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호흡기계 최전선의 1차 방어벽, 코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2025.06.16

코는 호흡기계 1차 방어벽으로 이물질 흡입 방지, 감염병 예방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코는 호흡기계 1차 방어벽으로 이물질 흡입 방지, 감염병 예방 등의 효과를 발휘한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얼굴의 중앙에 있는 코는 측면에서 보면 가장 앞으로 나와 있는 기관이다. 코는 가장 먼저 외부와 접촉하며 냄새로 몸에 유익하거나 해로운 정보를 알아낸다. 또한 코로 호흡함으로써 바깥의 이물질을 걸러내고, 비강을 통과하면서 따뜻해진 공기를 폐로 전달할 수 있다. 코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코 내부의 구조는 복잡하고, 다양한 신경과 혈관이 분포해 있다. 코의 기능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호흡, 가온, 가습

코는 우리 몸에서 공기와 처음 만나는 인체기관으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주된 통로다. 코의 복잡한 내부는 공기의 이동통로 이상의 역할을 한다. 우선 코안의 털은 외부 공기 속의 입자를 걸러낸다. 체내로 들어가면 안 되는 물질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깥의 공기는 코 내부의 3개 비갑개를 통과하면서 더 따뜻해지고 더 습해진다. 이렇게 가온, 가습된 공기가 인두를 거쳐 기관지로 들어가야 폐포에서 산소-이산화탄소의 확산이 효율적으로 일어난다.

정상적인 기관지 표면은 점액으로 덮여 있는데 점액은 외부에서 유입되는 세균이나 이물질을 잡아둔다. 기관지의 섬모는 운동을 통해 이러한 점액을 바깥으로 밀어올려 기관지를 청결하게 유지한다. 만약 코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오랜 시간 코가 아닌 입으로 호흡을 한다면, 기관지의 점액이 말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이물질이 폐로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또한 섬모 운동이 저하돼 세균 등을 제거할 수 없어 기관지염이나 폐렴과 같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냄새 맡기와 후각신경

코 내부의 상층부에는 후각수용체가 400종 정도 분포해 있는데, 이는 후각신경과 연결돼 있다. 우리가 숨을 들이쉴 때 공기 속의 냄새 분자도 코로 들어온다. 이때 냄새 분자가 후각수용체와 결합하고, 그들이 후각수용체에 결합하는 패턴에 따라 후각신경이 특정 냄새로 인식한다. 후각수용체는 400개 정도지만, 여기에 결합하는 방법이 다양해 사람은 1만개 정도의 냄새를 감별할 수 있다. 그런데 코점막이 붓거나 콧물이 많이 흘러 후각수용체가 냄새 분자를 만나지 못하면,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감기에 걸려 코가 심하게 막힐 때 음식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부비동염에 걸려 꽃향기를 맡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후각신경의 특징 중 하나는 쉽게 피로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면 어떤 냄새를 잘 맡지만, 그 공간에 지속적으로 있으면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 냄새를 잘 느끼게 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특징은 후각 신경이 대뇌피질과 변연계로 이어져 있어 냄새를 맡을 때 특정 감정이 함께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변연계는 해마, 편도체 등으로 이루어진 뇌의 깊숙한 부분으로 기억 형성, 공포와 불쾌감 같은 근원적인 감정 조절, 후각 정보 처리와 같은 기능을 한다. 특정한 냄새를 맡을 때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이 변연계에서 함께 처리되며 기억으로 남을 수 있어 나중에 그 냄새를 다시 접했을 때 당시의 느낌이 떠오를 수 있다. 같은 냄새에 대해 사람마다 다른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악취처럼 대부분 사람이 불쾌하다고 여기는 냄새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그 냄새를 빠르게 피한다. 상한 음식 냄새나 암모니아와 같은 악취는 나의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을 알려주는 단서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됐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반응

우리가 숨을 쉴 때 콧속으로 먼지, 꽃가루, 세균 등이 들어오면 코안의 털과 점액이 그것들을 잡아 가두고, 섬모 운동을 통해 코 바깥으로 내보내거나 코 뒤로 넘긴다. 이때 어떤 사람들에게는 코안으로 들어오는 물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히스타민 분비가 시작되면서 물처럼 흐르는 콧물, 참을 수 없는 재채기, 코막힘, 코 가려움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이러한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알아내 회피하는 것이 우선 원칙이며, 증상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생리식염수로 코안을 꾸준히 세척하는 것도 알레르기 비염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되며 약물 투여를 줄이는 방법이다. 비강 세척은 알레르기 증상 유발물질을 씻어내는 효과도 있고, 비강 내부의 습도를 유지해 점막의 농도와 섬모의 운동성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코 내부로 식염수를 넣을 때 통증을 느낄 수도 있고, 세척 시 물을 들이마시면 안 되기 때문에 너무 어린아이들의 코 세척은 유의해야 한다.

코로나19의 후유증 중 하나로 일시적인 후각 상실이 있다. 필자도 이를 경험한 적 있는데, 한두 달가량 냄새를 맡지 못했는데 예상보다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감 중 하나인 후각이 소실됐는데 마치 피부 감각이 무뎌지는 것 같았고, 세상과 한 겹 정도 단절된 채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음식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입속에 머무는 음식 재료의 질감만 알 수 있었다. 집에 들어가도 우리 집에 왔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각 공간에는 특유의 냄새가 있고, 그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후각이 제일 먼저 그곳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후각이 소실된 후에야 알게 됐다. 이렇게 무딘 감각으로 두어 달을 살다 보니 영영 후각이 회복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가벼운 우울감도 경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내식당 옆을 걸어가다 된장찌개 냄새를 맡았고, 불치병이 나은 것 같은 기분에 크게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평소에 공기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는 것처럼 편하게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코의 중요성도 항상 느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코는 외부의 이물질을 걸러내 우리를 보호하고, 냄새를 맡아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공기를 가온·가습해 보내줌으로써 폐에서의 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오늘 세수를 하며 우리의 코를 기특하게 바라봐주면 어떨까.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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