 의미도 변모했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흔적은 아직 남아 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