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문득 힘을 소유하는 것 자체가, 아무리 그 힘이 막대하다 하더라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
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역대 최다득표를 기록하며 당선됐다.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은 ‘압도적 지지’라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실제로 그에 걸맞은 세력을 갖게 됐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보를 내지 않은 위성정당들의 의석을 포함 186석이라는 압도적 의회 권력을 확보 중이다. 민주당은 대선 다음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 처리 방침을 세웠다. 이것이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대한 보복성 힘 빼기라는 것은 모르는 척하는 사람들만 빼고 다 아는 내막이다. 당선 첫날부터 사법부에 메스를 대며 영향력을 행사한다. 민주당은 군사정권 종식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소유한 정치 세력이 됐다.
권력을 획득하는 일보다 어려운 것은 더 큰 권력을 추구하기를 멈추는 일이다. 재임 중 42건의 거부권 행사로 의회 권력을 무력화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입법부를 전면적으로 제압하고자 계엄을 선포했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역사적 의석을 확보하고도 아무것도 못 한 채 정권을 내줬던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또다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그때보다 더 많은 의석을 수집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한다. 권력에는 포화점이 없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이라는 역사적 의석을 확보하고도 아무것도 못 한 채 정권을 내줬던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또다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그때보다 더 많은 의석을 수집했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고 한다.
정치에서 ‘압도적 승리’는 자랑할 만한 것인가? 민주주의란 부분적 승리의 보증이다. 압도적 권력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주의에서 압도적 권력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경계할 만한 일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일당 독재 우려로 연결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의 집중 그 자체보다 위험한 것은 오직 권력의 수집만을 목적으로 굴러가는 정치 행태다. 이는 이미 진열장이 꽉 찼는데도 더 많이 갖고자 하는 수집광의 열망이다. 권력은 왜 수집광이 되는가? 권력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일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단지 권력을 좇는 여정은 단순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생각이 다른 이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는 일은 피곤하지만, 다른 세력을 적대하고 제압하는 일은 즐겁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권력자에게 권력이 충분하다고 느낄 순간은 결코 오지 않는다. 그러니 180석이 아니라 18만석을 가져도 계속 배가 고픈 것이다.
정치의 초점은 수집에서 행사로 옮겨져야 한다. 권력은 그것을 얼마나 소유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 사용하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더 큰 권력만을 추구하다 권력을 잃는 전 정권들의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정주식 ‘토론의 즐거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