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층 삼촌
박우 지음·너머학교·1만7000원
중국과 북한이 상호 간에 국경지역 시장을 개방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조선족은 한국-중국-북한-러시아-일본 사이에서 이뤄진 무역의 주요 플레이어였다. 함경북도 회령 같은 북·중 국경지역의 장마당(시장)에서 조선족은 중국산 건전지, 고무줄, 양말 등을 팔고 북한산 건어물, 명태, 간고등어 따위를 사갔다. 이곳에서는 당시 중국에선 보기 힘든 일제 컬러TV, 테이프 리코더, 심지어 도요타 크라운 같은 일본 중고차가 몰래 거래됐다. 강원도 원산과 일본의 니가타현 사이를 오가는 북한 국적의 삼지연호에 실려 온 일본 중고차들은 국경지역의 장마당에서 거래됐고, 해가 지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들어갔다.
주인공인 조선족 상인 ‘5층 삼촌’은 이런 일을 하면서 사업가로 성장한다. 조선족 상인들은 북한에서 만들어진 스포츠 의류를 수입해 ‘나이키’ 상표를 붙여 한국 시장에 풀고, 서울 동대문에서 옷을 떼어다 중국 시장에 팔기도 한다.
이 책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말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네트워크’를 만들어간 조선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한국과 주변 국가들의 변화가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다가오며, 특유의 유머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 흐르는 조선족들의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들의 자녀는 이제 중국, 한국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직에 진출하고 있다. 저자 역시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서울의 가리봉동과 대림동 등 중국 교포 집거지에 대해 연구하며 국내 대학의 교수가 됐다. 책은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와 연구한 내용 등을 엮어 썼다. 이런 변화가 다음 세대에는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오픈 엑시트
이철승 지음·문학과지성사·1만8000원
<불평등의 세대>, <쌀 재난 국가>를 쓴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신작. 저자는 한국사회처럼 강력한 내부 규율과 상호 감시 기제가 작동하며 진입도 어렵지만 빠져나오기도 힘든 ‘소셜 케이지(사회 감옥)’에서는 쉽게 탈출할 수 있는 옵션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음식은 넘쳐나고, 인간은 배고프다
바츨라프 스밀 지음·이한음 옮김·김영사·2만2000원
세계는 어떻게 식량을 생산하고 있나, 우리는 왜 일부 동물만 주로 먹는 것일까, 비건은 환경과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저자는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식품 산업 이면의 구조적 불균형을 파헤친다. 식량 문제의 해법은 ‘기술’ 자체보다는 ‘의지’와 ‘정책적 선택’에 달렸다고 말한다.
나는 넘어지고, 싸우고, 울었다
사이토 고헤이 지음·조승미 옮김·오월의봄·1만7000원
저자는 우버이츠 배달을 하면서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공유경제를 비판하고, 대지진 피해자들이 사는 아파트단지 앞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는 광경을 보고 “사회적 약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폭력성에 분노한다. 저자는 “누구나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라며 “모두가 당사자”라고 말한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