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링 허 백 - ‘톡 투 미’로 극찬받은 쌍둥이 형제의 복귀작

2025.06.09

/소니 픽처스 코리아

/소니 픽처스 코리아

제목: 브링 허 백(Bring Her Back)

제작연도: 2025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4분

장르: 공포, 미스터리, 스릴러

감독: 대니 필리포, 마이클 필리포

출연: 샐리 호킨스, 빌리 배럿, 소라 웡, 조나 렌 필립스, 샐리 앤 업튼, 스티븐 필립스, 미샤 헤이우드

개봉: 2025년 6월 6일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수입/배급: 소니 픽처스 코리아

원래 리뷰하려고 한 영화 개봉이 늦춰지는 바람에 별생각 없이 택한 영화다. 특별한 기대 없이 갔는데, 시사회장에서 만난 영화관계자와 평론가들은 꽤 주목하는 눈치였다. <톡 투 미>(2022)로 전 세계 평단의 호평을 받은 필리포 형제의 신작이라나. 저 영화가 호평을 받은 건 알고 있는데 아직 보지 못했다. 살짝 부담을 안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이상한 집에 입양된 남매

앤디와 파이퍼는 서로 의지하는 남매 사이다. 파이퍼는 시각장애인으로 왕따를 당한다. 앤디는 그런 여동생의 방패막이가 된다. 파이퍼는 동양계 외모를 지녔다. 의붓남매인가 싶었는데 파이퍼는 아버지가 재혼해 낳은 아이다. 새어머니는 일찍이 사별했다. 어느 날, 샤워실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아버지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다. 이미 사망했다. 남매는 천애 고아가 된다.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된 호주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우리보다 나은 듯싶다.

앤디와 파이퍼는 전직 사회복지사에게 입양된다. 외딴곳에 자리 잡은 사회복지사 집에 가보니 어딘가 위험해 보이는 아이가 있다. 이 사회복지사는 남매에게 그 애는 실어증에 걸렸다고 말한다. 카메라의 포커스는 오빠 앤디에게 맞춰져 있다. 사회복지사의 행동거지는 뭔가 이상하다. 동생과 자신을 자꾸만 이간질하며 위협한다. 사회복지사는 거꾸로 그가 동생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누가 맞는 것일까. 사회복지사와 여동생 파이퍼가 떠난 집, 실어증에 걸린 아이와 집에 있던 앤디는 집과 이 가족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실어증 걸린 소년에게 요리해주며 말을 건다. 그때 실어증 소년이 자해한다. 식칼의 칼날을 씹어먹으며, 자신의 머리를 책상에 찧는다. 집에 돌아온 사회복지사는 앤디가 가한 폭력이라고 인식한다. 누가 맞는 것일까.

이렇게 썼지만, 영화는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아니다. 앤디가 목격한 사회복지사의 기이한 행동은 영화 초반부에 삽입된 낡은 비디오테이프를 따라 하는 것이다. 비디오테이프는 음산하고 기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링>(나카타 히데오·1998)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저주받은 비디오’ 같은 것이다. 비디오는 <링>의 ‘저주받은 비디오’처럼 맥락 없는 기괴한 장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컬트 집단의 비밀의식을 담은 것이었다(주의해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자연스레 사연은 퍼즐 조각을 맞추듯 하나씩 드러난다. 사회복지사에게는 사망한 딸이 있었다. 딸은 파이퍼처럼 시각장애인이었고, 집 앞뜰의 수영장에 빠져 익사했다. 비디오는 사망한 사람에게 남겨진 혼을 다른 사람에게 빙의하게 한 뒤 되살리는 제의(ritual) 과정을 담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파이퍼의 몸을 매개로 죽은 자신의 딸을 되살리려는 의도를 담은 것이었다. 그렇다면 실어증에 걸린 소년은? 딸의 죽음이 우연히 찍힌 다른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딸의 지인 중 이 소년이 있다. 비디오에는 신체 훼손과 식인 과정이 담겨 있는데, 이걸 거쳐야 이 차시환혼(借屍還魂)이 완성되는 모양이다.

전작 <톡 투 미>와 비교해 본다면

영화는 불친절하다. 실어증 소년이 자해하는 과정 묘사는 끔찍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이 형제 감독의 전작 <톡 투 미>를 결국 봤는데, 고어 장면 연출 실력이 탁월하다. 관객들이 어디서 감정을 이입하고, 또 그 끔찍한 고통에 진저리치며 공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 전반적인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실패한 관객은 노골적인 고어 시퀀스가 뜬금없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덧붙여 사건이 해결되고 마무리되는 장면에서 많은 사람은 이건 아닌데?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암담하고 소름 끼치지만, 처연한 전작의 엔딩 장면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더욱더. 사회복지사를 맡아 열연하는 배우를 보면서 분명 아는 사람인데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돌아와 찾아보니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2017)의 여주인공으로, 괴물과 사랑을 나누는 언어장애인 역을 맡았다.

유튜버에서 영화감독으로…성공을 거둔 필리포 형제

/소니 픽처스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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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본 <톡 투 미>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이 정도면 당대의 클래식으로 등극할 만한 영화였다. 자연스럽게 비교했다. ‘원 히트 원더’ 노래처럼 영화도 한 편만 주목을 받고 잊힌 감독들이 있다. 반면 어떤 데뷔작은 생각도 못 한 대성공을 거두며 평생을 우려먹는 그런 작품들도 있다.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 그런 경우다. 흑백필름으로 찍은 영화지만 감독이 예술성을 추구해서라던가 그런 게 아니다. 그냥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였다. 등장하는 배우들도 배우지망생, 광고 엑스트라 등 지인들이다. 심지어 현대 좀비 영화의 시조가 된 이 영화의 좀비들은 무보수로 동원한 동네 사람들이었다. 조지 로메로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중간중간 다른 장르 영화가 섞여 있지만, 간판 시리즈는 이 좀비로 환생한 ‘시체(the Dead)’ 시리즈다. <시체들의 새벽>(1978), <시체들의 낮>(1985) 3부작을 마무리하는가 싶더니 <랜드 오브 데드>(2005), <다이어리 오브 데드>(2007), <서바이벌 오브 데드>(2009)까지 연출하고 2017년 사망했다. 향년 77세.

<톡 투 미>와 이 영화를 연출한 쌍둥이 형제 대니와 마이클 필리포 감독(사진)의 데뷔 과정도 특이하다. 감독 데뷔 전 유튜버로 더 유명했다. 라카라카(RackaRacka)라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가 668만명이다. 이 정도면 유튜브 수익도 만만치 않을 대형 유튜버다. 단편영화가 주된 콘텐츠다. 개그 영상이 많은데 폭력 수위가 꽤 세다. <반지의 제왕>을 연출했던 피터 잭슨 감독의 초기작이나 1970~1980년대 장르 영화 전문 감독들이 그랬듯 컴퓨터그래픽(CG)이 아니라 라텍스와 가짜 피를 활용한 과거 아날로그 특촬 기법을 선호한다. 형제들은 유튜브로 공개한 단편 영화들이 ‘A24’와 같은 장르 영화 전문 제작사의 눈에 띄어 장편 영화감독으로 입봉한 경우다. 앞으로 점점 이 경로로 데뷔하는 영화감독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1992년생인 필리포 형제들은 2023년에 캡콤 비디오게임으로 유명한 <스트리트파이터> 실사영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프로젝트는 현재 엎어진 듯하다. 지난 5월 27일 호주 잡지와 인터뷰에서 마블스튜디오와 모종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마블 차기작 중 한 편을 연출하게 될 모양이다. 이와는 별도로 2027년 개봉을 목표로 <톡 투 미> 2편을 준비 중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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